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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기억을 재생하는 뇌 속 해마의 정보처리 비밀을 밝히다

2024. 9. 4.

- 해마의 배측 영역과 중간 영역이 각각 선택적으로 재생하는 장소기억과 가치기억 -

[연구필요성]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우리의 학습과 기억을 중추적으로 담당하는 뇌 속 해마의 작동기전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으나, 여전히 해마가 어떻게 특정 장소(예: 음식점) 및 그 장소에서 경험한 사건의 가치(value)를 하나의 기억으로 학습하고 선택적으로 재생하는지에 대한 뇌과학적 기전 설명이 부족하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연구성과) 해마에는 특정 장소를 기억하는 장소세포(place cell)가 존재한다(2014년 노벨상). 이번 연구에서는 쥐에게 T자형 미로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위치와 별로 맛이 없는 음식이 나오는 위치를 학습하게 한 후, 쥐가 잠을 자는 동안 해마의 서로 다른 두 영역인 배측 해마(dorsal hippocampus)와 중간 해마(intermediate hippocampus)의 장소세포의 활동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중간 해마에 존재하는 장소세포들은 배측 해마에 있는 세포들에 비해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사건의 가치(value) 정보(예: 맛있음 vs. 맛없음)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치의 변화가 있을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무엇보다도 쥐가 학습 후 잠을 잘 때나 멍하게 있을 때 많이 나타나는 ‘뾰족물결파(sharp-wave ripple)’ 뇌파가 나타나는 시간 동안 해당 위치-가치 연합기억을 반복적으로 재생(reactivation)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밝혀냈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연구되어 온 배측 해마의 장소세포들은 정확한 장소 기억과 수면 시에 해당 위치 기억의 재생에만 신경을 쓸 뿐 해당 장소의 가치 기억의 재생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효과) 본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배측 해마의 장소세포만을 가지고 이론적 틀을 형성해 온 학계의 기존 이론이 매우 제한된 틀이었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어떻게 특정 장소의 가치를 기억하고 이 가치가 바뀌었을 때 이를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뇌 기전 연구의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또한, 해마가 어떻게 특정 장소와 관련한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을 저장하는지를 비롯하여 학습 후 수면시나 자기 회고(self-reflection)의 시간에 해마의 서로 다른 영역들이 수행하는 차별적 기능에 대한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해마의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치매와 같은 각종 뇌질환과 정신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에 과학적 기초지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뇌를 닮은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 시 뇌의 공간에서의 사건 기억 구현 방식을 고려하여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문]

우리는 많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경험을 하지만 맛있었던 맛집과 그렇지 않은 음식점의 위치를 선별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간직한 장소와 안좋은 일을 겪었던 장소 역시 선별적으로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기억들은 모두 우리의 미래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특정 위치 및 그 위치의 좋고 나쁨, 즉 가치(value)를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정상적인 기능을 해야만 가능하다.

해마의 장소세포(place cell)가 위치를 기억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규명하여 2014년에 존오키프 박사가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수면 전에 학습한 정보를 해마의 세포들이 다시 재생(replay) 혹은 재활성화(reactivation)하면서 기억을 공고하게 다진다는 것 역시 그동안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아쉽게도 해마의 세포들이 어떻게 특정 장소와 결합된 “가치(value)”를 정보화하여 기억하고 다시 필요할 때 적시에 인출하는지에 대한 뇌과학적 설명은 지금까지 어려웠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의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 연구팀은 가치가 다른 서로 다른 장소를 기억하는 학습을 한 쥐의 해마의 장소세포를 측정한 결과, 쥐가 잠을 자거나 멍하니 있는 동안 해마의 중간 부분에 존재하는“장소세포(place cell)”들이 가치가 높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생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가치있는 장소를 기억하는데 핵심적인 기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중간 해마가 특정 장소에서만 활동하는 장소세포를 가질 뿐만 아니라, 가치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또한 그동안 해마 연구는 해마의 모든 하위 영역들은 기능들이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관측이 용이한 배측(dorsal) 해마에만 오로지 집중되었고 중간 해마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인아 교수 연구팀은 중간 해마의 장소세포가 공간의 가치를 표상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쥐를 대상으로 가치 기반 미로학습 과제를 학습시키고 고밀도 전기생리학을 이용하여 배측 해마와 중간 해마의 신경세포 활동을 동시에 기록하여 비교하였다.

그 결과, 연구팀은 쥐가 미로학습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중간 해마에서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서로 다른 장소세포를 발견하였으며, 해마의 뾰족물결파 뇌파와 함께 세포의 활동을 측정하였다. 수면시 나타나는 뾰족물결파 구간 동안 재활성화되는 장소세포를 분석한 결과, 중간 해마에서는 높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장소세포가 낮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장소세포보다 훨씬 더 많이 재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배측 해마에서 일어나는 장소세포의 재활성화는 이러한 장소의 가치와 무관하였다.

연구팀은 가치 기반 미로학습 과제 직후 잠을 자는 동안 동일한 장소세포의 활동을 살펴보았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해마의 리플 구간 동안 높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장소세포는 다른 장소세포보다 재활성화 빈도가 높았다. 특히, 높은 가치를 표상하는 장소세포의 재활성화가 수면시에 많이 발생할수록 다음날 쥐의 미로학습 과제의 학습 속도가 빨라짐을 확인하였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이 장소세포의 재활성화를 통해 장소의 가치 정보가 응고화(consolidation) 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연구에 대해 이인아 교수는 “본 연구는 배측 해마 연구에 치우쳐진 해마 연구 이론의 편협함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으며, 우리가 왜 학습 이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학습한 것에 대해 고찰(reflection)하는 것이 기억에 중요한 것인지 뇌과학적 기전을 밝혔다는 데 특히 의미가 있다. 똬,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해마의 기능 이상을 불러오는 퇴행성 뇌질환에 동반되는 학습 및 기억 장애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뇌과학적 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진승우 박사는 “기존 학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중간 해마의 독자적 기능과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이다. 또한 뇌에서 가치 정보가 학습과 기억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차세대 인공지능에 접목시킴으로써, 뇌의 신경망 작동 방식과 더욱 유사한 인공지능 개발에 원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결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SCI 저널인 ‘Science Advances (IF = 11.7; 2023 JCR)’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지원 사업, 기초연구실 지원 사업, 뇌기능 규명 조절기술 개발사업, 창의도전연구기반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

Selective reactivation of value- and place-dependent information during sharp-wave ripples in the intermediate and dorsal hippocampus

Seung-Woo Jin, Hee-Seung Ha, Inah Lee
(Science Advances, accepted, In press)

중간 해마에는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서로 다른 장소세포들이 있으며, 높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장소세포가 낮은 가치의 장소를 표상하는 장소세포보다 수면시에 해마의 뾰족물결파 발생 구간에서 더 많이 재활성화된다. 또한, 미로학습과제 직후 수면을 취할 때, 높은 가치의 장소를 코딩하는 장소세포가 리플 동안 재활성화되는 빈도는 다음날 동일한 미로학습과제의 학습 속도와 정적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이 장소세포의 재활성화를 통해 장소의 가치가 응고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배측 해마에서는 이와 같은 가치-의존적 재활성화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장소의 가치를 기억하는 것은 중간 해마의 고유한 기능임을 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