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는 오랜 인류의 꿈이자 생명과학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노화의 원인 뒤에 숨어있는 핵심 기전을 밝혀내, 이러한 난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마련하였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찬희 교수 연구진은 노화세포의 특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조절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노화세포 제어를 통한 노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국제질병분류’에 노화를 공식적으로 포함하여(Code MG2A: Old age) 노화 극복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 바로‘몸속의 좀비세포’라 불리는 노화세포의 제거이다. ‘세포 노화’란 정상세포가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아 분열을 영구히 멈추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는 면역 시스템이 노화세포를 제거하여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러한 면역체계의 감시를 벗어난 노화세포가 축적되며, 이는 암, 심혈관계 질환,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노화연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최근 노화세포 제거 즉‘세노라이시스(senolysis)’를 통해, 노화 및 노화연관 질환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노화세포는 정상세포와는 달리 여러 스트레스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어 잘 죽지 않으며,‘노화연관 분비표현형’이라 불리는 다양한 인자를 분비하여 주변 정상세포를 노화세포 또는 암세포로 변형시킬 수 있는 특성이 있기에 그동안 효율적인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마치 영화 속 좀비처럼 말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노화세포의 특성을 유지하는‘스트레스 지원 네트워크’ 규명을 위해, 세포 노화 반응 시 특이적으로 안정성이 변화되는 인자에 주목하였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선택적 오토파지 표적 발굴 플랫폼’을 새롭게 개발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세포 노화 반응 시 오토파지-세포 내‘핵심 분해 공장’-에 의해 안정성이 크게 감소하는 인자들을 다수 발굴하였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발굴된 인자들의 분해가 노화세포의 활성산소 및 단백질 독성에 대한 스트레스 저항성을 크게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주변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다양한 염증 유발 인자의 분비를 크게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아가 연구진은 각 인자의 선택적 분해를 인위적으로 저해하였을 때, 노화세포는 특유의 좀비 활성을 잃고 정상세포와 유사한 반응을 보임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조절이 대표적 노화연관 질환으로 알려진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조직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강찬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선택적 오토파지 조절을 통해 노화의 주요 원인인 노화세포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세노라이시스 전략 수립에 힘쓸 것”이라며“선택적 오토파지 표적 플랫폼은 암세포의 특성 조절 기전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찬희 교수 연구진이 서울대학교 김종서∙김진홍∙김빛내리 교수 연구진과 협업하여 수행한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사업 및 시스템스 노화기전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았으며,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 셀(Cell)의 자매지인‘디벨롭멘탈 셀(Developmental Cell)’지에 2021년 4월 29일(목)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