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전기 학위수여식
등록일: 2015. 2. 25. 조회수: 16439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그동안 각고면려의 노력으로 졸업의 영광을 안게 된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이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헌신과 열정으로 지도해주신 교수님과 직원 여러분, 그리고 사랑과 정성으로 뒷받침해주신 학부모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내년은 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눈부신 변화의 밑바탕에는 교육에 대한 국민적 성원과 열의가 있었고, 이에 힘입어 서울대학교는 진리탐구와 학문창달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난관과 역경을 헤쳐 나아갈 지혜를 제시하고 실천함과 아울러, 인류 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이바지할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진력해 왔습니다. 여러분은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전통과 교육 환경 속에서 지덕체를 연마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귀한 성과는 여러분이 우리사회와 인류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데 소중한 바탕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면서,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학’, 그리고 ‘세계와 함께 하는 대학’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서울대학교 개교 이래 부단히 추구하고 계승해온 빛나는 학문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세계 학술연구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제고하고, 지식창조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이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의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각자 가정의 자랑이며 우리 사회의 보배입니다. 그것은 여러분 스스로가 본디 뛰어난 인재이기도 하고, 그동안 열과 성을 다해 학문탐구에 정진해 온 덕분입니다. 옛 성현이 이르기를, “학문의 최상의 경지는 지식을 쌓아 이를 좋아하는데 머물지 않고, 깨달아 좋아하는 바를 더불어 즐기는 것이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論語 雍也篇)”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나누고자 합니다.
善意志의 실천으로 다가올 세상의 창조적 주역이 될 졸업생 여러분!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성취지상주의, 배타적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에 기초하여 공동체 의식과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 정신을 사회전체의 기본 가치로 확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사회에서 촉망받고 있는 여러분과 같은 인재들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서울대학교에서 연마한 지성과 덕성은 그 자체로서 매우 소중하고 탁월한 것이지만, 이러한 능력이 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善意志(guter Wille)’의 실천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훌륭한 인재는 지성과 함께 공공성으로 무장된 따뜻한 가슴을 겸비한 ‘선한 인재’입니다. 여러분은 후배들에게 바로 그러한 ‘선한 인재’의 모범을 앞장서서 보여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이 사회로부터 각별한 기대와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공동체를 위해 한층 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자임해야 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포용할 때, 그동안 서울대학교에서 쌓아온 지성과 덕성은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며, 여러분 스스로 공동체의 진정한 보배로 거듭 날 것입니다. 선배의 모범과 후배의 뒷받침으로, 서울대학교가 우리 시대와 사회가 추구하는 발전과 변화의 중심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 모두가 서울대학교의 존재를 존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값진 보배가 될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최근 세계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경제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며, 풍요로운 일부 국가에서조차 미증유의 정치사회적 난국에 처해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추진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국민경제는 청년들에게 마땅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여러분에게서 찾고자 합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창출과 창조적 지식의 실천을 위해 매진해 왔으며, 여러분은 이 학문연구공동체에서 새로운 지식 창조와 가치 실현을 탐색해 왔습니다. 대학에서 탐구하고 깨달은 지식과 가치는 현실에서 실천되어야 하며, 여러분 스스로는 그러한 기회를 직접 개척하고 찾아 나서야 합니다. 국내외의 문제를 근본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성찰하면서 그동안 연마한 역량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여러분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주역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을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졸업생들과 협동적으로 수행한다면, 성공가능성은 배가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서울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완수한 여러분은 이제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는 경이로움과 희망으로만 채워져 있지만은 않습니다. 불확실성과 난관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러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내야 합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그동안 다져온 역량과 지혜, 그리고 패기와 열정을 통해 불확실성에 맞서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굳게 가져야 합니다.
영국의 시인 테니슨이 말했듯이, “우리는 자신이 경험해 온 모든 것의 일부이며 모든 경험은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I am a part of all that I have met; Yet all experience is an arch wherethrough Gleams that untraveled world. Ulysses, Alfred Lord Tennyson)”입니다 여러분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강인한 추진력으로 분투하면 할수록,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평화롭고 윤택해질 것이며 여러분은 물론 그 구성원 모두가 보다 화목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마치 서울대학교에서 우리가 ‘선한 뜻’을 모아 함께 해온 경험이 즐겁고 행복하였고, 그 결과 지금 이 자리에서 서로의 새로움에 괄목상대하며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의 행복을 빌고 있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먼 곳으로부터 물결이 밀려오고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배를 띄울 때입니다. 돛을 높이 올려 푸른 바람을 한껏 품으십시오. 서울대학교는 -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 우리의 자랑이요 보배이며 세계의 선도적 학문연구공동체인 ‘을미청양호(乙未靑羊號)’의 힘찬 출항을 축하하며, 또한 멋지고 보람 가득한 항해를 축원합니다.
서울대학교의 정신과 전통은 졸업생 여러분에 의해 면면히 이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영예로운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영광과 행운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