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신년사
등록일: 2013. 12. 30. 조회수: 20665
「2014년 신년사」
2014년 1월 1일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교직원, 학생, 그리고 동문 여러분! 또한 서울대학교를 성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2014년 甲午年 ‘청마’의 새해에 푸른 말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운으로 여러분 모두가 건강과 만복을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국립대학법인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법인화가 시행된지 2년이 지난 지금 국립대학 법인체제의 제도적 기반이 자리잡아가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동안 이 과정에 동참하고 협력해 주신 분들께는 물론 비판과 제언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국립대학법인 전환과정에서 어려움과 한계 역시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국립대학의 체제 속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어느 범위에서 정의하고,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의 논의에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국립대학법인으로서의 새 출발은 서울대학교에 부여된 국가적 책무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의 하나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당면한 미완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슬기롭게 완수해 나가는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 운영의 자율성 못지않게 대학이 학문적 가치를 자율적으로 추구하고 이를 한국사회의 발전과 미래의 번영에 기여하게 하는데 매진해야할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나라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를 지탱할 성장 동력은 답보상태에 머문 가운데 경제적 양극화와 이념적․정치적 대립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양상입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기존 제도와 정책, 이를 추진하는 제도권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진 나머지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강한 희망과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치권을 비롯한 기존의 제도적 장치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과 대결의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하여 대학이 공동체의 신뢰회복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분명한 역할을 자임할 때라고 믿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대학교는 국가 고등교육기관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정립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으로 무장한 참된 인재를 양성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줄 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기존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상호신뢰와 이해, 배려와 나눔의 가치가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통해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에 더욱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남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우선하는 인간존중의 가치를 굳건히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당면한 이와 같은 과업에 접근하기 위해 서울대 가족은 견고한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육·연구 여건의 지속적 개선이나 제도의 정비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학 구성원 모두의 헌신과 적극적 참여입니다. 대학은 전체 구성원들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소통을 통해서 그 결실이 확보되는 가치창조의 지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서울대학교의 패기와 도전정신이 더욱 긴요한 때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각오가 지속적으로 전개될 때 ‘대학이 희망이다’라는 메시지가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갑오년 새 해, 새 아침을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과 과업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 서로 신뢰하고 격려하는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