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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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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Science

코로나는 팬데믹(pandemic)이 아니라 신데믹(syndemic)이다

2021.05.28

권준수 교수


권준수 교수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Back to the roots] 그림: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외과 박수진 교수

[Back to the roots] 그림: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외과 박수진 교수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블루’라는 정신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냈지만, 지속적으로 사회생활이 제한되고,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생활이 지속되자 의욕 상실, 우울, 짜증, 불안뿐만 아니고, 힘이 없고 무기력하고 무의미, 무감동, 무가치감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소위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패배감, 열심히 해도 바뀔 수 없다는 냉소적 태도,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허무감으로 빠지게 된다.

한때 K-방역이라고 극찬을 받고 모든 나라들이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여 한때 많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했다. 성공적인 방역으로 금방이라도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벌써 1년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감염병의 게임 체인저는 결국 백신일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에만 기대를 했던 오판도 문제지만, 알 수 없는 백신에 대한 루머로 인해 국민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런지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전 국민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실 가벼운 정도의 우울이나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 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정신과 방문에 대한 낙인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증상의 정도는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약 400-500만 명 정도가 현재 우울 증상을 보인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심각한 상황이며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되면 사회 전체의 활력이 감소하고, 생산성 저하가 계속되어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안 그래도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인한 모임이 금지되어 상당한 수익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번아웃되는 사회현상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경우 여러 문제들이 일어난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가장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곳이 아이들의 발달 문제이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말할 때 입 모양을 볼 수가 없다. 언어 발달은 그냥 소리만으로 소통한다고 발달하지 않고, 소리와 더불어 발달을 위해 입 모양도 중요한 자극이 된다. 따라서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세심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이 또래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사회화과정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인데, 요사이 오프라인에서 이러한 만남이 없어짐으로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작년 9월 Lancet에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신데믹(syndemic)’ 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칼럼이 실린 적이 있다. 단순히 이 병이 바이러스에 의한 병으로 바이러스만 퇴치하면 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질환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경제적, 사회적인 수준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달라 이를 단순한 전염병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신데믹’이라는 말은 1990년대 메릴 싱어(Merrill Singer)라는 의료인류학자가 처음 사용하였는데, 생물학적 접근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병의 예후나 경과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노인, 흑인, 아시아인이나 소수민족 등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단순한 전염병 퇴치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약물이나 백신만으로 해결하기보다, 교육, 고용, 의식주, 환경 등등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인간의 감정, 행동, 생각과 사회에서의 적절한 소통 등이 필요하니, 코로나 사태는 단순한 전염병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로 인한 디지털 접근의 차이 등이 단순한 팬데믹으로서의 코로나와 더불어 신데믹으로의 관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활력을 찾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외부세계와의 소통만으로는 결코 완전치 못하다. 의식보다 훨씬 크고 방대한 자신 내부의 무의식과 교류해야 하고, 무의식이 추구하는 방향이 오히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 줄도 모르는 일이다. 외부의 가치에 최우선을 두고 있었던 그동안의 가치체계가 앞으로는 각 개인의 무의식과 관련된 자신만의 가치체계가 우선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무의식과 대면하기가 겁이 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대할 것이다. 마주보기 힘든, 너무나 큰 고통과 트라우마와 대면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이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기준으로 현재나 미래를 판단하는 소위 뉴노멀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빨리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고 다시 원래의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한다면 향후의 변화를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감염이 ‘신데믹’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든 분야를 점검하고, 미래 사회로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언제 올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현재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코로나 사태가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앞으로 사회생활, 가정생활, 자신의 삶의 목표,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뉴 노멀(New Normal)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다시 적응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급격하게 기존 질서가 파괴되어 가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고 안정화되면 다시 우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해 균형(equilibrium)을 형성하여 안정이 될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기준으로 보아서 더 좋은 방향이든 혹은 나쁜 방향이든 평형을 이루면 다시 조용히 사회는 돌아갈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동안의 바깥으로만 향했던 정신 현상과 획일적인 사회적 가치에서 각자가 개인의 가치와 개인의 철학을 좀 더 넓힐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직접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살아가든 현재의 인간사회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자신의 내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동안 너무 외부로만 향했던 정신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이것만이 앞으로 올 뉴 노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코로나-19 통계/역학
(자료 분석: 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전국 일일 확진자수, 사망자수 및 중증도별 환자수 추이 (2021.5.24 기준)
전국 일일 확진자수, 사망자수 및 중증도별 환자수 추이 (2021.5.24 기준)

코로나19 연구동향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양상: 초기 악화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 분석

Suh HJ, Lee E, Park SW. Clinical Characteristics of COVID-19: Risk Factors for Early Oxygen Requirement after Hospitalization. J Korean Med Sci. 2021 May 17;36(19):e139.

코로나-19 환자는 대비되는 두 가지 임상양상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입원 초기부터 산소요구도가 있는 중증 질환으로 발현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진단 후 임상경과 중 늦게 산소요구도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 연구는 산소요구도가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초기와 후기 악화군으로 분류하여 이 두 임상 군에서 예후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를 분석하였다.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 산소요구도가 있었던 16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하였다. 65세 이상의 노인, 증상발생 후 입원이 5일 이상 지연된 경우, 열감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경우, CRP 수치가 상승한 경우 및 흉부X선 사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 초기에 중증 질환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악화군에서 기계호흡, ECMO, 사망 등의 중증 결과가 유의하게 많이 나타나 예후가 좋지 않았다.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증상발생 후 5일 넘어서 입원하는 경우 초기 악화의 위험이 높았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해당 대상을 집중하여 대응하는 것이 임상적으로도 더 양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경기도 홈케어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 경험

Lee Y, Han JO, Lee H, Lim S. The Development and Operation of a Home Management System during the COVID-19 Pandemic: Experience of the Local Government Gyeonggi-do in Korea. J Korean Med Sci. 2021 May 10;36(18):e134.

한국은 지난 2020년에 3차례의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병상이 부족하여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는 동안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한국의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는 입원 대기 중인 코로나19 양성 환자의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고 가정에서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Home Management System(HMS; 홈케어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경기도가 구성한 HMS 운영단은 의사와 간호사로 편성되어, 양방향 채널을 통해 일 1회 환자의 중증도를 모니터링하고 환자의 필요에 따라 의학적 상담을 제공하였다. 또한 HMS는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조치를 위해 병상분류배정팀과 협력하고 실시간으로 중증도를 모니터링하는 경기도 확진자 건강관리 시스템(G-CoMS)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관리하였다. HMS는 2020년 8월에 1차적으로 181명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었으나, 2020년 12월에 재가동하면서 총 3,707명의 환자를 관리하였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HMS는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의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 가정에서 입원대기중인 환자를 관리함으로써 정부의 코로나19 환자관리체계를 보완하였다. 또한 입원 대기중인 코로나19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 증진, 코로나19 병상의 효율적 관리 및 보건소의 업무 부하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HMS의 경험을 바탕으로 HMS와 자가치료 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상승협력을 이끌어 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