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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전기 학위수여식 식사

2025. 2. 26.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졸업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면 여러분 스스로 설계하고 준비한 인생의 항로를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겠지만, 오늘은 그동안 여러분의 성취를 도와주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과 함께 마음껏 졸업을 자축하길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여러분은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혼란의 시기에 학부와 대학원 생활을 시작해 긴 시간을 보냈을 줄로 압니다. 동료나 교수와 원활하게 교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으리라 짐작합니다. 수업과 연구를 비롯한 학내 주요 활동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적응해나가며 극히 제한된 가능성 안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느라 무척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 긴 터널을 통과해 나온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터득한 지혜와 역량은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하며 여러분의 손을 잡아 준 소중한 분들에게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시길 바랍니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는 중간 매듭이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여러분이 쌓아온 축적과 성장의 시간을 성찰해보는 일이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서울대학교를 발판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도약하는 여러분과 함께 두 가지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용기라는 덕목입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용기 있는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언제부터인가 용기에 대해 말하기가 머쓱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듯합니다. 용기보다는 ‘위험 회피’나 ‘생존’이 일상적 선택을 좌우하는 잣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가치를 공유하기 어려워진 우리 시대의 한 단면입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내면의 용기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주어진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제약을 거부하는 힘, 불확실성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의지의 바탕에는 모두 용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용기는 무모함이 아닙니다. 무턱대고 돌진하는 태도를 용기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용기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가능성의 조건에 대한 섬세한 판단을 전제합니다. 무엇보다 용기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내려진 선택의 결과를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함과 짝을 이룹니다. 용기가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삶의 과정을 인내하고 헤쳐나가는 힘의 원천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중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할 것이고, 그에 따라 여러분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도 더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예측하기 어렵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애석해하지는 마십시오. 열심히 고민하고 성실히 준비하되, 단호히 판단하고 의연하게 대응하십시오.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의 노력은 그 자체가 목적인 인간 고유의 행위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덕목은 ‘함께 사는 삶’의 태도입니다. 타인과 사회는 그저 ‘나’라는 개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내 존재의 근간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이룬 성취 가운데 자기 자신만의 노력이나 역량으로 온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 자문해보십시오. 아마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개인으로 굳건히 설 수 있는 것은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지평에서만 가능합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라는 제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성취는 그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정합성을 가질 때 진정으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환기하려는 것입니다.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겹겹의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이에 비추어 삶의 궤적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가 모일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활력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인 졸업생 여러분!
급속한 시대 변화와 나라 안팎의 격심한 혼란은 우리 모두에게 용기 있는 지성과 공동선을 지향하는 양심의 힘을 요구합니다. 위기가 심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 여러분의 고민이 그만큼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졸업은 학교를 떠나는 일인 동시에 비로소 학교로 돌아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졸업생으로서 여러분은 서울대 동문이라는 정체성을 새로이 공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인의 자긍심을 마음에 품고 용기 있고 다부지게, 그러나 언제나 옆 사람과 함께,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랍니다.

오늘 축사를 해주실 김인권 원장님께서는 ‘용기’와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깊이 체화하고 실천해오신 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하는 것도 용기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머무는 것 또한 커다란 용기임을 알려주신 김 원장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은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에 터를 잡고 종합화를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개교 80주년을 맞이합니다. 국가와 사회, 인류의 미래를 열기 위한 서울대학교의 노력이 한층 절실히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학문공동체’로서 서울대학교는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융합적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여, 모교를 향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모쪼록 여러분의 앞날에 크고 작은 성취와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담당부서/총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