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연구진, 세계 최초로 시험관 내 장-신경 축 모델 구현 -
[연구필요성]
최근 장과 뇌를 이어주는 신경인 미주신경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동물실험을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미주신경의 정확한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간 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실험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미주 신경 중에서 장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내장 감각 신경을 시험관 내에 재현하는 방법은 없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묵인희 교수를 대표로 하는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 공동연구팀 (서울대 김종일 교수, 고려대 정석 교수, 서울대 안규식 연구원, 박휘선 연구원, 고려대 최시은 연구원)은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내장 감각 신경 오가노이드를 유도하는 방법을 최초로 확립하고, 이를 통해 장-뇌 축을 시험관 내에서 재현하여 알츠하이머병에서 내장 감각신경의 역할을 재조명하였다.
[본문]
2400년 전 (기원전 약 400년)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라는 격언을 남겼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관점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뇌 축이다.
장-뇌 축이란, 장과 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 여러 신경계 질환의 발생 또는 악화를 장-뇌 축을 통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30종류가 넘는 임상 시험이 장-뇌 축을 통해서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고자 도전하고 있다.
이런 대부분의 시도들은 장과 뇌가 서로 소통하는 연결다리로서 혈액을 지목한다 (장-혈액-뇌 축). 그러나 혈액의 경우, 뇌는 혈액-뇌 장벽이라는 강력한 방어벽이 존재하여, 혈액이 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혈액-뇌 장벽을 우회하는 지름길이 장과 뇌 사이에 하나 존재하는데, 이는 바로 미주신경 (Vagus nerve)이다. 미주신경은 장과 뇌를 직접 연결하며, 내장 감각 신경 (Visceral Sensory Neuron, VSN)과 내장 운동 신경 (Visceral Motor Neuron)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내장 감각 신경은 장에서 발생한 신호를 뇌에 전달하고, 내장 운동 신경은 뇌에서 출발한 명령을 직접 장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신경-뇌 축)
최근 동물실험 연구들에서 이러한 미주신경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에서 뇌 내에 폐기물처럼 쌓이게 되는 병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알파 시누클레인 같은 물질들이 장에서 발생하여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될 수 있음을 밝힌 바가 있다.
이러한 동물실험 연구의 한계점은, 생물체인지라 혈액이 존재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장-신경-뇌 축만을 보았다고 하기 어렵고, 장-혈액-뇌 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동물이 인간과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신경-뇌 축을 재현한 인간 세포 유래 실험 모델 (in vitro model)이 필요한 상태이다.
세포 실험을 위해서는 장과 뇌를 이어줄 수 있는 미주신경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내장 감각 신경을 세포 상태로 재현하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결과]
Differentiating visceral sensory ganglion organoids from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Kyusik Ahn, Hwee-Seon Park, Sieun Choi, Hojeong Lee, Hyunjung Choi, Seok Beom Hong, Jihui Han, Jong Won Han, Jinchul Ahn, Jaehoon Song, Kyunghyuk Park, Bukyung Cha, Minseop Kim, Hui-Wen Liu, Hyeonggyu Song, Sang Jeong Kim, Seok Chung, Jong-Il Kim & Inhee Mook-Jung
(Nature Method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2-024-02455-8)
이에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김종일 교수와 고려대학교 정석 교수 공동연구팀은 사람 역분화줄기세포 (human induced-pluripotent stem cell, hiPSC)에서 내장 감각 신경 오가노이드 (Visceral Sensory Ganglion Organoid, VSGO)를 유도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이를 생체 칩 내에 이식 후 사람 대장 오가노이드 (human Colon Organoid, HCO)와 연결한 장-신경 축을 세포 실험 모델에서 구현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병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이 VSGO로 전파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전파에 기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유전자로 잘 알려진 APOE4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병적 단백질이 많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LRP1 이라는 단백질이 이러한 전파를 매개하는 것을 밝혀내었다.
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초로 내장 감각 신경을 시험관 내에서 유도하는 방법을 확립하였다는 점과 내장 감각 신경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밝혀내었다는 점이 큰 의의”라며, “내장 감각 신경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와 같은 병적 단백질의 전파뿐만 아니라 이 신경을 통해 혈액-뇌 장벽을 우회하여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Korea Dementia Research Center, KDRC),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한국 보건산업 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사업 (MD-PhD/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교육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삼성전자의 재원으로 삼성 미래기술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 (Nature Methods, 2023 IF: 36.1)’에 게재되었다.
[그림설명]
- ○묵인희 교수는 수십년 째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국내 선두 주자로, 최근 수년간 장-뇌 축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
- ○선행 장-뇌 축과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된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장-뇌 축 관련 연구는 혈액, 특히 면역체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 ○이에 묵인희 교수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신경으로 초점을 돌려보았으며, 이를 재현하기 위하여 장과 신경을 생체 칩 내에서 연결시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기로 하였다.
- ○안규식 연구원은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과학자’로서, 임상 영역에서 다양한 신경계 질환 환자들을 접하면서 장내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 ○대학원 진학 후 묵인희 교수의 장과 신경을 연결하는 생체 칩 구성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껴 맡게 되었다.
- ○장에 연결할 감각신경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도중, 기존에 알려져 있는 감각신경 유도법은 체성 감각 신경(장기가 아닌 근육, 피부 등에서 기원한 감각을 감지하는 신경)으로서, 장에서 기원한 감각을 감지하기엔 부적합한 모델임을 깨달았다.
- ○이에 기존 발생학 연구에서 내장 감각 신경이 발생되는 기전들을 종합하여, 직접 내장 감각 신경을 유도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기존에 밝혀져 있지 않은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과정이기에, 제대로 유도가 진행되었는지 확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부족하다는 점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단순히 하나의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닌 해부학적, 기능적으로 다방면에서 검증하여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 ○최초로 다양한 장기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내장감각신경을 시험관 내에 배양하는 기법을 개발하였다.
- ○다양한 단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서 내장감각신경의 분화 과정을 모델링 하고, 종간 정보 이동을 통하여 마우스 데이터와 비교하였다.
- ○동물실험에서 밝혀져 있던 알츠하이머병 병적 단백의 운송을 시험관 내에서 재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