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출혈성대장균은 인간의 신장 기능을 떨어뜨려 흔히 햄버거병이라고도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식중독 감염균이다. 서울대 최상호 교수 연구팀과 이화여대 김병식 교수는 감염균의 유전정보로부터 독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장출혈성대장균의 새로운 독소인자들을 발굴한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논문을 통해 05월 10일 (미국시각 오후 03시) 발표하였다. 이 결과는 기후위기 속 새롭게 출현하는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성 예측과 신종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주로 오염된 소고기, 채소 등의 식품 섭취를 통해 영유아나 고령의 환자를 감염시키며, 신장 기능을 손상시켜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유발한다. 국내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에 의한 환자는 해마다 백 명 넘게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장출혈성대장균은 독소인자인 부착단백질 인티민 (intimin)을 사용하여 인간에게 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어, 지금까지는 유전체 상 인티민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성을 판별해 왔다. 하지만, 2011년 유럽에서 약 3,000명을 감염시켜 50명의 사망자를 낳은 장출혈성대장균은 인티민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변이주들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변이주들에 의한 감염사태는 장출혈성대장균들의 잠재적 독성을 판별하는 기준으로서 새로운 독소인자들을 발굴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본 연구는 유전정보로부터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였다.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은 지금까지 유전정보가 공개된 2,646개의 장출혈성대장균들의 독성 여부를 약 99%의 높은 정확도로 판별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모델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판별할 수 없었던 장출혈성대장균 변이주들의 독성을 정확하게 판별하였다. 나아가 본 연구는 인공지능 모델을 분석해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성 판별에 기준이 되는 새로운 독소인자들도 발굴하였다. 발굴한 새로운 기준 독소인자들 중 상당수는 아직 그 기능이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신규 발굴 기준 독소인자들의 기능을 규명함으로써 장출혈성대장균들의 새로운 발병기전을 제시할 수 있고,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유전정보만으로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였다.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은 지금까지 독성 판별이 불가능했던 장출혈성대장균 변이주들의 독성을 판별할 수 있었다. 또한, 장출혈성대장균에 독성을 부여하는 기준 독소인자들을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장출혈성대장균 뿐만 아니라, 다른 감염균들의 독성을 판별하고 기준 독소인자들을 발굴하기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새로운 연구들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세부과제번호: 2017R1E1A1A01074639)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참여국가 및 기관: 대한민국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