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주년 개교기념식
등록일: 2010. 10. 15. 조회수: 25337
제64주년 개교기념식
존경하는 전임 총장님, 총동창회장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를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의 개교 64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평의원회와 동창회가 서울대 ‘개학연도’를 법관양성소 설립 시점인 1895년으로 정한 것은 우리 서울대학교의 전통과 자부심을 더욱 빛내주는 조치였다고 믿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갖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서울대학교의 역사를 일구어 오신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개교 이래로 우리 학교가 이룩한 발전상은 새삼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해방 직후의 혼란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는 물론 한국경제의 개발연대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서울대학교를 꿋꿋이 지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점이 오늘의 서울대학교를 있게 했다고 믿습니다. 갖은 난관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미래를 꿈꾸어 왔으며, 당시 꿈꾸던 미래가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서울대학교가 한국 사회의 더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앞장설 시기가 도래했으며, 저는 우리 구성원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사회와 대학이 남이 부러워 할 정도로 진전된 위상을 일궈 왔지만, 지금 우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역학 구도가 나날이 변화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도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고, 국가적 성장 잠재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학이, 특히 우리 서울대학교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개교기념일을 맞이하여 저는 다시 한번 ‘대학이 희망이다’ 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대학은 미래를 한발 앞서 비전을 모색하고 국가와 사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지원과 기대에 보답할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냉철한 자기비판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변화를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학부 교육을 내실화해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참일꾼을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학문후속세대를 우리 스스로 양성해서 미래의 학문적 가치를 창조해야하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연구 부문에 대한 혁신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그 결과를 국내외의 대학과 세계시장에 전파할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특히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에 대한 서울대학교의 각별한 관심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에 절실한 과업입니다. 이 모든 것이 세계가 주목하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서울대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오늘 개교기념일을 맞이하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적 책무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만의 대학이 아닙니다. 민족의 대학이며 세계인의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남이야 어떻게 되든 우리만 잘 되기를」바라는 집착과 이기심입니다. 따라서 오늘 저는 ‘함께 하는 미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서울대학교의 모든 가족이 이 제안의 실천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대학이 가진 가장 소중한 힘은 정치적 입장을 뛰어넘어 지식의 힘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지식의 힘이 공존, 공영, 화합 등 지혜의 가치에 뿌리를 내릴 때, 정치적, 이념적, 사회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근원적 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갈등의 원천이 되는 국가 간, 또는 사회 내에 가치의 대립이 있을 때, 대학이 정신적 통합을 통한 가교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졸업생과 구성원들이야말로 이익집단이나 기득권의 플레이어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어려운 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향점을 향도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법인화」라는 대학체제 전환의 과업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이에 관한 법률안을 심의 중이므로 결과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법인화 자체가 아니고 법인화의 기본정신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대 정신이 담아져야하며,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는 자기혁신에 임해야 합니다. 법인화로 인해 발생할 지도 모르는 학내 구성원의 이해 상충과 학문간 불균형의 심화와 같은 어두운 면을 예방할 방안을 치밀하게 구상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서울대학교 가족들 사이에 신뢰로 충만한 통합의 장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학 법인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국립대학의 미래를 결정하고, 나아가서는 다음 세대의 대학 교육의 비젼을 읽을 수 있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안으로는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살림으로써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해야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대학 교육 중흥의 표상이 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구성원들은 혼신의 노력을 함께해야 합니다.
지금 대학교육의 현장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부담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로서) 우리가 언제까지나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간 서울대학교는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지만,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획일적 기준으로 우수한 학생을 많이 선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든 대학이 함께 가능성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대학들 간의 협조체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어 ‘함께하는 미래’를 공동으로 설계하고 실천하는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 국제화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변화와 아시아권의 부상을 관찰하면서 국제화의 패러다임도 변화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류 및 협력 대상을 다변화하면서 아시아 특유의 학문적 담론과 한국의 독자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서울대학교가 아시아 대학들 간의 학문적 가치 창조의 허브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가 서울대학교로 오면 전 세계가 따라 옵니다. 그것이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앞서나가는 길이며, 그것이 서울대학교를 세계의 대학으로 만드는 첩경이라고 믿습니다.
‘함께하는 미래’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헌신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 개교 64주년을 맞이하여 저는 모든 서울대학교의 가족들을 향해 이 작업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우리가 서로 신뢰하면서 협조하고, 주변을 향해 관대한 자세를 취한다면 우리 서울대학교의 미래는 한층 밝아지게 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것은 국가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