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관장 장덕진)은 한국 최대 서양 고문헌 소장기관으로 귀중한 서양 고문헌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고 그 가치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서양 고문헌으로의 초대: 플라톤에서 괴테까지’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2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 관정관 1층 관정갤러리 앞에서 진행되며, 서울대 구성원은 물론 일반인 모두 관람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서양 고문헌 단독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한국 최대 규모의 서양 고문헌 소장기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한국에서 서양 고문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이다. 서양에서 편찬된 문헌 중 1900년 이전 인쇄되거나 필사된 문헌을‘서양 고문헌’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University of Louisiana) 등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고서 기준이다. 이와 같은 시대 기준에 따르면 중앙도서관은 1900년대 이전 편찬된 서양 고문헌을 42,000점 이상 보유하고 있다. 언어별 구성을 보면, 독문본이 19,765점으로 가장 많으며, 영문본 14,206점, 불문본 6,295점이 뒤를 잇는다. 이외에도 라틴어본 1,035점, 이탈리아어본 488점 등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희귀 서양 문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소장 서양 고문헌 중 플라톤의 『국가』(16세기 판본), 루소의 『에밀』 초판본에서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장 중인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 초판본, 괴테의 『파우스트』(19세기 판본)에 이르기까지 그간 전면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 문헌 110여 점이 출품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출처 표기의 기준이 되는 고전문헌학자 임마누엘 베커의 『아리스토텔레스 전집』 초판본, 토마스 칼라일이 번역하여 영미권에 소개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영문 초판본, 마크 트웨인의 『아서왕 궁정에 나타난 코네티컷 양키』 초판본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서사시의 아버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18세기 판본), 이탈리아 문학의 아버지 단테의 『신곡』(19세기 판본), 기독교 서사시의 대가 밀턴의 『실낙원』(18세기 판본) 등 서양 10여 개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걸작도 희귀 고문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중앙도서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장 중인 서양 근대 최고의 백과사전이자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된 디드로(Denis Diderot)와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편찬 『백과전서』 초판본을 전시한다. 1751년부터 1772년까지 간행된 이 백과전서는 약 4,300질의 원본이 제작되었으며, 그 후 1789년까지 약 40,000질의 해적본이 유통되었다. 출판 당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져 있다. 계몽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 책의 집필에는 디드로와 달랑베르 외에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외 등 당대 최고의 지성이 참여하였다.
# 근대 한국의 모습이 담긴 서양 고문헌 여럿 선보여
중앙도서관은 러시아, 미국, 영국, 헝가리 등 여러 국가에서 출판된 한국 관계 서양 고문헌을 130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 그중 헝가리 의사의 여행기 『동아시아에서의 2년』(1911)에는 1908년 헝가리 해군 군의관 데죠 보조끼(Dezső Bozóky, 1871–1957)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군함을 타고 한국을 방문해 서울 경복궁, 남산, 인천 제물포, 부산 등지에서 촬영한 33점의 사진이 담겨있다. 이 사진들은 전통 의복을 입은 여성들의 일상 장면, 경복궁 입구에서 양복과 중절모를 쓴 남성들이 궁궐로 드나드는 모습, 부산 해변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 등 당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이다. 대한제국 말기 한국 사회의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순간을 생생히 포착한다. 이 작품은 일본 식민지화 직전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희귀한 시각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영국의 여성 탐험가이자 작가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1894년부터 189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필한 『한국과 그 이웃들』을 전시한다. 해당 자료는 한국의 종교, 민속, 의복, 음식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을 상세히 기록한다. 특히 동학농민운동 및 청일전쟁 시기의 정세 기록, 양반 계층과 서민 생활의 대비, 기생 문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고찰, 무속 신앙과 샤머니즘에 대한 분석, 고종과 명성황후를 여러 차례 만난 경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두 작품은 당시 서양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문화와 사회상을 상세히 소개하며 한국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자료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함께 마련된 액자 전시 공간을 통해 두 작품에 실린 일부 사진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최초 노한사전 『러시아-한국 사전 초본』(1874), 1919년 3월부터 5월까지 한반도 상황을 핍진하게 보고한 미국기독교연합평의회 발간 『한국의 상황』(1919), 1892년 발간된 한국 최초 영문 잡지 『한국 보고서』 등이 소장되어 있다. 근대 한국어와 외국어 연구의 귀중한 기초 자료인 영국 출신 외교관 제임스 스코트(James Scott)의 『언문말책』(1887)과 『영한대역사전』(1891)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실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이란 나라가 20세기 초 서양인의 눈에 과연 어떻게 보였는지, 한국의 문화가 서구인에게 어떻게 수용, 전파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대한다.
한편 한국 최초의 서양 문학 번역서인 『텬로력뎡』도 이번 전시에 출품된다. 이 책은 1895년, 선교사 제임스 게일(James Scarth Gale)이 존 번연(John Bunyan)의 『천로역정』(1678)을 한글로 번역하고, 그의 한국어 선생 이창직의 교열을 받아 간행한 것이다. 책 속에는 김준근 화백이 그린 42점의 섬세한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문헌은 서양 문학의 한국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 개인 문고 속 서양서: 신용하 문고와 슈클라·오세경 문고 소개
신용하 명예교수의 기증 문헌 8,300여 점 중 1900년 이전 출판된 서양 고문헌은 1,000점 이상에 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프랑스 혁명 이전에 출판된 루소의 전집(18세기 판본)과 오귀스트 콩트의 『실증 철학 강의』(19세기 판본), 로크의 『정부론』(18세기 판본) 등 사회학과 관계된 희귀본 서양 고서를 선보인다.
슈클라·오세경 문고는 하버드 치과대학장을 역임한 제럴드 슈클라 박사와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 오세경 박사가 기증한 4,676점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 의학 분야의 고서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찰스 다윈 전집(19세기 판본), 히포크라테스의 『현존 논문집』(16세기 판본)과 『내과적 질환』(16세기 판본) 등 의학과 과학 관계 서양 고문헌을 선별해 선보인다.
# 전시 기간 내내 일반인 무료 개방
이번 전시는 2023년 3월 〈신입생 비상전 飛上展〉을 시작으로 출발한, 중앙도서관 기록유산의 사회적 공유를 위한 전시 기획의 네 번째 결실이다. 이번 전시는 일반인 관람이 가능한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하여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유롭게 전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전시 기간인 2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 내내 개방할 예정이다.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귀중 고도서를 일반인에게 전면 공개하는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은 작년 2024년 열린 심악 이숭녕 기념전 이후로 두 번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서양 고문헌의 세계를 경험하고 동양의 고문헌과 확연히 다른 서양 고문헌만의 고유한 특징과 아름다움을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No. | 세션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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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서양 고문헌의 시대 기준 | 1900년 이전에 인쇄되거나 필사된 문헌을 서양 고문헌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소개한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편찬된 귀중본 390점의 구성과 시대별 분포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
2 | 고문헌으로 만나는 서양사상의 빛나는 순간들 | 플라톤의 『국가』(16세기 판본),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19세기 판본),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18세기 판본) 등 서양 사상의 주요 전환점을 고문헌을 통해 재구성한다. |
3 | 고문헌으로 만나는 서양문학의 거장들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19세기 판본), 단테의 『신곡』(19세기 판본), 토마스 칼라일이 번역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영문 초판본, 마크 트웨인의 『아서왕 궁정에 나타난 코네티컷 양키』 초판본 등 서양 문학의 대표 작품들을 전시한다. |
4 | 서양 고문헌 속 대한민국 | 『동아시아에서의 2년』(1911), 『한국의 상황』(1919), 『러시아-한국 사전 초본』(1874), 『언문말책』(1887), 『영한대역사전』(1891) 등 근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보여주는 고문헌을 통해 서구인이 바라본 한국을 조명한다. |
5 | 신용하 문고 속 서양 고문헌 | 신용하 문고의 1,000점 이상 달하는 서양 고문헌 중 루소의 『전집』(1782), 콩트의 『실증 철학 강의』(1864), 로크의 『정부론』(1772) 등 사회과학과 관계된 희귀본을 선보인다. |
6 | 슈클라·오세경 문고 속 서양 고문헌 | 슈클라·오세경 문고에 소장된 희귀 의학 고문헌들을 선보인다, 히포크라테스의 『현존 논문집』(1567), 『내과적 질환』(1577)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서양 의학 서적의 실물 자료를 전시한다. |
7 | 서울대학교의 서양 고문헌 수집 |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에서 수집한 자료와 서울대학교 개교 이후 수집된 자료를 통해 중앙도서관의 서양 고문헌 수집 역사를 조명한다.경성제국대학의 『양서분류통계표』, 서울대학교 출범 이후 신규 입수한 서양 고문헌 등을 소개하며 어떻게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이 국내 최대의 서양 고문헌 소장기관이 되었는지 그 역사를 짚어본다. |
8 | 고전, 영화로 재탄생하다. | 서양의 고전 문학 작품이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영화라는 새로운 시각매체를 통해 재해석된 모습을 보여준다. “올리버 트위스트”(1922), “허클베리 핀의 모험”(1931), “주홍글씨”(1934), “안나 카레니나”(1935), “로미오와 줄리엣”(1936) 등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고전 작품의 퍼블릭 도메인 영화 포스터들을 빔프로젝터를 통해 송출한다. |
○ 전시 문의: 고문헌자료실(02-880-5276)
* 붙임: 1. 대표 전시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