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 식사
등록일: 2019. 2. 26. 조회수: 7593
2019. 2. 26.(화) 14:00
서울대학교 체육관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졸업생 여러분께 서울대학교를 대표해서 축하를 드립니다. 특별히 해외에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해서 학위를 마친 국제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졸업생들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과 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주신 교수님들,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직원 여러분,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서울대학교의 발전에 기여해 오신 동문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9년 서울대학교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들 얼굴을 보니, 저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졸업생 여러분의 부모님과 친지 분들도 모두 한 마음이실 것 같습니다. 표정들이 모두 밝으십니다. 여러분 모두 이 자리에서 서로 마음껏 축하하고 자랑스러워해도 좋겠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서울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 절대로 작은 성취가 아닌 것입니다. 다만 이 성과에 안주하지 맙시다. 이 자리를 디딤돌로 삼아 어떻게 나갈지 생각해 봅시다. 또한 자신은 물론 주위를 둘러봅시다. 저는 이렇게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성찰적으로 돌아보는 자세가 서울대인들이 자축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면서 제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간략히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이야기는 들어도, 둘째는 참고, 셋째는 아무도 안 듣는다고 하기에, 두 가지만 준비했습니다. 이 둘마저 서로 연결된 주제입니다. 이 자리는 졸업식 자리이니, 이런 식의 당부를 듣는 것도 아마 이것으로 마지막일 겁니다.
첫 번째는 제 경험에서 나온 메시지입니다. 여러분은 시류에 휩쓸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설정한 성취를 이룰 때까지 매진하기를 바랍니다. 서울대인은 비록 그 일이 어렵고 전망이 불확실할지라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남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일, 남들이 좋겠다는 일이라면, 우리가 굳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이 전망하기에 바람직한 일,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향해서 정진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한 가지 일에 한 가지 방식으로 몰두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여러분의 능력만 믿고, 서울대 졸업장만 믿고, 지금까지 해온 일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꾸준히 배우며 자신의 길을 돌아 봐야 합니다. 자신의 길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성찰적인 자세로 돌아 봐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꾸준히 묻고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배워야 합니다. 서울대 졸업장이 아니라, 서울대에서 배운 이 자세, 즉 항상 돌아보고 새롭게 배우려는 자세가 여러분의 진정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성공이 직장, 모임, 그리고 나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런 기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일단 자신 스스로를 갖추어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정진해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룩한 성과가 여러분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제한된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성공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이룩한 성과를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할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면, 그것을 성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졸업장이 여러분에게 한낱 장식이 될지, 굴레가 될지, 아니면 여러분에 대한 정당한 평판의 일부가 될지 여부가 여러분의 공동체에 대한 기여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 제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말은 ‘서울대 출신은 자기 밖에 몰라’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저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런 말이 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라를 위해 각자 나름대로 기여하면 됩니다. 사회에 진출한 후, 여러분들이 할 일은 서로 다를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우리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식은 같으리라 기대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헌신과 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질 겁니다. 그것은 배운 자로서의 긍지와 겸손함, 그리고 전문가로서 지식과 윤리의식을 반영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시민적 덕성을 발휘하는 일일 겁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제 당부가 없더라도 여러분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여러분 각자 고민했던 내용일 겁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보여주는 표정과 자신감 있는 미소가 이를 입증합니다. 여러분들이 여태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잘 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제 당부의 말씀은 여러분의 자세와 다짐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기 서울대에 남은 사람들, 재학생과 교직원의 자세와 다짐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정진해서, 크게 이룩하고, 공동체에 기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