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전기 학위수여식」식사
등록일: 2021. 2. 26. 조회수: 5416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과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영광스러운 졸업이 있기까지 아낌없이 성원해주신 학부모님과 친지 여러분,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주시고 지원해 주신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학교 밖에서 변함없이 서울대학교를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소정의 공부를 마치고 영예로운 학위를 받아 사회에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날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졸업과 새로운 출발을 함께 축하해주십시오.
여느 해와 같았다면 모두 함께 모여 얼굴을 맞대고 축하의 말을 건넸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서, 직접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온라인 졸업식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졸업생 대부분은 졸업을 앞둔 마지막 1년 동안 대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학우들과 직접적인 교류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비록 지난 1년의 상황이 매우 어려웠지만, 그 기간에도 여러분의 배움은 결코 중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라도 수업이 이루어져 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참여한 수업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아 좌절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면서 차근차근 위기에 대응해 온 과정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배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문 위기를 맞아 의사들은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치료할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 속에서 보다 나은 치료법을 배워나갔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어나갔습니다, 일반 국민들도 어떻게 하면 위기에 보다 잘 대처할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민의식을 한층 더 고양시켜 나갔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대학교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위기를 맞아 교직원들과 학생들 모두 어떠한 대처가 가장 바람직한지를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갔습니다.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초래한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방역의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고민과 시행착오의 과정마저 배움이라는 점에서 무의미했던 시간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배우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잘 배우기 위해서 우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래 안주하지 않습니다. 잘 배우는 사람은 성공으로부터는 물론, 실패로부터도 배웁니다. 좋은 실패는 힘찬 도약의 발판입니다. 좋게 실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배울 수 있게끔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때, 실패는 좌절로 이어지지 않고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집니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이 위기와 격변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새삼 일깨워 준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측하기 어려우며 그만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졸업생들이 첫발을 내딛는 사회란 언제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이 위중했던 한 해의 체험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사회라는 바다를 항해해 나가는 데 귀중한 자양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창의성의 자원으로 바꾸어나갈 역량이 서울대 졸업생 여러분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재학 기간 동안 연마한 지식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위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미 정해진 길에 안주하지 말고, 새 시대를 헤쳐나가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새롭고 과감한 도전이 반드시 고독한 과정만은 아닐 것입니다. 개인의 성취를 넘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아와 사회 간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입니다. 사회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고독하게 매진하는 힘뿐 아니라 타인과 협동하는 역량 또한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끌고 나갈 한국 사회는 현재 양극화와 분열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혹시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있는 인물, 대의(大義)를 잊지 않는 원대한 안목을 가진 큰 그릇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자기 성찰의 자세를 통해서 보다 열린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랍니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졸업 무렵 위기의 시절에 배양했던 배움의 기억이 여러분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21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