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입학식」식사
등록일: 2022. 3. 2. 조회수: 6189
서울대학교 2022학년도 신입생 여러분,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햇수로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유행으로 여러분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대면 입학식 행사를 치르지 못하는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저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년 입학식을 거행해왔던 체육관에서 이 영상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입학생과 학부모님들로 가득 찼어야 할 체육관이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만, 이곳을 포함하여 캠퍼스 곳곳에서 여러분을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가족, 친지, 선생님들께도 축하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방역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분은 대학 입시까지 치르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서울대에 입학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진취적인 도전 정신을 강조하는 이야기보다는 먼저 여러분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입학식은 새 학기를 여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학기부터 우리 대학은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합니다. 물론, 방역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기 전까지는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지난 2년의 비대면 수업을 통해 우리는 대학 내의 여러 공간에서 동급생, 선후배, 조교, 교수,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마주치고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2020년과 2021년에 입학한 학생들도 사실상 처음 본격적인 대면 수업 학기를 맞게 됩니다. 어찌 보면 우리 캠퍼스는 1, 2, 3학년, 세 학년의 학생들을 동시에 새롭게 맞이하는 셈이고, 오늘 입학하는 여러분은 세 배의 동기생이 생기는 셈입니다. 봄의 캠퍼스에 싱그러움과 활기가 넘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무쪼록 대학 생활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대학생으로 첫 발을 내딛는 여러분을 응원하며, 서울대의 생활을 위한 조언 몇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배움을 즐기기 바랍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학점 잘 받으라는 주문이 아닙니다. 대학 생활을 통해 지식뿐 아니라 태도, 관점, 그리고 취향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시대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기 바랍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가치관을 세우고, 창창한 인생을 밀고 나갈 힘이 될 지적, 감성적, 문화적 자양분을 축적하기 바랍니다. 오늘날 대학은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입학을 하면서 선택한 전공만이 아니라 복수전공, 부전공, 자기설계전공제 등을 통해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확장시키고 싶은 분야의 지식에 접근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둘째, 끊임없이 질문하기 바랍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을 의심하기 바랍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각도로 세상을 관찰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 말기 바랍니다. 질문이 없으면 성장도 없습니다. 때로는 발칙한 상상도 해보고 무모한 도전도 해보기 바랍니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입시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것도 칭찬받을 일이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여러분 스스로 그 해답을 찾다 보면 새로운 시야가 열립니다.
셋째, 경계를 넘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문과와 이과 사이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문필가인 찰스 스노는 1959년 케임브리지대 강연에서 문과와 이과를 도저히 섞이지 않는 ‘두 문화’라고 지칭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두 문화’의 간극이 여전하다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아니 변해가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게 더 정확할 듯싶습니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전공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융합주제강좌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자율연구를 통해 학부생도 교수의 지도를 받아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고와 제도의 경계를 허무는 첫걸음을 이곳 서울대에서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넷째, 함께 성장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제 서울대인이 되었습니다. 앞만 보고 나가지 말고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면서 함께 손잡고 전진하기 바랍니다. 인류 공통의 선한 가치들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편견과 차별을 거부하며, 승자의 환호보다 패자의 눈물을 보살피는 가슴 따뜻한 서울대인이 되기 바랍니다. 서울대인은 능력주의의 옹호자가 되기 쉽습니다. 여러분의 능력을 경쟁의 무기나 승리의 자격이 아닌, 공동체와 공유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여기기 바랍니다. 사회적 자본은 사용하고 나눌수록 증폭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양극화 뿐 아니라 이념과 진영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우려됩니다. 여러분은 폭 넓은 시야와 유연한 생각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회 통합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2학번 학생 여러분, 서울대학교에서 배우고, 질문하고, 경계를 넘고, 함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건강하고 행복한 대학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2022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