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입학식사 (2009. 3. 2)
등록일: 2009. 6. 9. 조회수: 16581
2009학년도 입학식사
오늘 우리 서울대학교가 새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재목들을 정성들여 키워 내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하신 존경하는 총동창회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오늘 이 영예로운 입학은 그동안 여러분이 기울인 노력의 값진 결실이며 동시에 가족과 학교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의 정성과 배려 덕분입니다. 오늘의 감사하는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여 이웃과 사회에 보답하고자 하는 자세를 늘 견지해 나가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지금 우리 서울대학교는 ‘겨레의 대학’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력 등 각종 지표는 이미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를 선도할 창의적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개방과 융합을 지향하는 교육과 연구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기초교양교육을 더욱 강화하였고, 복수전공, 연계․연합전공, 학생설계전공 등 다양한 전공이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 우수한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국제교류 기회도 한층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은 우리 학교가 창의적 지식 생산을 위한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우리 대학의 이러한 원대한 도전에 신입생 여러분들도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 무한한 지적 호기심을 지니고, 우리 인류가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진취적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학생, 바로 이것이 우리 서울대학교가 모든 열정을 쏟아 키우려는 인재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진하는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러한 도전을 꿈꾸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누구나 부러워할 특권을 부여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특권은 여러분이 지적, 문화적 보고인 서울대학교에서 학문 세계의 삼매경에 푹 빠져들 때에만, 그리고 이 지성의 공동체가 제공하는 수많은 배움의 기회를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자랑인 규장각에는 숙종대왕의 이런 아름다운 시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지혜를 기르려면 배움만 한 것이 없는 법, 아름다운 옥을 만들려면 절차탁마가 꼭 필요하다네. 학문의 깊은 뜻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겠는가? 스승을 가까이하여 자주 물어야 한다네.” 그렇습니다.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훌륭한 교수님과 선배 그리고 동료들과의 만남 속에서 여러분은 지적 성숙의 무한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쌓은 지식을 실천적 지혜로 승화시키는 ‘성찰적 지성인’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큰 고통을 몰고 온 이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한한 탐욕과 경쟁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함몰되어 그것들이 인류사회에 어떠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탐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의 책임도 큽니다. 이제 대학이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면, 환경 생태 문제나 인본주의의 위기와 같은, 세계인류가 당면한 근본적이고 전지구적인 문제들에 대해 실천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창의적 연구뿐 아니라 성찰적 지성의 함양을 통해 인류사회의 보편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신입생 여러분도 대학 생활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과 소양을 키우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이 성찰적 지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지적 훈련 을 넘어서서, 고고한 독선(獨善)이 아닌 남과 더불어 바르게 사는 겸선(兼善)의 마음가짐을 키워야 합니다. 독선과 오만으로 끝없이 남을 이겨야겠다는 극한 경쟁의 논리가 오늘날 우리 인류를 불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독선과 경쟁을 넘어서 겸선과 조화를 추구하고, ‘너’와 ‘나’가 아닌 ‘우리’ 모두로서 어우러져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동반자 사회’(social companionship)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위기로 인하여 우리의 이웃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우리 대학은 일만 명이 넘는 우리 학생들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멘토-멘티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도록 주선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울대인들은 각자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것과 함께,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위대한 전통을 일구어 왔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도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따뜻이 보듬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우뚝 서 주기를 바랍니다.
신입생 여러분!
학문과 지성의 전당에 입학하는 오늘, 여러분의 각오 또한 매우 새로울 것입니다. 대학 생활 내내 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랍니다. 치열한 고민 속에서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과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뜨거운 열정으로 학문에 정진하고, 시야를 넓혀 미래를 꿈꾸며 세계를 지향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바로 우리 모두의 희망임을 가슴 깊이 새기고, 배우고 인격을 도야하는 데 매진해 주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아름다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이장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