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현상 조절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RNA 결합자리를 RNA 염기 종류마다 특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김종서 교수·김빛내리 교수 연구팀은 광활성 RNA 표지법과 화학적 RNA 분해법을 접목해, 사람 세포 내 단백질 상에서 RNA와 결합을 형성하는‘RNA 결합자리’를 RNA 염기 종류에 따라 특이적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질량분석 기법을 개발했다. 본 연구결과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단백질간 동적 상호작용을 살아있는 세포 환경에서 단일아미노산 수준의 고해상도로 분석하는 신기술로, 기존 방법으로 규명할 수 없었던 RNA-단백질 상호작용의 동적 변화와 분자적 기전 및 세포 기능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RNA-단백질 상호작용의 원리를 규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종우 연구원(서울대 생명과학부)이 단독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ucations, IF=14.92) 誌에 10월 15일자 온라인판에 출간되었다 (논문명: Photoactivatable ribonucleosides mark base-specific RNA-binding sites).
세포의 정상적인 유전자 발현을 위해, 단백질은 RNA에 붙어 번역 효율, 안정성, 세포 내 위치 등을 조절한다. 이 때 RNA 결합자리는 복잡한 단백질 구조 속에서 RNA와의 결합을 매개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작년에 보고된 본 연구진은 기존 방법론에서는 먼저 254 nm 파장의 자외선(UVC)를 이용 해 RNA 내 유라실과 단백질 사이 교차결합을 형성한다. 이후 단백질은 효소를 이용해 펩타이드로 만들고, RNA는 불산을 이용해 유리딘으로 화학 분해한다. 결과적으로 펩타이드에 결합한 유리딘 조각의 질량을 이용해, 펩타이드 내 개별 아미노산을 RNA 결합자리로 특정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연구에서 사용한 UVC는, 그 유용성과 범용성에도 불구하고 복합적인 RNA-단백질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를 지닌다. 먼저 RNA-단백질 교차결합 형성 효율이 매우 낮다. 또한, 교차결합 가능한 RNA 염기 종류가 유라실 단 하나의 종류로 국한되어 있다.
연구진은 UVC 대신 광활성 RNA 표지법과 365 nm 파장의 자외선(UVA)에 의한 교차결합을 활용해 위와 같은 한계들을 극복했다. 세포 배양을 통해 세포 내 RNA를 4-티오유리딘과 6-티오구아노신 두 종류의 광활성 RNA로 표지한 후, UVA를 이용해 RNA-단백질간의 특이적 교차결합을 유도했다. 이후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가수분해하고 결합되어 있는 긴 RNA의 인산디에스터 결합을 불산 처리를 통해 화학적으로 가수 분해한다. 이 후, 질량분석을 이용해 불산에 의한 광활성 RNA 화학분해 산물의 분자량을 규명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4-티오유리딘과 6-티오구아노신 각각 염기 종류에 해당하는 특이적 RNA 결합자리를 질량분석 기반의 단백체학 기법을 적용해 고효율로 동정해냈다. 또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RNA 결합자리를 포함하는 펩타이드의 정확한 정량을 가능하게 했다.
새로 발견한 광활성 RNA 결합자리 뿐 아니라 기존의 UVC를 이용한 RNA 결합자리까지 망라하여, 연구진은 염기 종류 및 교차결합 방식에 따른 RNA-단백질 상호작용 양상의 차이를 면밀히 규명했다. 나아가 RNA-단백질 복합체 구조 데이터를 접목해, 질량분석으로 규명한 RNA 결합자리가 밝혀진 단백질-RNA 구조와 일치하는 염기 종류와 상호작용함을 확인했다. 또, 단백질의 구조가 불안정하여 기존의 구조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RNA-단백질 상호작용도 RNA 결합자리를 통해 밝혀냈다.
이번에 개발한 질량분석 기법과 새로 동정한 3,000개 이상의 RNA 결합자리 정보는 RNA-단백질 상호작용에 의한 생명 현상 조절 기전의 이해를 돕는 기술 및 자원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광활성 RNA의 대사표지와 최근에 획기적으로 개선된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들을 접목하면, RNA-단백질 상호작용의 동적 변화와 그 분자적 기전을 세밀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