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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뿌리 표피에서 세포 분포 패턴의 진화

2024. 10. 8.

- 새로운 뿌리털 세포 분포 패턴의 발견 -

[연구필요성]

식물 뿌리털의 발달 패턴은 식물의 환경 적응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패턴의 기원과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불완전하다. 특히, 진정쌍떡잎식물에서의 방사상 패턴이 어디에서 기원하여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극히 미약하다. 방사상 패턴 형성 메커니즘의 기원과 다양성,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식물의 환경 적응 능력과 진화적, 생태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역방사형 분포라는 새로운 패턴의 발견과 패턴의 메커니즘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기존의 뿌리털 발달 이론을 새롭게 조명하며, 식물 진화 과정에서 뿌리털 배열의 다양성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발견은 향후 농업 및 환경 연구에서 식물의 뿌리 발달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극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개발에 기여하고, 복잡한 진화 과정을 밝힘으로써 식물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연구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다세포 생물은 다양한 기능과 모양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세포들은 특정한 패턴에 따라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표범의 털 무늬, 나비 날개의 아름다운 패턴, 선인장 가시의 질서정연한 분포 등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대표적인‘생물 패턴’이다. 생물 패턴은 이질적인 세포 유형들이 규칙적인 공간 분포를 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다세포 생물의 개체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은 모두 최초의 세포인 하나의 수정란이 분열하여 파생된 동일한 유전자로 구성된 세포들임에도 서로 다른 모양과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여 이러한 특이한 패턴을 띠게 된다. 세포들은 모양과 기능이 분화하기에 앞서 운명 결정 단계를 먼저 거친다. 아직 모양과 기능이 바뀌지 않았으나 그런 세포로 될 운명이 돌이킬 수 없게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앞서 말한 세포들의 분포 패턴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운명 결정 기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세포 생물의 발달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이런 패턴 형성 또는 운명 결정의 규명은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이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조형택 교수 연구진이 식물 뿌리털의 분포 패턴과 진화적 기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식물의 뿌리털 분포가 어떻게 다양하게 진화해왔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향후 식물생리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에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 핵심 내용

뿌리털: 뿌리의 흡수 능력을 높이는 단일 세포 구조

뿌리털은 관다발식물*의 뿌리에서 특정 표피*세포가 길게 돌출되어 자란 관 모양의 구조이다. 뿌리털은 뿌리의 표면적을 넓혀 물과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토양 입자를 붙잡으며, 토양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2. 뿌리털의 구조. 뿌리털은 뿌리의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표피세포로부터 돌출된 구조이다.
그림 2. 뿌리털의 구조. 뿌리털은 뿌리의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표피세포로부터 돌출된 구조이다.

그림 1. 뿌리와 뿌리털. 물 위에서 싹튼 숲개밀. 솜털처럼 자라난 뿌리털이 뿌리를 덮고 있다.
그림 1. 뿌리와 뿌리털. 물 위에서 싹튼 숲개밀. 솜털처럼 자라난 뿌리털이 뿌리를 덮고 있다.

세포 분화의 두 단계: 운명 결정과 형태 형성

세포 분화는 식물을 비롯한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각자의 역할을 갖추도록 변화하는 과정이다. 뿌리털도 뿌리 표피세포에서 이러한 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뿌리털의 분화 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운명 결정 단계: 표피세포가 뿌리털 세포가 될지, 비뿌리털 세포가 될지 결정된다.
2. 형태 형성 단계: 결정된 운명에 따라 뿌리털 세포는 뿌리털을 내고, 비뿌리털 세포는 매끈한 표면을 갖는다.

뿌리털 분포: 세 가지 유형

뿌리털의 형태 형성 과정은 대부분 식물이 비슷하지만, 운명 결정 단계는 종에 따라 다양하며, 이는 뿌리털 세포의 분포 패턴에 영향을 준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뿌리털 세포의 분포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임의 분포 (Type I): 뿌리 표피 세포가 무작위로 뿌리털 세포로 분화한다. 벼, 토마토 등에서 발견된다.
2. 수직 교대 분포 (Type II): 뿌리털 세포와 비뿌리털 세포가 번갈아 배열된다. 밀, 기장 등에서 발견된다.
3. 방사형 분포 (Type III): 뿌리털 세포가 방사대칭*으로 배열되어 줄무늬를 이룬다. 카네이션, 배추, 시금치 등에서 발견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방사형 분포는 뿌리의 단면에서 관찰되는 표피세포와 피층*세포의 위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방사형 분포에서는 표피세포가 피층세포 두 개와 접촉하는 위치에서만 뿌리털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치 의존성*은 방사형 분포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 메커니즘은 뿌리털의 방사형 분포를 가진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 (Arabidopsis thaliana)를 통해 많이 연구되었지만, 어떤 과정으로 진화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림 3. 뿌리 표피세포의 분화. 뿌리 표피세포는 운명 결정 과정을 통해 전구세포가 되었다가, 형태 형성 과정을 거쳐 뿌리털 혹은 비뿌리털 세포로 분화한다.
그림 3. 뿌리 표피세포의 분화. 뿌리 표피세포는 운명 결정 과정을 통해 전구세포가 되었다가, 형태 형성 과정을 거쳐 뿌리털 혹은 비뿌리털 세포로 분화한다.

그림 4. 뿌리털 분포의 세 가지 유형. 표면에서 바라본 유형 별 뿌리털 분포. 원형 표시는 뿌리털을 나타낸다.
그림 4. 뿌리털 분포의 세 가지 유형. 표면에서 바라본 유형 별 뿌리털 분포. 원형 표시는 뿌리털을 나타낸다.

방사형 분포의 진화적 맥락

방사형 분포는 진정쌍떡잎식물군*의 두 큰 분류군인 초장미군*초국화군*에서 발견된다. 이 두 분류군은 수백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따랐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갈라져 나온 분류군인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에서는 방사형 분포가 관찰되지 않아왔다. 그러한 사실은 방사형 분포가 초장미군과 초국화군의 공통 조상에 기원하는지, 아니면 각각에서 독립적으로 기원하는지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방사형 분포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의 뿌리털 분포 조사를 통해 방사형 분포의 발생 시기를 추정하고, 초장미군과 초국화군에서의 방사형 분포 메커니즘의 일관성을 확인하여 두 분류군의 방사형 분포가 동일한 기원을 갖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기원의 동일성 (혹은 다양성)을 검증하고 그 시기를 추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주요 발견 1: 역방사형 분포의 발견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형광 염색을 통한 조직 입체구조의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뿌리털 패턴에 대한 기존 관찰 방법의 한계를 넘고, 기저진정쌍떡잎식물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통해 개양귀비를 비롯한 양귀비과의 식물에서 기존의 방사형 분포 (순방사형 분포)와 반대되는 역방사형 분포를 발견했다. 역방사형 분포에서는 표피세포가 피층세포 하나와 접촉하는 위치에서 뿌리털이 발생한다. 이는 기존의 방사형 분포에서 뿌리털이 발생하지 않는 위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발견은 방사형 분포를 이루는 뿌리털의 위치 의존성에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그것을 형성하는 운명 결정 메커니즘이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 발견 2: 방사형 분포의 독립적 진화 가능성

연구진은 역방사형 분포를 가진 양귀비과 식물들과 순방사형 분포를 가진 초장미군, 초국화군 식물들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각 분류군의 방사형 분포가 서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애기장대에서 위치 의존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인자들의 일부가 양귀비과 식물과 초국화군 식물들에서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이들이 완벽히 동일한 메커니즘으로는 뿌리털의 방사형 분포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방사형 분포가 양귀비과, 초장미군, 초국화군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즉 여러 번에 걸쳐 별도로 진화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6. 순방사형 분포 vs. 역방사형 분포. 방사형 뿌리털 분포를 보이는 식물의 뿌리 단면 구조. 순방사형에서 두 피층세포에 맞닿아 있는 표피세포가 뿌리털 세포가 되는 것과 달리, 역방사형에서는 하나의 피층세포에 맞닿아 있는 표피세포가 뿌리털 세포가 된다.
그림 6. 순방사형 분포 vs. 역방사형 분포. 방사형 뿌리털 분포를 보이는 식물의 뿌리 단면 구조. 순방사형에서 두 피층세포에 맞닿아 있는 표피세포가 뿌리털 세포가 되는 것과 달리, 역방사형에서는 하나의 피층세포에 맞닿아 있는 표피세포가 뿌리털 세포가 된다.

그림 5. 분류군별 뿌리털 분포 유형. 방사형 분포는 독특하게 쌍떡잎식물의 하위 그룹인 초장미군과 초국화군에서만 발견되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쌍떡잎식물의 또 다른 하위 그룹인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에서 기존의 방사형 분포에 반대되는 역방사형 분포를 발견하였다.
그림 5. 분류군별 뿌리털 분포 유형. 방사형 분포는 독특하게 쌍떡잎식물의 하위 그룹인 초장미군과 초국화군에서만 발견되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쌍떡잎식물의 또 다른 하위 그룹인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에서 기존의 방사형 분포에 반대되는 역방사형 분포를 발견하였다.

□ 결론 및 향후 연구 방향

이번 연구를 통해 뿌리털의 방사형 분포가 알려진 것보다 더 다양하며, 단일한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식물의 뿌리털 분화 메커니즘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략을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다양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유전적 요소들이 작용하는지 더 자세히 연구하여 그 진화 과정을 밝힐 계획이다. 또, 이러한 분포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어떠한 이점을 주게 되었는지 조사하여 어떠한 환경적 요인이 뿌리털 분포 진화의 동력으로 작용하였는지 연구할 예정이다.

□ 기대효과

이 연구는 식물의 뿌리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여, 농업 분야에서 작물의 뿌리 생장을 조절하고 토양 적응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식물의 진화 생물학 분야에서 위치 기반 세포 분화 메커니즘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여, 미래의 식물 개량과 생태학적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결과]

An Inquiry into the Radial Patterning of Root-hair-cell Distribution in Eudicots

Kyeonghoon Lee, Jin-Oh Hyun, and Hyung-Taeg Cho
(New Phytologist, 2024: https://doi.org/10.1111/nph.20148)

진정쌍떡잎식물군 (eudicot)의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 (basal eudicot)에서 뿌리털 분포의 새로운 방사상 패턴인 역방사형 분포를 발견하였다. 양귀비과 식물들에서 발견된 이 패턴은 핵심진정쌍떡잎식물군 (core eudicot)에서 기존에 발견되어 알려진 방사상 패턴인 순방사형 분포와 뚜렷이 구별되며, 유전체 분석 결과는 쌍떡잎식물의 뿌리털 발달 패턴의 다양성이 수렴진화를 통해, 혹은 그보다 복잡한 진화의 역사를 통해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용어설명]
  • 관다발식물: 물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통로인 관다발을 가진 식물. 뿌리, 줄기, 잎 등의 뚜렷한 기관을 갖는다.
  • 표피: 식물의 가장 바깥쪽을 덮는 한 겹의 세포층. 뿌리에서는 뿌리털을 형성하고, 잎과 줄기에서는 큐티클층과 기공 등을 형성한다.
  • 피층: 뿌리와 줄기의 표피 아래에 위치한 조직. 표피와 관다발 사이에서 물과 영양분을 저장하거나 운반한다.
  • 방사대칭: 중심을 기준으로 여러 방향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조.
  • 위치 의존성: 세포들의 위치 관계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결정되는 특성.
  • 애기장대 (Arabidopsis thaliana): 초장미군에 속하는 십자화목 배추과의 한해살이 식물. 식물학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모델 식물이다.
  • 쌍떡잎식물 (Dicot): 꽃이 피는 식물들 중 떡잎이 두 장 나는 식물.
  • 진정쌍떡잎식물군 (Eudicots): 쌍떡잎식물 중 공통된 진화적 기원을 가진 식물들의 큰 집단.
  • 초장미군 (Superrosids): 장미, 콩, 배추 등을 포함하는 진정쌍떡잎식물군의 큰 분류군
  • 초국화군 (Superasterids): 국화, 토마토, 카네이션 등을 포함하는 진정쌍떡잎식물군의 큰 분류군
  • 기저진정쌍떡잎식물군 (Basal eudicots): 진정쌍떡잎식물군 중에서 먼저 갈라져 나온 원시적인 식물들의 집단. 양귀비, 연 등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