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제목 :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 전시기간 : 2023.01.13.(금)-2023.03.05.(일)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설날 당일 휴관]
□ 전시장소 : 서울대학교미술관 전관
□ 전시작품 : 사진 196 점
□ 참여작가 : 김정일, 김재경, 임정의, 최봉림 (총 4명)
□ 주최 : 서울대학교미술관
□ 문의(대표전화) : 02.880.9504
□ 연계 프로그램
전시 연계 세미나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박상우 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3.02.17.(금) 15:00-16:30
“불모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푸 투안. Yi-Fu Tuan)
"불모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지리심리학 분야의 개척자 이-푸 투안(Yi-Fu Tuan)이 말합니다. 이-푸 투안은 사막에서 "정신과 영혼의 관대함"을 마주했던 경험에 대해 들려줍니다. 한때 풍족함을 누리며 살았던 필리핀과 파나마 제도에 진동했던 "부패와 죽음의 냄새"와는 대조되는 순수와 영원의 느낌을 그는 사막에서 마주합니다. 나는 최봉림의 카메라에 담긴 상도동에서 봉천동으로 이어지는 달동네 능선에서 이-푸 투안이 사막에서 가졌던 것과 같은 것을 느낍니다. 사람에게 정과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과 확실성의 원천이 되는 삶의 터전으로서 공간에 대한 장소애(場所愛), 곧 토포필리아 (Topophilia) 말입니다.
하지만 1960, 70년대 미국인들은 경관에서 경기 호황을, 장소에서 자원과 도시재개발을 보았고, 그때부터 토포필리아는 빠르게 사라져갔습니다. 한국인들도 삶의 터전을 시(詩), 이웃, 놀이, 기쁨, 순수로부터 떼어내는 슬픈 연대기에 가담했습니다. 임정의는 "나의 삶 이상으로 이웃의 삶을 바라보는 방법으로서의 사진"을 선언합니다. 그 이웃이 겪게 될 운명이 김정일 사진의 미학적 막을 형성합니다. 1982년 그러니까 40여 개의 개발지구가 발표되던 그해, 미증유의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었고 빈부의 격차가 통제불능으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에서 삶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특정한 양태를 공유했던 사람들의 공동체인 이웃의 개념은 도시재개발의 명분 아래 소멸의 과정에 들어섰습니다. 공간을 보는 시선의 저온화, 인식의 저하가 그 뒤를 이어 야기되었습니다. 장소를 '누추한 환경' 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하고, 기억에서 삭제하는 인지적 자학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었습니다.(김재경) 인간이 땅과 맺는 관계는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전이 마주하는 진실의 한 자락입니다.
"우리가 휴식을 노동보다 하위에 둔다면, 우리는 신적인 것을 놓치게 됩니다."(한병철) 삶의 장소를 자원과 재개발보다 하위에 두는 것, 고통-가난을 포함하는-을 물질적 풍요의 하위에 두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인은 신적인 것, 곧 우리 삶의 뮈에인(mye-in), 곧 신성하게 하기에서 분리되어 왔습니다.
“개발과 배움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달라이 라마. taa-la'i bla-ma)
"개발과 배움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달라이 라마(taa-la'i bla-ma)는 권합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에 대한 진단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근시안으로는 그런 작업에 임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함하는, 멀리 내다보는 인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더 넓은 전망(展望)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여야 합니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길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같은 길입니다. 이 신성한 앎의 길에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에 할당된 작은 몫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해주신 김정일, 김재경, 임정의, 최봉림 작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