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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부 이동환 교수 공동연구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만 빛나는 형광체 개발, 단일 세포 수준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검출"

2022. 10. 5.

[연구필요성]

세포내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서 빛을 내는 성질을 바꾸는 분자를 이용하면 바이러스 감염 초기의 증상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정량적으로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유기합성 화학과 붕소의 배위화학을 이용해서 손쉬운 방법으로 형광분자 골격의 구조적 유연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들 분자는 세포 안에서 자발적으로 소포체에 모여드는 성질이 있고,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단백질과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정량화할 수 있는 형광 세기 증강을 유도하여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24시간 이내에 단일 세포 수준에서 감염의 정도를 구별할 수 있다.

[본문]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동환 교수 연구진은 세포 소기관인 소포체 내의 미세한 환경 변화를 감지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만 밝게 빛나는 형광체를 개발하여 단일 세포 수준에서 조류인플루엔자를 검출하는 방법을 발명했다. 이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준석 교수 연구실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형광 분자의 화학 구조는 발광 특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구조적으로 유연한 형광체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감응하지만, 들뜬 상태의 에너지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할 경우 내놓는 빛의 세기가 약할 수 있다. 반면 단단한 골격을 갖는 형광체는 높은 양자 수율을 갖지만, 구조적 자유도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감응하기 힘들다. 합성화학적 확장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상충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붕소의 배위화학을 이용해 유기분자 골격의 구조적 유연성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형광체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들 분자는 세포 안에서 자발적으로 소포체에 모여드는 성질이 있으며,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단백질과 선택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서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형광 세기 증강을 유도하며,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24시간 이내에 단일 세포 수준에서 감염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연구결과]

이 연구는 분자 형광체의 구조와 광학 특성 사이의 근본적 상관관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기초연구에서 시작했다. 형광 분자가 밝게 빛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파장의 빛을 흡수해야 한다. 이때 빛의 흡수와 방출 사이에 수 나노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데, 분자는 이 짧은 시간 사이에서도 구조를 다양하게 바꾼다. 동적 특성이 큰 형광체는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더 크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데 탁월하다. 반면 동적 특성이 작은 형광체는 발광 이전에 분자 운동에 쓰이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높은 발광 효율을 갖는다. 따라서 응용 목적에 맞는 분자구조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동환 교수 연구진은 하나의 분자 골격에서 간단한 합성적 조작을 통해 화학결합의 회전 특성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계산화학적 모델링과 다양한 분광학적 기법을 이용해서 분자의 형광 특성을 규명했다. 알파벳 대문자 T-자처럼 생긴 이들 분자에는 붕소 원자가 결합할 수 있는 오목한 자리가 두 개 있는데, 여기에 붕소 원자가 들어갈 때마다 분자 운동의 자유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최소한의 합성적 노력만으로도 형광체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전략을 통해, 환경 감응성이 높은 분자 센서의 기능과 높은 양자 수율을 갖는 발광체의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EliF라고 이름 붙인 이들 형광체가 세포 내 환경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화학생물학 분야의 전문가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준석 교수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신기하게도 EliF 분자는 세포 안에서 자발적으로 소포체에 모여드는 성질을 갖는데, 단백체 프로파일링과 생물정보학 분석을 통해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단백질과 EliF 분자가 선택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못 접힌 단백질들이 소포체 내부에 쌓이게 되는데, 이러한 “소포체 스트레스”는 제2형 당뇨병, 퇴행성 신경질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등과 관련된 중요한 세포 내 생리학적 반응이다. 이점에 착안한 공동 연구진은 유세포 분석법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정상 세포에서의 EliF 분자 형광을 비교해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세포 수준에서는 형광 세기가 증가함을 관찰했다. 수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세포 배양과 형광 이미지를 이용해서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하는 방법과 달리 본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단일 세포 수준에서 형광 세기를 통해 감염의 정도를 24시간 이내에 정량화 할 수 있다는 데 차별성과 중요성이 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