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입학식
등록일: 2014. 3. 3. 조회수: 21082
「2014학년도 입학식」식사
2014년 3월 3일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자녀들을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주신 학부모님들께도 특별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울대학교의 새 가족으로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여러분,
우선 우리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기쁨을 마음껏 누리고,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큰 긍지를 느끼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스승들의 가르침 속에 뛰어난 동료 학생들과 마음껏 배우고 토론하며, 진정한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축복받은 길이 여러분 앞에 활짝 열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느끼는 벅찬 기쁨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나아가 인류를 생각하는 이타심과 소명의식을 기반으로 할 때에 진정으로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선배인 정희성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 타오르는 빛의 성전 예 있으니 / 누가 길을 묻거든 /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만약 서울대학교의 가치를 높은 입학점수와 졸업생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명예나 부(富에)서 찾는다면, “관악을 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지금껏 세속의 부나 명예를 넘어선 진리와 정의를 추구해 왔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여러분의 선배들은 연구실에서, 도서관에서, 산업현장에서, 국제무대에서, 민주국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숱한 땀과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들보다 우수한 자질을 부여 받고 남들보다 훌륭한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면, 마땅히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여러분의 많은 선배들이 젊음을 불태웠습니다. 그러한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기에 우리는 벅찬 자랑스러움과 소명의식으로 “관악을 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새롭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은 그러한 자랑스러운 전통에 합류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우리는 서울대학교의 희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봅니다. 여러분 역시 여러분의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우리의 소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설레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니 제가 바로 여러분처럼 서울대학교에 첫 발을 디디던 44년 전이 생각납니다. 지금보다 모든 것이 어려웠던 그 때를 생각하면 여러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그 때보다 더 치열해진 입시경쟁과 취업전망을 생각하면 여러분들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예순 넷이 된 제가 스무 살 시절의 저를 만난 기분으로, 몇 가지 조언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이제 여러분은 어른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매사에 성숙한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성년에 해당하는 만 19세를 이미 맞았거나 곧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여러분을 성인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온전한 인격체임을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더 이상 누가 시키기를 기다린다거나 남의 탓을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성실하게 실행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습관을 견고히 해야 합니다. 일찍부터 그런 태도를 내면화한 사람과, 늦게까지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그 그릇의 크기가 전혀 달라지는 법입니다.
둘째, 배움에 있어서도 주체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가 남이 가르쳐주는 것을 잘 습득하는 것이었다면, 대학에서의 공부는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앞사람들이 남겨 놓은 지식을 열심히 익히는 한편, 그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로서의 ‘나’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공자님도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즉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습니다. 남으로부터 배움과 나 스스로 생각함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학문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혹시 어려움을 겪더라도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서울대학교라는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혜택을 듬뿍 누리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배움의 길에서, 인간관계에서, 또는 각자의 인생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마주칠지도 모릅니다. 멀리 보이는 목표는 너무 멀어 보이고 자신의 힘은 너무 미약하게 느껴져서, 그냥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길은 여러분이 처음 가는 길도 아니고, 여러분이 혼자서 가는 길도 아닙니다. 이미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선배들이 거쳐 갔고 지금도 여러 친구들이 함께 걷고 있는 바로 그 길입니다. 그러니 혼자 가지 마십시오. 훌륭한 스승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와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멀어만 보이던 진리의 빛이 훌쩍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은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보람 있는 시기를 보낼 것입니다. 우리 서울대학교의 모든 교수와 직원들도 합심하여 여러분들이 국가와 사회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부모 여러분들도 우리 새내기들이 책임감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 눈을 들어 관악을 바라보아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