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년사
등록일: 2012. 1. 1. 조회수: 23773
2012년 신년사
2012년 1월 1일
서울대학교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그리고 언제나 서울대학교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새해의 태양을 맞이하는 서울대인의 마음은 새삼스러운 각오와 다짐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로 거듭나 새로운 역사의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출범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직원과 학생들의 반대와 이어진 토론과정은 우리 대학의 현재를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의 책임 있는 주인인 교수, 직원, 학생들의 충정어린 목소리는 서울대학교 발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그 동안 정부 직할의 교육기관으로서 받아왔던 제도상의 엄격한 제한에서 벗어나 우리의 이상을 시대정신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자율적 교육·연구기관으로 변모할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자율과 책임을 토대로 참된 지식공동체를 이끌어감으로써 국립대학의 위상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가야 합니다. 국민에 대한 책무를 더욱 잘 이행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변화와 쇄신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학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자율적인 교육·연구기관을 확립하는 긴 여정에서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앞으로 부단한 노력과 결단력으로 대학의 자율을 확립하는 사명을 수행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이 구성원의 자기 이익을 방어하는 자기중심적 수단으로 귀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자기 책임을 중시하고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우선시하는 자율이야말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제 대학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정보화의 물결은 대학의 위상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습니다. 대학 밖에서 수많은 정보가 확대·재생산되고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와 담론이 범람할수록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지성인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해집니다. 주체적 시각에서 지식을 소화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사고력과 판단력의 가치, 개별적 정보의 근저를 꿰뚫는 근본적인 지적 탐구의 자세가 더욱더 소중해지는 것입니다.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서의 대학이야말로 객관적이고 책임 있는 지식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외부의 이해관계와 이념의 대립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진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대학의 근본적인 과제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보다 진전된 자율성의 기반 위에서 창조적 지성인의 양성을 위한 ‘기반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타성에 젖은 관습적 학문분류 체계를 넘어서서 기본교양과 인성을 아우르는 교육, 학생들이 심화된 학문연구로 나아가거나 전문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통합적·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교육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문의 철학적 기반을 재점검하고 분자화된 학문체계의 울타리를 넘어 지식생산 체제를 창조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기반교육의 강화는 연구의 수월성 확립, 대학원 교육의 내실화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라는 우리의 또 다른 과제와도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지식과 이성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고 자기 존재의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기반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어야 비로소 전문성 또한 그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기반교육을 통해 다져진 인성과 지성을 토대로 하여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를 내어 놓고 역량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렇게 길러진 참된 인재만이 우리의 갈 길을 똑바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대학 교육개혁의 노력은 개별이익 추구를 뛰어넘어 사회의 공동선을 실현하는 사회적 책무를 완성할 때 그 참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서울대인의 역량은 우리 사회 전체의 지식의 총량과 지성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대학과의 문호개방의 폭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에의 기여와 봉사도 더 높은 수준으로 재정비할 것입니다. 대학 외부와의 지식의 공유와 교류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우리의 열정과 전문성을 살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밝히는 국가미래전략 연구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대학들도 함께 이러한 국가적 사명에 동참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 서울대 학생들은 더 큰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문명 간의 각축전이 더 치열해지는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그 새로운 세상 속에서 우리나라를 현명하게 이끌어갈 사람들은 바로 학생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기성세대가 학생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견문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의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보다 멀리 내다보고 보다 길게 호흡하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확고한 가치관을 단련하기를 당부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각자의 영역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학교당국은 여러분이 자긍심을 가지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격변하는 오늘날의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되물으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합니다. 캠퍼스 밖 세상에 늘 촉수를 열어두고 새로운 문제의식과 시대의 조류를 받아들이는 한편, 캠퍼스 밖으로 끊임없이 지성의 창조적 가치를 일깨우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이 사회가 대학의 가치를 존중하고 ‘대학이 희망’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 봅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