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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년사

2025. 1. 2.

먼저, 지난 12월 29일 발생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큰 슬픔을 당한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학생, 교직원, 동문 여러분,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 위기와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국가적인 위기 상황 앞에서 모든 국민이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고, 그 와중에도 위기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자세 속에서, 우리는 민주적 회복력과 희망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새삼 독선이 아닌 절제와 균형, 그리고 상호존중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봅니다. 지금의 정치적 혼돈은 결국 공론 형성과 국민적 합의 과정, 사법적 절차를 거치며 수습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뿌리 깊은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과 이들이 초래할지 모르는 또 다른 위기에 대한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울대는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혁신과 집단지성의 발현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진취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합니다.

올해는 1975년 종합화된 관악캠퍼스 시대를 연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겨레의 대학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을 지향했던 50년 전 그때의 이상과 취지를 되돌아보며, 또 다른 50년이 지난 후에도 서울대학교의 교육과 집단지성이 우리 사회를 밝히는 진리의 빛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진정한 종합화는 캠퍼스의 통합만이 아니라, 대학의 본분인 교육과 연구에서의 통합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지난 2년간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왔습니다. 서울대학교 대전환의 핵심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개방적 플랫폼 위에서 자유롭고 역동적인 교육과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대학 운영의 제도와 방식, 인프라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 역시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교육 혁신은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서울대학교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시효가 지난 분과학문과 전공의 칸막이를 걷어내고 융합적 고등교육의 혁신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교육의 목표이자 방향입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출범한 첨단융합학부, 올해 공식 출범하는 학부대학이 이러한 혁신의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미래 사회에서 필수적인 공통 핵심 역량, 융합 역량, 글로벌 역량 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학생 여러분이 전문 역량뿐만 아니라 소통과 협업,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등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대학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서울대형 기숙대학 프로그램(Living & Learning) 확대, SNU Commons 조성 등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 간의 교류와 협력, 배움과 경험의 프로그램과 공간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아울러 일상적인 캠퍼스 생활에서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은 연구중심대학 서울대의 중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지속 사업입니다. 특히 기후위기 등 국가와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융복합 연구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미국과 유럽 등의 우수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국제공동연구 플랫폼은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창의성을 높이는 연구 환경 및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며,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 등 대규모의 융복합 프로그램들이 연결되어 활력을 발휘하는 연구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서울대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과 연구 혁신의 성과는 국가 발전의 토대입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SNU Outreach’는 우리가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부단히 확장해야 한다는 책임과 사명을 의미합니다. 작년에 출범한 ‘대학연대 지역인재양성사업단’을 통하여 지역대학과의 협력과 자원 공유 플랫폼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또한 국가미래전략원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지혜를 우리 사회에 제시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서울대 구성원 여러분,
제가 2023년 2월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영광스럽고도 무거운 책임을 맡은 이후, 이러한 목표를 향해 우리 대학의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주신 우리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때로는 낯설고 어려운 혁신의 과정에서 우리 대학의 책임과 사명을 생각하며 묵묵히 맡은 역할을 감당해 주신 모든 구성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모교를 위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동문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동문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희망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서울대의 교육 혁신은 자기 주도적 인재, 융합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것입니다. 초학제적 융복합 연구플랫폼 구축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학문생태계 조성을 선도할 것입니다. 서울대의 존재 이유는 서울대와 사회와의 관계를 확대하고 심화하려는 노력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국가와 사회, 인류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만큼 서울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입니다.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리 서울대학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올해도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실천합시다.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학생, 교직원, 동문 여러분,
2025년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일들 의연히 이루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5년 1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 홍 림

담당부서/총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