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등록일: 2017. 3. 2. 조회수: 12094
2017. 3. 2.(목) 11:00
서울대학교 체육관
서울대학교의 새 가족이 된 신입생 여러분,
서울대학교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서울대학교 입학은 여러분의 고귀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정성과 사랑으로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하셔서 서울대학교 입학까지 이끌어 주신 학부모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 모이신 학부모님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부모님이십니다.
신입생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이 서울대학교 가족이 된 첫 날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이자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문의 전당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가족이 되었다는 데 대하여 큰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오늘까지만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이후에는‘서울대학교’라는 단어는 여러분 머릿속에서 지우십시오.
이것이 제가 서울대학교 학생, 그리고 졸업생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선배로서 서울대인이 된 첫 날 후배들에게 드리는 조언입니다.
물론 저 자신도 항상 그렇게 살아 왔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와 함께한 세월의 가르침 속에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수록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로 성장해 가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오늘 입학식이 여러분 인생 최고의 날로 그치게 되고, 그 이후는 오늘보다 못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은 그간 정계·관계·재계를 아울러서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엘리트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여 왔습니다. 우리 졸업생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난관과 역경을 헤쳐 나갈 지혜를 제시하며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지도자로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인들이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됩니다. 서울대인들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바로‘서울대학교’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지우지 못한 서울대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란 이름에 도취되면 오만함과 특권의식이 생기기 쉽습니다. “나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내 안에 생겨납니다. 출세를 위하여 편법을 동원하고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은근히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인에 대하여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이 인재난에 허덕이던 시절에는 서울대인에게 일정부분 특권의식이 용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공부 잘 하는 인재는 우리 사회에서 넘쳐납니다.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학문적 우수성이 절대적 가치를 가지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고등학교 시절에 성적이 좋아 서울대인이 되었다는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를 머릿속에 자꾸만 각인한다면 지나친 자기 확신과 독선에 빠지게 됩니다.“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나는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다”, 이런 진영논리적 사고가 바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상대방을 비방하여 상처를 안겨주면서도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정의롭게 행동하고 있다는 자만과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는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도 중요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귀를 기울이십시오.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르는 리더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합니다.
‘서울대학교’란 이름보다 이에 수반되는 책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교육 예산에서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국비로 지원된 훌륭한 교육여건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여러분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쩌면 여러분 못지않은 자격을 갖춘 누군가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지 못한 인재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십시오. 모든 이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
이제 국가와 세계의 미래를 짊어질 창의적 역량과 의지를 갖춘 시대가 요구하는 흘륭한 인재로 성장하여야 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란 공공성으로 무장된 따뜻한 가슴을 겸비한 ‘선(善)한 인재’입니다. 여러분은 공동체적 가치의 핵심인 공익, 공공성, 그리고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의 바탕 위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한 지식인으로 성장하여야 합니다. 또한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세계시민으로서의 품성을 갖춘 지식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구성원들이 공동체의식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할 때 지구촌 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이 세계 각국의 변화와 문화 동향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SNU in World Program 등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노력 속에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 사고, 단편적 지식을 극복하는 근본적 지성, 사익을 뛰어넘는 공익정신으로 끊임없이 정진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서울대인’이란 이름으로 진정 사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이‘서울대학교’를 잊고 살수록,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서울대학교 출신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래야만 평생 서울대학교의 명성에 기대어 사는 졸업생이 아니라 서울대학교의 명성을 만들어 내는 졸업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준비는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이곳이‘서울대학교’라는 것을 잊고 자신을 갈고 닦으며 겸손함과 열린 사고,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을 기르십시오.
이제 굳건한 선의지(善意志)를 다지며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여러분이 되고자 결심한 지금, 자랑스러운‘SNU 선한 사람들의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서울대학교’를 잊은 여러분들을 통해 서울대학교는 더욱 아름다운 이름으로 세상 속에 기억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선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들어서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2017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성 낙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