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개교기념식 기념사 (2009.10.13)
등록일: 2010. 4. 20. 조회수: 25694
제63주년 개교기념식 기념사
존경하는 전임 총장님, 총동창회장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를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오늘 우리는 서울대학교 개교 63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1895년 법과대학의 전신인 법관양성소로 시작한 이후 1946년 여러 대학을 통합하여 하나의 국립대학교로 출범한 우리 학교는 지난 60여 성상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명실 공히 ‘겨레의 대학’으로 우뚝 섰을 뿐 아니라 이제 21세기 미래 세계를 선도할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온 국민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 속에 서울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헌신적 노력을 다한 덕분입니다. 특히 오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수상하시는 김성태 선생님, 노신영 전 국무총리님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과 같은 훌륭하신 동문들 덕분입니다.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개교기념일인 오늘,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결단의 역사적 순간에 서 있습니다. 지금 세계의 명문 대학들은 미래 지식사회를 주도하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국제적 평가기관들이 이 경쟁의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소수의 초일류 대학들이 미래의 지식 창출을 주도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들은 여기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이 전지구적인 경쟁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지난 수년간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 앞으로도 지속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만족하고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오늘 우리가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은 우리 겨레가, 그리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석학과 인재들이 몰려들고, 세계적 석학, 노벨상급 학자들과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는 최정상급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이러한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명문 대학에 뒤쳐지지 않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시대를 앞서 가는 융․복합 학문의 발전을 위해 전공이수제도를 다양화했고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자유전공학부를 설립하는 등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안정적인 교육 및 연구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시설 확충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법학도서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롯데국제교육관 등이 새로이 문을 열었고, 17,000평의 종합교육연구단지, 대림국제관, SPC연구동, 신축 기숙사, 해동도서관 등이 내년 상반기에 개관될 예정입니다. 광교 차세대융합기술원 개원, 90만평의 평창 그린바이오연구단지 착공과 함께 인천 청라의 BT 및 IT 복합연구단지, 시흥 국제캠퍼스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과 소외된 지역을 배려하고 학생 구성의 다양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 개선을 이루어 왔고, 이에 따라 전국의 963개 고등학교 졸업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립대학이 가지는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를 설립하여 우리가 지닌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많은 동문들과 후원인들이 호응하여 학교 발전기금의 규모가 크게 증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울대학교는 그동안 축적한 창의적 역량을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고 이를 사회와 인류를 위해 나누는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실천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SNU 멘토링, 취업역량강화과정, 경영능력향상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동반자 사회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전국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 다문화가정 봉사단체인 ‘SNUPISA’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에 봉사하는 인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 부문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외국인 교수의 수가 이제 200여 명으로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교류협정도 지난 3년간 두 배로 증가하여 700여 개에 달하게 되었으며, 해외 대학들과의 수준 높은 공동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캠퍼스에는 2000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고, 13퍼센트의 강의가 외국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넓은 세계와 직접 소통하며 세계 인류에 봉사하는 대학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과 성과만으로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의 도약을 저해하는 구태의연한 틀을 과감히 깨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동력은 결국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대학의 생명은 자율성입니다. 교육과 연구, 봉사 등 대학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는 대학 스스로가 미래 비전을 가지고 구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 스스로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법인화 문제는 이처럼 소중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역량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획기적인 패러다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법인화는 서울대학교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 국립대학교의 틀 속에서 안주해 왔습니다. 그 틀은 한편으로는 안정성을 보장해 주었지만, 동시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교육행정의 경직화를 초래하여 급변하는 환경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제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해야 하는 서울대학교로서는 대학 발전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법인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래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법인화 수용 여부 그 자체보다는 법인화라는 틀 안에 실질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최대한 자율성을 확보하되, 학문 공동체가 상업화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외부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부작용이 없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립대학이 법인화가 되어도 대학의 설립자인 국가는 마땅히 충분한 재정적 지원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토대 위에서 대학 스스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법인화의 취지인 것입니다.
법인화가 되어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면, 우리 서울대학교는 미래의 대학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육, 연구, 행정의 보다 공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교수 개개인의 연구 자율성과 연구역량을 극대화하고, 기초학문과 보호학문에 대해 보다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학문 풍토와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조화 속에 학제적 연구와 학문 융합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교수들의 경력과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갖추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산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와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혁신하여 우리 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비롯해서 입시제도 개선 방안도 우리 스스로 마련하여 다양한 환경과 지역의 잠재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개혁을 통하여 중․고등학교 교육을 올바른 궤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화된 캠퍼스에서 우리 학생들이 저렴한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및 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여 창의적 역량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학문후속세대를 우리 손으로 양성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교직원들도 선진화된 대학을 운영할, 전문성을 갖춘 교육행정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안정적 기반 위에서 우리 교직원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서울대학교는 시대와 세계를 앞서 가는 창의적 지식을 생산하여 국가 발전을 선도하고, 공동체를 배려하는 실천적 지성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이 명예로운 소명을 가장 잘 수행하는 길은 자율성을 확보하여 세계의 대학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서울대학교는 말 그대로 서울대학교다운 자긍심을 지니고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진정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인류에 공헌하는 도약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미래 초일류 대학을 향한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오늘이 있기까지 선학․선배․동료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는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더 영광스러운 미래를 위해 또 다시 힘찬 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사명이 있고 이루어야 할 꿈이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겨레와 함께 세계 최정상에 이르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