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패혈증균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치사율이 약 50%에 달하는 치명적인 병원균으로서 주로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거나 오염된 해수에 상처 부위가 노출되었을 때 감염된다. 특히,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빈발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약 50여 건의 감염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병원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된 환자는 소화관 장애, 용혈성 빈혈 (hemolytic anemia), 패혈증의 증상을 보이지만 많은 임상문헌에서 치명적인 정맥혈전증도 수반된다고 보고되고 있는 반면에 그의 정확한 기전은 알려진 바 없다. 서울대 최상호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패혈증 비브리오균에 의한 정맥혈전증의 발생원인과 유해인자를 규명한 결과를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하여 병원성 미생물의 적혈구를 매개한 혈전생성이라는 새로운 파라다임을 제시하고 발굴된 유해인자 제어를 통한 치료방안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감염을 통하여 혈액내 적혈구와 접촉하면 유해인자 MARTX 독소를 현저히 발현시켜 초기단계에는 별모양의 echinocyte에서 작은 구형의 spherocyte로 형태변화를 일으키며 최종적으로 적혈구 용혈을 유발함을 보였다 (하기 그림 참조). 동시에 적혈구 세포내 칼슘증가를 통하여 caspase-3, scrambrase 효소계를 활성화시켜 세포막에 인지질 PS 노출과 수많은 미세소포 (microvesicle) 생성을 유발함으로써 응집촉진 활성 (pro-coagulant activity)을 일으킨다. 여러 종의 변이 (mutant) 균주를 사용한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MARTX 독소의 세공형성 영역 (pore-forming domain)이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세포내 칼슘 증가를 매개함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분자생물학적 및 형태학적 변화로 시작되어 적혈구 기능의 손상을 유발시킬 수 있음을 혈액응고인자 thrombin 생성, 혈관내피세포 부착, 적혈구 응집 등의 혈전촉진 활성 (pro-thrombotic activity) 증가로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흰쥐 정맥혈전 동물모델에 패혈증 비브리오균을 감염시키면 혈전생성을 용량 의존적으로 증가시킨 반면에 세공형성 영역을 변이시킨 mutant 균주는 대조군과 차이가 없음을 밝혀 in vitro 실험 결과를 동물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기 그림 참조).
본 연구는 비브리오 패혈증균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병원성미생물의 감염도 정맥혈전을 유발한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보고된 다양한 병원성미생물에 대해서도 신규 유해인자 발굴 및 제어방안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연구방향과는 달리 병원성 미생물 감염에 의하여 1) 균주의 유해인자 발굴, 2) 숙주세포의 분자생물학적/형태학적 변화, 3) 혈전과 관련된 숙주 세포기능의 손상, 4) 동물모델에서 검증하는 미생물-숙주-실험동물 간의 입체적 연구의 새로운 파라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병원성 미생물의 혈전질환 기전연구를 통하여 발굴된 유해인자 MARTX 독소를 타겟으로 하여 미생물 유래 혈전 질환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예방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2021K1A3A1A20001134, 창의개발과제 (2021R1I1A1A01049980)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