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입학식」 식사
등록일: 2021. 3. 2. 조회수: 7805
서울대학교 2021학년도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이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 주신 가족, 친지, 선생님들께도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좋은 결실을 맺으시느라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치르게 되어 아쉽습니다만, 서울대 모든 구성원은 2021학번 여러분을 어느 해보다 각별한 마음으로 환영하며, 여러분의 교육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새 식구를 맞는 기쁜 자리에서 대학이 어떤 곳인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인간은 새로운 앎에 대한 무한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작은 나노입자부터 우주까지, 아득한 과거에서 미래까지, 개인의 마음 속부터 78억의 세계까지, 인류는 계속 새로운 것들을 탐구하며 인류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이번 역경도 전지구적인 탐구의 힘으로 극복할 것입니다. 이런 탐구는 “지금, 여기”가 아닌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사고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대학은 바로 이런 창의적 탐구가 본질인 기관입니다.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재를 양성하여 인류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입니다. 특히 21세기는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라 하며, 그러니만큼 더더욱 인간, 사회, 자연에 관한 깊고 새로운 이해가 요구됩니다. 서울대는 대학원생들이 독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그리고 학부생들이 탐구의 기본을 닦고 배움의 즐거움을 체득하여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든 창의적인 인재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교육 목표입니다.
여러분의 서울대 생활에서 세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탐구를 즐겨 주십시오. 탐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탐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 됩니다. 강의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고, 토론의 장에서 매번 발언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보십시오. 책 속에 파묻히고, 친구와 밤을 새워 토론해 보십시오. 탐구에는 이론과 실천이 모두 중요하므로, 교내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복잡한 세상을 체험해 보십시오.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탐구활동에 제약을 받겠지만, 사실 제약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흥미로운 탐구주제입니다.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실수하고 남들 앞에서 창피할 것이 두려워 많은 것을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 모두 실수하는 용기를 자랑스러워하고 박수쳐 주는 서울대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둘째, 여러분 자신을 탐구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경험들이 즐겁고 힘들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여러분의 진실한 모습을 탐구해 보십시오. 우리 자신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 자신을 이해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이런 앎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의 진실한 모습을 좋아하는 진정한 벗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여러분이 어떤 공동체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싶은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속한 공동체들을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습니다. 성숙하지 않은 공동체에서는 개인들의 노력이 존중받지 못하고 원하는 삶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존중받고 도움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존중하고 돕는, 좋은 가치들을 세상에 알리고 실천하며 공동체와 함께 발전하는, 참된 인재로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
셋째, 사실 제 제일 중요한 당부는 마음과 몸의 건강을 지켜 달라는 것입니다. 큰 꿈을 갖고 있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계획으로 탈진하지 않도록, 지나친 경쟁으로 마음이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을 잘 관리해 주십시오. 잘 먹고, 잘 자고, 매일 여가를 마련하여 즐거운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가족분들께도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대학이라는 큰 사회에서 학생들이 외롭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십시오. 대학이 다시 정상화되면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학생들도 많을텐데, 가족의 격려가 가장 큰 힘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를 정립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를 키우는 동안은 당분간 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딪혀 봐야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고,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을 깨우칩니다. 좋은 벗들이 서로 손잡아 줄 것이고, 학교도 돕겠습니다. 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니, 이들이 자유로이 탐구하며 큰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학번 여러분, 이제 새로운 출발입니다. 서울대에서 자유롭게 탐구하며, 진실한 자신을 찾고, 귀한 인연들을 맺으며, 멋있게 성장하길 빕니다. 지난 1년간 역경을 이긴 것처럼 흔들림없이 차분하게 해 나가면 아주 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길에서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며, 각자 또 함께 우리의 공동체들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멋진 미래를 그려봅니다. 행복하고 창의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서울대와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2021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