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제64회) 학위수여식사
등록일: 2010. 4. 20. 조회수: 25184
2009학년도(제64회) 학위수여식사
2010년 2월 26일(금) 14:00~ 종합체육관
존경하는 전임총장님, 총동창회장님, 내외 귀빈 그리고 교직원과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오늘 서울대학교는 4,848 명의 새로운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보람찬 학업의 결실을 맺고 영예로운 학위를 받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오늘, 이처럼 소중한 자리를 함께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학업에 정진하여 오늘과 같은 성취를 이룬 졸업생 여러분에게 총장으로서 서울대학교 가족 모두를 대표하여 크나 큰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을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우고 가르쳐 오신 학부모님과 교직원 여러분께도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올해는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한 해입니다. 한일 합병 100년, 해방 65년, 한국전쟁 60년,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열강들의 틈에 끼여 한때 나라를 잃는 아픔도 겪었고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은 우리나라가 불과 6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눈부시게 성장하여 이제는 다른 어려운 나라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책임 있는 지성인들을 배출함으로써 이 빛나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소명을 다하기 위해 헌신해 왔기에 우리는 온 국민들의 염원과 기대, 성원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이러한 역사는 면면히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졸업생 여러분들이 이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하여 인류 번영에 기여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새천년에 접어든 지도 벌써 십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발전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할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세계는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모방과 추격 발전을 우선으로 삼는 신흥공업국으로서가 아니라,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선진국가로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갈 책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계가 급속히 변화하고 우리나라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지면서, 그동안 가장 성공적인 ‘겨레의 대학’ 으로 자리매김했던 서울대학교도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 역사적 변환기에 선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고 세계 인류의 보편적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서울대다움’ 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서울대다움’은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에서 우리 서울대인 스스로 피땀 흘려 구축해 온 것입니다. 이 ‘서울대다움’의 원천은 창의적, 실천적 지성입니다. 우리 학교는 창의적 지식을 끊임없이 생산함으로써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정의를 세움으로써 이 나라의 민주화와 성숙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은 세계 어느 대학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기반 위에서 지금 우리는 자유와 개방의 정신, 인간성에 대한 이해와 인류공동체를 위한 봉사로 ‘서울대다움’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학문적 성취와 인류에 대한 배려를 총합함으로써 세계를 향해 새로운 지성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세계의 다른 대학들과 차별화되게 서울대학교의 교격(校格)을 높여 나아감으로써 우리나라의 국격을 더욱 높이고,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대학으로 비상하고자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교육, 연구, 봉사 등 모든 영역에서 거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면, 우리가 구현하려는 ‘서울대다움’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바로 이러한 ‘서울대다움’의 담지자입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통해 ‘서울대다움’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여러분에게 수여되는 졸업장은 단순히 지난 대학생활의 마무리를 축하하거나 향후 일신의 성공을 기약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수여하는 학사․석사․박사의 학위기는 바로 실천적 지성인으로서 세계에 봉사할 것을 약속하는 신성한 증표입니다. 오늘의 졸업은 미래를 향한 이러한 과감한 도전의 새로운 출발점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서울대인으로서의 격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서울대인들이 격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익혀야 합니다. 메마른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따뜻한 심성으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해야 합니다. 리더가 되려는 자는 먼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을 부단히 가꾸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배움에 힘써야 합니다.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졸업생 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하는 졸업생들도 평생에 걸쳐 늘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고도화된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적 소양 뿐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소통과 융합에 필요한 지식을 폭넓게 쌓아가야 합니다. 배움의 길에는 끝도 없고 왕도도 따로 없으며, 졸업은 배움의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글로벌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쌓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대학생활을 통해 지식이나 인격 면에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지식과 따뜻한 마음을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저는 빼어난 잠재력을 지닌 여러분이 편협한 경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무한히 넓은 세계와 소통하고 보다 멀리 보면서 부단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창의적 사고와 실천적 지혜를 두루 갖춘 지성인으로서 우리나라와 세계인류를 위해 남다른 기여를 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여러분의 그 자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졸업 후에도 관악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각오를 늘 새로이 하기를 당부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고, 여러분 앞날에 무한한 축복과 영광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 2. 26
서울대학교 총장 이장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