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후기 학위수여식」식사
등록일: 2021. 8. 27. 조회수: 5712
2021년 졸업생 여러분, 학부모, 교직원, 동문 여러분, 그리고 온라인으로 참석하신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오늘 졸업의 영광을 안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 여러분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석박사 학위를 받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애쓰신 학부모님과 가족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축하드립니다.
학교생활의 마지막 이벤트인 졸업식은 그야말로 최고의 순간입니다. 모쪼록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졸업식에서도 여러분이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다 함께 모여 졸업식을 거행하지 못하는 것이 벌써 네 번째입니다. 대학은 동료 학생들, 선후배,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영감을 얻고, 타협과 조율의 기술을 익히는 광장입니다. 또한 여러 사람들과 값진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러기에 서울대학교는 다가오는 2학기에는 전면적인 대면 수업 실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졸업식도 이전과 같이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최근 상황이 엄중하여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어 이번 졸업식이 특히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면 누구보다 일찍 대학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모두 모여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졸업식에 작년과 올해 졸업생도 초청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 졸업생은 길게는 세 학기 동안 등교 없는 비대면 학기를 겪었습니다. 대학과 교수, 교직원 모두 학생들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였습니다만, 여러분의 아쉬움과 섭섭함을 채울 길 없음을 잘 압니다. 이점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어렵고 생소한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학업에 정진한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특별히 본교에 유학 온 외국인 졸업생들에게 각별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국 타향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들과 고향의 가족들은 멀리 떨어진 채 서로의 상황을 걱정했을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의 결실로 졸업장과 학위를 취득한 것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아울러 이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세계 모든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반드시 종식되고, 우리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에 의한 경제 침체 때문에 사회진출의 기회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사회경제적 회복 과정에서 여러분에게 많은 기회의 창이 열릴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는 코로나 이후 사회적 치유와 국가적 도약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교내 전문가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해 여러 차원의 예측과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오늘 졸업식에는 특별한 졸업장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1970년대에 군사독재에 항거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미등록, 제명 등으로 졸업하지 못한 재일동포 유학생 다섯 분께 서울대학교 명예졸업증서를 드립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미 한국전쟁에서 전사하신 분들과 4.19 혁명 희생자 분들께 명예졸업장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명예졸업증서를 받는 다섯 분을 포함하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다가 뒤늦게 졸업장을 받은 동문도 스물 두 분이 됩니다.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분들, 부당징계와 강제징집 등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분들을 계속 찾아내어, 서울대학교가 그분들을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대 학생에 대해 공부벌레, 이기적인 수재, 심지어 주어진 체제에 순응해 남보다 우위에 서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는 산업, 문화예술, 보건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재 뿐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참여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을 양성해 왔습니다. 기득권에 편승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되거나, 특정 계층에 편중하지 않는 졸업생들을 배출해 온 것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입니다.
물론 부끄럽게도 사회의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는 졸업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서울대학교에 대한 기대와 주목이 크다는 것을 항상 상기하시고, 진리와 정의, 그리고 공정과 형평을 추구하는 노력을 쉼 없이 경주하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능력주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지나친 능력주의는 결과의 불평등과 차별을 묵인하는 태도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취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사회체제의 건전한 기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감사의 마음과 보답하는 태도를 갖기 바랍니다. 남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어떤 위치에 있든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과 나란히 눈을 맞추기 바랍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졸업생 동문 여러분에게 평생 동안 자랑스러운 모교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합니다. 오늘의 졸업식이 입학할 때 기대했던 졸업식의 모습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입학할 때 스스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했으리라 확신합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학교 문을 나서는 여러분은 성취감과 기대감, 그리고 불안감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졸업생 여러분! 자신을 믿고 주위를 돌아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며, 그대 앞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니 두려워 말고 나아가라고 축원하고 싶습니다. 랜선을 통해서도, 이 축원이 여러분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졸업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21년 8월 27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