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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 Me From What I Want - 예술, 실패한 신화

2024.03.22. ~ 2024.05.26.

Protect Me From What I Want - 예술, 실패한 신화

2024년 03월 22일 - 2024년 05월 26일
서울대학교미술관

나의 욕망에서 나를 구해줘

 

Museology

이 전시는 두 개의 화점(火點)을 스스로 끌어안을 것이다. ‘신화(myth)’와 ‘미술관학(Museology)’. 이 시대야말로 제대로 된 신화의 시대다. 신화화된 자본(주의), 신화화된 소비… . ‘금융자본주의의 테크노바이러스적 확산’ 경계령 같은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과잉자본주의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그 가속에 중독되고 마는 미술이 이 전시의 대상이다. 그리고 중독된 미술을 취급하는 별도의 매뉴얼을 가져야만 한다는 점에서의 미술관학이다. 이 미술관학은 미술관이 낙원의 환상을 조장하는 곳으로 퇴락하는 과정을 직시하고, 미술관 전시가 이달의 히트상품 카탈로그 같은 것으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거나 조장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 외로운 미술관학이다.

 

Myth

현대미술사 노트. 몹시 진화론적으로 보이는 대표적 사례들: 팝아트 : ‘적극 마케팅’이라는 미국 수종에서 열린 과실. yBa: 미국산 팝아트에 잔혹성-잘린 소의 머리와 파리를 기억하자-이라는 현대인문학의 감미료를 첨가해 아카데믹한 인상을 풍기는 영국식 접근. 특히 허스트(Damien Hirst)는 놀라웠다. 신자유주의 지식경제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즉 ‘전략가 + 광고 마스터 + 창조적 경영가’의 살아있는 유형이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지식·문화경제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철학이나 미학이 아니라 광고학이다. 신화의 연금술로서 광고학. 지식·문화는 매 순간 충격적 사건들이 터지는 세상과의 결별 안에서, 마케팅의 수사학과 광고의 영성(spirituality)으로 크게 기울어진다.

이를테면 위대한 게츠비를 정말 위대한 인물로 가공하기, 이 세계에서 도덕적 타락이나 추잡함, 자기모순, 공허 같은 피츠제랄드(F. Scott Key Fitzgerald)식의 반성적 담론은 엄연히 금기(禁忌)다. 그러니 그런 1970년대식 접근 따위로 스스로를 문화적 경력의 파산으로 내모는 어리석음을 경계합시다.(^^) 동시에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Jean Pierre Raynaud)의 말처럼 파리 미술계에서 예술가로 살아남으려면 비관주의자인 척해야 한다. 이 양자 사이에서 잘 해내는 것이 신화 생성의 관건이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1983-85), 전광판 예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작품이다. 과도한 정보의 급류에 휩쓸리는 현대인에 울리는 경종. 하지만 이 작가는 10년 후인 1990년 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작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비판하는 예술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세계를 더 살찌우기, 게다가 윤리성까지 포섭하면서.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 변기를 불후의 신화로 만들어온 역사의 진부한 연장이다.

유효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이 이야기는 다음 주자는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s-Torres)쯤으로 근근이 이어지는 중이다. 자신과 자신의 사망한 애인이 함께 사용했던 침대의 사진을 뉴욕 시내의 거대한 옥외광고판에 전시했던 <무제>(1991)가 그렇다. 상업광고판을 예술용으로 전유했다는 점, 제도영역인 미술관이 아니라 자신의 침대에서 싸웠다는 점을 들어 가까스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제대로 된 성격은 예술이 전장(戰場)이 침대로 제한되었다는 것에 있다. 이런 싸움은 허스트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모범적인 순응양식으로 체계가 좋아하는 접근이다.

 

Prayer

위장된 낙원, 광원 없는 밝음, 행복을 속삭이는 환청, 그것은 모두 세계와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동굴 현상의 일환이다. 이번에는 영국 작가 안토니 미칼레프(Antony Micallef))의 말이다. 이 세계는 “서서히 폭력과 포르노로 변해가는 달콤한 디즈니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상에서 소녀는 이렇게 기도한다: “하느님,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이 끝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 코는 조금 오똑하게 해주시고 가슴은 크게 해주세요.”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