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후기 학위수여식 식사
등록일: 2019. 8. 29. 조회수: 5487
2019. 8. 29.(목) 10:30
서울대학교 체육관
2019년 서울대학교 학사, 석사, 박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유학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선 293명의 국제 학생들에게 특별한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졸업생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가족 친지 여러분,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주시고 지원해 주신 교수님들, 직원 여러분, 동문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즐거운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을 것입니다. 저는 연건캠퍼스에서 마지막 졸업식을 한 71학번 입학생입니다. 돌이켜 보면, 20대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치열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즐겁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기대는 크고, 내 자신은 아직 미숙하다고 느끼면서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을 해야 하는 불안감이 버거웠습니다. 여러분도 그랬겠지요. 모두 참 잘 해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내일부터 여러분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30년 후, 50년 후에 여러분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여러분이 일구어 갈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대하며,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항상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선택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결정 앞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내리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특별히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우리는 스스로가 내린 선택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기꺼이 책임지지만, 그렇지 않은 선택에 대해서는 늘 후회하고 타인을 원망할 틈을 엿봅니다.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머물게 하고 불행하게 하죠. 우리 자신을 사랑하며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믿고 그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도 많고, 때로는 마음이 잘못 인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생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일부터 여러분은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러 가지를 새롭게 배워가게 됩니다. 세상은 종종 딜레마와 갈등을 제공하는 어려운 공부의 장(場)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문제는 어려울수록 재미가 있고 우리를 발전시키죠. 평생 어려운 문제들에 도전하며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 혼자서는 이루지 못할 멋진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남들의 성장도 도우며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런 성장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을 신뢰할 수 있는 삶의 안내자가 되도록 키워 주십시오. 서울대에서 연마한 지적 능력과 치열한 탐구 자세가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우리가 큰 사람으로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뜻밖의 선물은 공동체를 이롭게 하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여러분이 이제 내리는 선택들은 직간접으로 여러분 개인 뿐 아니라 남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선택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죠.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 가본 적도 없는 나라, 아직 만나보지 못한 미래도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마음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남의 관점에 서 보고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평생 노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나와 남의 관점과 더불어 우리라는 관점에 서 보도록, 개별 사회들의 입장과 더불어 전체의 입장을 고려하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유로운 마음이 우리의 사회를 한층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서울대와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간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명을 지닌 지성의 전당입니다.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서, 한국 사회와 국민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학으로서, 서울대의 시대적 사명을 깊이 고민하고 서울대가 해야 할 일들을 담대하게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AI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며, 그것이 사회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초래할 변화에 대해 연구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 간 갈등이 고도의 해결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현 시점에서,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스스로의 철학을 견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나갈 때, 서울대도 탁월하고 따뜻한 학문공동체로서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에 더욱 기여하는,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모교가 되겠습니다.
2019년 서울대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앞날에 늘 행운이 가득하길, 그리고 가끔씩 불운이 찾아오더라도 그 안에서 행운의 미소를 보고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있는 서울대인이 되어주길 빕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 세대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년 8월 29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