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신입생 여러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과정을 함께하신 가족과 친지들께도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신입생 여러분이 인생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막연히 상상하기만 했던 대학 생활이 이제 시작됩니다. 가슴 가득한 지금의 설렘을 소중하게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신입생 여러분!
제가 서울대학교에 재직한 30년 동안 확인한 사실 중 하나는 대학 생활에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 스스로가 각자의 답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신중하게 판단하되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십시오. 주위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판단과 결정이 진정 여러분 자신의 판단과 결정인지를 되물으십시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인간은 틀에 맞춰 제작되어 주어진 작업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고 말합니다. 이제 대학 생활을 막 시작하는 여러분이 그렇게 자유롭게 뻗어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분이 자유로워지기를 적극적으로 의지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생각보다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자립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성취보다는 좌절이 더 빈번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지금 무모해 보이는 생각과 도전이 여러분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만의 답을 찾아 나가시기를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하지만 모든 답이 다 똑같이 좋을 수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 개인의 성취가 이웃과 사회의 안녕을 도외시하면서 이뤄진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한 삶은 사회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타인과의 진정성 있는 공감, 그리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큰 기쁨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주변과 뒤를 돌아볼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나의 삶의 계획이 과연 우리의 시대적 요청과 조화를 이루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감과 판단 능력은 내 삶이 좁게는 나의 가족과 동료, 그리고 넓게는 우리 사회와 인류, 과거와 미래로 길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이것은 요즘 많이 강조되는 소통과 협업 능력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아마 개인의 노력이 바로 결과의 좋고 나쁨으로 연결되는 경험에 익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앞으로 이해하고 또 해결해야 하는 우리 시대의 무수히 많은 난제는 누구 혼자의 힘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 아무리 훌륭한 발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현실에서 빛을 발할 수 없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현재 인류가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변화, 어지러운 국제질서의 변동과 심각한 수위에 도달한 기후 위기 등 무수히 많은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기의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대학은 문제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창의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집합지성의 구심점입니다. 그 중심에 이제 곧 여러분이 서게 됩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도전해야 할 여러분이 장차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가 돕겠습니다.
대학은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창출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도 바뀔 것입니다. 모쪼록 지금까지의 틀과 관성에서 벗어나 넓게 경험하고 많이 배우십시오. 큰 질문을 던지고 용기 있게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혼자가 아님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미리 정해진 길을 알려드리기보다는 여러분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서울대학교가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앞으로의 힘찬 출발을 응원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느끼는 설렘이 우리 사회의 활력과 열정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9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