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토쯔바시대학교 입학식
등록일: 2013. 4. 4. 조회수: 24966
일본 히토쯔바시대학교 입학식
2013년 4월 2일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초청해 주신 수수무 야마우치(Susumu Yamauchi) 총장님과 입학식에 참석해 주신 학부모님과 내외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히토쯔바시대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 명문대학입니다. 특히, 히토쯔바시대학이 추구하고 있는 개방성과 다양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세계의 많은 대학들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야마우치 총장님께서 보티첼리의 ‘春’, 루우벤스의 ‘전쟁의 참사’ 작품을 설명하셨음은 히토쯔바시대학의 과거․현재․미래를 읽을 수 있는 감동적 대목이었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와 한국의 대학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선 것도 히토쯔바시대학의 전통과 정신을 함께 느끼고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근접한 나라이면서도 풀어야 할 여러 현안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우호 선린을 강화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양국 지식인들과 대학이 앞장서야 합니다. 정치인은 정치적 목표를, 기업인은 기업이익의 추구를, 관료들은 관료적 목표의 한계가 있지만 지식인과 대학들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어 양국 간의 보편적 가치를 개발하고 확산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21세기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모색하고 공동번영 추구에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양국 간 상호 신뢰를 견고히 하고 깊은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할 덕(德)의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양국의 대학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러한 대학의 역할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서울대 내에 아시아 문명학부를 설치하고 일본어․일본문화를 교육․연구 단위로 신설하는 결단을 이루어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일본 현대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는 지식인 사회와 대학이 양국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히토쯔바시대학교와 1994년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한 후, 2011년에 양교의 경영대학간 “Campus Asia”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교류협력을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저는 세 가지 관점에서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첫째, 자율적 학습 노력과 능동적 자기 실현(Positive Thinking), 둘째, 종합적이며 균형적 사고와 인본적 가치(Balanced view & Human), 셋째, 나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를 배려하는 넓은 마음과 강한 공동체 의식(We & Sociality)입니다.
대학 입학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목표의 실현에 필요한 역량을 가꾸어나가며,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 노력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타율과 관성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임을 알고, 대학이 부여하는 여건과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합니다.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고민과 문제에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갖고 진취적으로 도전하십시오. 분명 여러분은 밝은 미래를 맞을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에 도전하고 멀지않은 장래에 이를 실현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며 젊은이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대학인의 진정한 자부심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러분들 앞에 펼쳐질 대학생활은 지금까지 해 왔던 공부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학은 주어진 정답만을 학습하는 곳도, 단순히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도 아닙니다. 대학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고 이에 대한 해답을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학문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곳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개척해야 하는 것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한국의 격언이 말해주듯이 폭넓고 깊이 있는 사고로 학업에 임하는 태도가 절실합니다. 수준 높은 교양인이 되기 위한 자질을 부단히 연마해야 합니다. 다양한 학문 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지적 호기심과 융합적 상상력, 그리고 다양한 가치를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참다운 휴머니즘을 익히고 가꾸는 일 또한 대학인의 당연한 소명입니다. 인간의 존재 의미를 고뇌하고 삶의 궁극적 가치를 성찰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러분은 끝없는 자기실현을 향한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이 지식 탐구의 주체로서 관심 있는 주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사물과 현상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학습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객관적 입장을 지키면서, 자신이 조명하는 주관적 가치관을 아울러 키워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창조적 가치와 비판적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통한 수업은 여러분이 지식과 지혜를 넓힐 수 있는 계기일 뿐이며 필요조건에 불과합니다. 강의실에서 얻은 지식을 여러분 스스로 심화·확산시켜야 합니다. 배운 지식을 스스로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이 지식을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으며, 이럴 때 여러분이 습득한 지식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대학은 사회에 희망의 불빛을 던져주고 함께 하는 미래를 설계하는 원동력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대학의 발전 없이는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사회의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대학은 늘 제 자리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웃과 공동체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까지도 고민할 수 있는 히토쯔바시대생이 되기 바랍니다.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은 지식탐구에 매진하면서도 나누고 배려하는 노력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앞장서되 뒤를 바라볼 수 있고, 달려가되 넘어진 자도 부축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따뜻한 심성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처럼 우수한 두뇌를 갖고 선택된 인재들이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누가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공동체를 선도할 책임 있는 청년 지식인으로서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참된 노력은 히토쯔바시대학의 자부심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밝은 미래, 그리고 인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히토쯔바시대학의 상징인 메리크리우스 지팡이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미래의 인재가 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은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보람 있는 시기를 보낼 것입니다. 먼 훗날 뒤돌아보면 대학시절만한 인생의 황금기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보다 긴 안목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꿈은 실현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