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식사
등록일: 2019. 3. 5. 조회수: 7838
2019. 3. 4.(월) 11:00
서울대학교 체육관
서울대학교의 새 구성원이 된 신입생 여러분,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원해 주시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가족 친지분들께도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롭게 대학 혹은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서울대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혹은 어떠한 곳이어야 하는지 새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주어진 지식을 기계처럼 암기하는 곳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는 습득한 지식을 사용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곳도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는 좋은 학벌을 가진 이들을 생산해내는 자격증 발행소 역시 아닙니다. 어떠한 기성 지식이나 통념도 자유로이 비판하는, 지적인 도전의 장이 서울대학교입니다.
대학생이 된 여러분은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목전의 목표를 향해 지금까지 힘껏 달려왔겠지요. 그 과정에서 아마도 평생 가장 경직된 시간을 보내왔으리라고 상상합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은, 그래왔던 여러분들이 이제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탐구의 장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떠날 무렵에는, 제대로 배운 것은 없이 학벌에나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롭게 얻은 배움을 날개 삼아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로 훨훨 날아가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한층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대학이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는 곳이라고 해서, 홀로 각자도생하는 곳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배움이 경직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어쩌면 혼자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바를 얻을지 모릅니다. 원하는 바가 취직시험에 합격하는 일에 불과하다면, 어쩌면 혼자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유롭게 진리를 탐구하는 일은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필요로 합니다. 토론이 그 좋은 예입니다. 누군가의 권위적인 설명을 받아 적고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동학들과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토론을 통해서 모두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타인과 협동을 한다는 것이 꼭 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뜻 역시 아닙니다. 대학에서의 협동은 결집된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협동이란, 진리를 자유로이 탐구하고, 그리하여 얻은 배움을 공동체 속에서 실현하기 위하여 연대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배워야 할 곳은 단지 강의실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협동할 대상도 단지 동료 학생만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협동한다는 것은 학생들끼리 협동뿐 아니라, 교수와도, 직원과도, 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곧 서울대학교에서 배움의 장소가 강의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대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생과 학생, 학생과 직원, 교수와 학생, 교수와 직원, 직원과 직원, 교수와 교수 간의 상호 작용 전반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계기들입니다. 강의실뿐 아니라 강의실 너머 학교 전반에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모두 그 배움의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도 여러분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공동체를 이끈다는 것은 주변에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도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능력입니다. 타인의 도움을 바라거든, 자신 역시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합니다. 남들이 자신을 돕고자 열망할 수 있도록, 남을 돕는 것, 이것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는, 눈앞의 취업이나 진학을 생각하며 각자도생하는 곳이 아니라, 평생의 조력자들을 찾는 곳입니다. 자신이 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이 사회를 보다 나은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데 함께 할 조력자, 함께 목표를 만들고 함께 성장할 사람들을 학창 생활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바로 이러한 삶의 동료들을 위해 우리는 각자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책임이 있습니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자극이 되고 모범이 될 책임이 있습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배움의 계기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바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도 않고, 동시에 불신하지도 않으면서, 오늘부터 하루하루를 진리를 향한 열정으로 채워나가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졸업할 즈음에는 눈덩이처럼 커져 있는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그 과정에 함께하겠습니다. 저 역시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면서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자유롭게 그러나 함께 공부하는 탐구의 전당에 오신 여러분을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2019년 3월 4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