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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미술사학과 동물고고학연구실

2013.04.01.

Lab 25시
고고미술사학과 동물고고학연구실

관악캠퍼스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인문대학 14동 3층, 왼쪽 복도 끝이다. 어패류부터 조류, 포유류는 물론 심지어 인간의 유골도 있다. 명칭에는 동물뿐이지만, 실제로는 식물과 인골까지 연구하는 장소, 바로 동물고고학연구실이다.

동물, 식물, 그리고 인골에 대한 고고학까지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 2004년 봄 14동 307호에 자리잡은 동물고고학연구실은 이준정 교수(고고미술사학과)와 4명의 고고학 전공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드문 ‘실험실’이다. 이교수는 “직접 수습, 체질, 통계, 해석까지 해내는 생산적인 곳”이라며 “기존 고고학이 주로 토기, 석기, 무덤, 주거지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동물고고학연구실은 동물, 식물, 인골이라는 새로운 자료를 자료로 삼아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고학 연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각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고고학연구실과 달리 동물, 식물, 인골 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공동 연구한다.

분야가 나눠져 있긴 하지만 유적에서 동시에 발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리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덤에서 발견된 인골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물이나 식물 자료로만은 파악이 불가능한 당시의 식생활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덕분에 9년째인 현재 각 분야에서 약 50건에 이르는 분석이 이뤄졌다.

학문 분야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

고고학 연구는 자료를 발굴하는 현장 작업, 자료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실내 작업, 그리고 이렇게 얻어낸 정보로부터 고고학적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동물고고학은 동물학, 수의학, 식물고고학은 식물학, 인골고고학은 의학, 형질인류학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교수는 “고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과거 인간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에 대해 자연과학적 분석을 진행하고 인문·사회과학적 결론을 도출하는 융·복합적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물고고학연구실의 환경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인문대 실험실 자체가 드물다 보니 지원도 부족하고, 공간도 약 20평 남짓한 크기라 실험도구만 없으면 학생 40명 정도를 수용하는 일반 강의실과 다를 바 없다.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실험실은 유물 수장고를 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바로 대조표본. 발굴된 뼈와 비교할 표본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고, 수입하기에는 비싸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뼈 표본을 만들기 위해 작은 동물은 약품 처리, 큰 동물은 땅에 묻어 분해시키기도 하고, 생선은 수산시장에 가서 구매한 후 분해하여 표본화하기도 한다.

뼈를 통한 인류 역사와의 대화

일종의 직업병이 동물고고학연구실에도 있다. 바로 뼈만 보면 분석하고 수집하려는 것. 뼈가 있는 음식은 가만히 넘어가지 않고 표본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단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뼈 부위의 지역별 차이는 기본이고, 족발이나 참돔은 먹고 나서 지방을 제거한 후 건조시켜 샘플로 보관하고 있다. ‘먹고 싶은 동물을 표본 채집 목적으로 일부러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심지어 길거리를 지나가다 죽어있는 쥐를 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쯤 되면 미국 드라마 ‘본즈(Bones)’의 브레넌 박사가 와도 울고 갈 것 같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눈은 피로하고, 야근은 부지기수인 동물고고학실험실. 기존 고고학의 방법론으로 의문이 제기되었던 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결과를 제시하면서 연구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인골고고학을 전공하는 하대룡 연구원(고고학 박사과정)은 “분석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연구가 더 재미있고,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확한 분석을 해내는 순간의 기쁨이 더 크기에 행복하게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든 연구 후에 오는 발견의 희열,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동물고고학실험실은 뼈와의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홍보팀 학생기자 박세아(지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