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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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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부 야브원스키 교수 연구팀, 소금쟁이 수컷의 독특한 구애 방법 밝혀

2010.10.13.

교미를 위한 협박! 소금쟁이의 독특한 구애 전략

웅덩이에서 발견한 소금쟁이 한 쌍.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 위에서 수면에 퐁당퐁당 다리를 움직이며 물결을 만들고 있다.
수컷 소금쟁이가 만들어내는 물결은 새들의 지저귐처럼 아름다운 세레나데일까.
아니면 다른 기능이 있을까.


소금쟁이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의 한창석 연구원과 야브원스키 교수는 수컷 소금쟁이가 구애 과정에서 만드는 물결이 암컷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선물을 주거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큰 몸집이나 화려한 깃털 등을 과시한다. 하지만 수컷 소금쟁이는 색다른 구애 방법을 택했다.

소금쟁이를 잡아먹는 포식자는 물속에 서식하며 물결로 먹이의 위치를 감지한다. 수컷 소금쟁이가 수면에서 물결을 만들어내면 그것 때문에 소금쟁이는 오히려 포식자의 눈에 띄어 더욱 위험해진다. 하지만 수컷 소금쟁이는 암컷 소금쟁이 몸 위에 올라타서 물결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포식자가 구애 중인 소금쟁이를 공격하더라도 오로지 암컷 소금쟁이만 잡아먹히게 된다. 따라서 수컷 소금쟁이의 물결 구애 신호는 암컷에게 '교미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넌 죽게 될 거야!' 라고 협박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 연구팀은 암컷 소금쟁이에게 포식자의 존재를 인식시킨 뒤 수컷과 교미를 시켰을 때 암컷이 수컷에게 더 빨리 교미를 허락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에는 올라타지만 물결은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처리했을 때는 암컷이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하게 수컷을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따라서 연구팀은 수컷 소금쟁이가 교미를 위해 암컷에게 '협박 구애'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소금쟁이 수컷의 협박 구애 전략은 지금까지 곤충에서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번식 전략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다른 곤충에 비해 소금쟁이 암컷과 수컷은 교미에 대한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협박 구애라는 극단적인 형질이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는 지난 8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주목할 만한 연구로 선정되었다.

□ 연구진 소개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
한창석 (석사), 야브원스키 (교수)

2007년부터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의 첫 외국인 교수로 임용된 표트르 야브원스키 교수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소속의 ‘행동 생태 및 진화 연구실’ 을 이끌고 있다. 연구진들은 동물 행동의 진화 및 생태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세밀한 관찰과 실험을 병행하며 생물체를 모방한 로봇을 이용하거나 컴퓨터 모델링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소금쟁이뿐만 아니라 침입종으로 알려진 주홍날개꽃매미, 메뚜기 등의 곤충류와 함께 까치,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조류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소금쟁이의 교미 행동 연구를 시작한 한창석 연구원은 '암컷 생식기 나출 정도와 수컷 구애 행동간의 공진화 기작' 이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소금쟁이 구애 신호의 궁극적 진화 원인을 주제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대학(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박사과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