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서울대학교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청룡처럼, 우리 모두 힘찬 기백으로 역동적 발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해 취임하며 서울대의 대전환을 이루는 혁신에 헌신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오늘, 우리 대학이 과감히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리며 다시 각오를 다집니다.
저는 우리 대학의 최우선 과제가 ‘교육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만 서울대학교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학부대학’ 설립은 그동안 관성적으로 유지해 온 대학 내 칸막이들을 걷어 내고, 미래 사회에 필수적인 공통핵심·융복합 역량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내년 3월부터 우리 학생들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내실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올해 출범하는 첨단융합학부도 이러한 지향 속에서 운영되고 발전할 것입니다. 아울러 학부대학과 첨단융합학부가 기초교양 교육뿐 아니라 전공역량 강화와 학문후속세대 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대학의 ‘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우리 사회의 호응을 얻고, 그 성과가 더 큰 신뢰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구에서 우리 대학은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을 한층 더 높여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글로벌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산-관-학 융복합 연구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연구 역량의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새해에도 이러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여, 보다 더 구체적이고 폭넓은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또한 새해에는 서울대의 행정조직과 운영방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하겠습니다. 교육과 연구, 사회공헌 등 대학의 핵심 활동이 활력을 얻고 도약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 역량의 제고가 필수적입니다. 보다 기민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교육을 늘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행정 서비스의 품격을 높일 것입니다. 규제 위주 행정을 벗어나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인 ‘신뢰 기반 거버넌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서울대 구성원 모두가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2024년은 한 해 뒤에 다가올 서울대 종합화 50주년을 착실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975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종합화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서울대 내 다양한 학문 영역들이 자기중심주의를 넘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서울대는 비로소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과학 이론 중 하나로 창발성(emergent property) 이론이 있습니다. 하부 단위 구성 요소들의 합으로만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특성이 하부 구성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상위의 체계 수준에서 발현된다는 이론입니다. 학제를 초월한 교육과 연구가 가능한 종합대학교인 서울대학교는 혁신과 도약의 창발성이 발현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의 생태계입니다. 다학제적 교육과 공통핵심역량 교육의 확대, 학부대학의 설립, 글로벌 융복합 연구 플랫폼 구축, 유연하고 기민한 행정지원 체제로의 전환은 서울대학교가 창발성을 구현하고 고등교육과 연구 생태계 전반을 일대 혁신하는 과업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를 격려하며 이 역사적 여정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읍시다.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구성원 여러분,
새해의 희망찬 계획과 더불어 한두 가지 말씀을 더 드리는 것으로 새해 첫인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먼저 저와 우리 서울대 구성원 모두가 현재 우리의 위치에 대해 성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명예로운 위상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며 명실상부하게 일구어낸 것인지, 혹여나 그저 관행으로 물려받은 유산은 아닌지 성찰해 봅시다. 우리의 반성은 올바른 시대적, 사회적 소명을 찾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성의 용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용기는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이끄는 힘의 원천입니다. 참된 지성은 질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질문이 답을 추구하는 열망이라면, 용기는 답으로 얻어진 가치를 우리의 삶 속에 실현하는 힘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질문과 성찰을 통해 발견하는 가치와 대의를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미래의 도전에 당당하게 맞서 나갑시다.
서울대 캠퍼스의 교육과 연구의 장에 ‘혁신 생태계’가 자리 잡는 2024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역량을 모읍시다. 새해에도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또 각자의 자리에서 큰 성취를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