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주년 개교기념식 기념사 (2008.10.14)
등록일: 2008. 10. 14. 조회수: 17132
제62주년 개교기념식 기념사
10월 14일(화) 11:00 문화관 중강당
존경하는 전임 총장님, 총동창회장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를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우리는 오늘 서울대학교 개교 62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처럼 기쁘고 명예로운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0여 년 간, 서울대학교에 보내주신 온 국민의 한결같은 기대와 격려, 그리고 여러분들의 사랑과 헌신 덕분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수상하신 여러분들께도 서울대학교 가족 모두의 마음을 모아 축하를 드립니다.
서울대학교는, 개교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학문과 지성의 중추로서 지식 창조와 인재양성에 매진하여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선도하여 왔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바와 같이 한국은 20세기에 가장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한국이 일궈낸 ‘20세기의 기적’에 기여해온 소중한 국민적 자산입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선배들이 쌓아 온 빛나는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한층 더 과감하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대학은 21세기 정보지식사회를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고,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우리의 발전역량을 높이는 지식발전소이며, 인문적 지성, 과학과 예술정신을 함양하는 문화의 도량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수한 인재와, 공동체적 이익을 중시하고 봉사정신에 충만한 실천적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한국사회의 번영과 겨레의 미래는 우리 서울대학교의 어깨에 달려있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는 바입니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많은 면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교수업적평가와 연구․교육역량을 강화하는 선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로 올해 우리 대학의 학문적 역량은 세계 50위로 평가받았고,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 게재 수는 세계 24위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기업 대표 배출 실적에 있어서도 세계 16위에 올랐습니다.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에서도 세계 일류 대학과 겨룰 정도가 되었습니다. 600개에 달하는 외국 유수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고, 학생, 교수의 교류를 비롯, 공동학위제, 공동원격 강의, 국제협력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우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하계강좌, 국제학술회의, 워크숍, 초청강연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통하여 우리 대학의 연구․교육의 역량과 지평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교수와 학생의 구성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지역균형과 기회균등전형을 통하여 형평성을 높였으며,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서 융합적, 혁신적 학문을 선호하는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혔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를 상쇄하는 전형방법을 연구하고 다양한 계층의 학생이 골고루 선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국립대학의 정신입니다. 교수의 구성도 다기화 할 것입니다. 특히 외국교수의 비율을 높여 학생들이 외국문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벌써 우리 대학에는 약 80명의 수준 높은 외국인 교수들과 2,0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글로벌 캠퍼스로 변모했습니다.
이와 함께 교과과정의 혁신도 중요합니다. 단선적 교과과정을 탈피하고 연합, 연계, 자기설계 등 교과과정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으며, 기초교육원과 공공리더십 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을 강화하는데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미 세계무대로 나아가 41개국의 유명대학에서 강의 및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적인 석학들이 강의하는 국제하계강좌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고, 해외 인턴십, 글로벌 탤런트 프로그램, 그리고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 등 국제연수 프로그램들을 통해 미래지향적 안목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멀티캠퍼스와 지역혁신 클러스터 연구단지 등을 구축하여 연구․교육역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융합적, 창의적 미래 학문을 선도하는 차세대 기술융합단지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자유전공학부, 범학문통합연구소를 신설해서 점증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으며, 융·복합교육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처럼 세계적 수준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을 이루어내고, 학문간 벽을 초월한 창의적 융합과 국제화 노력에 적극 동참해주신 교수, 직원, 학생 모두와 모교의 이러한 혁신 노력에 대해 변함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동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겨레의 대학’을 자임해온 서울대학교는 21세기에는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세계 지식의 허브’로서 선진 한국의 새 지평을 열고 세계 인류의 삶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미래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세계의 대학들은 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세계 50위안에 들었다고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닙니다. 총장으로서 저는 남은 재임기간에 서울대학교를 ‘세계의 지식허브’로 만드는 시대적 과제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우선, 무엇보다 서울대학교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서울대 노벨상 프로젝트”(SNU Nobel Prize Project)를 추진하겠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이 벌써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없습니다. 교직원, 동문, 독지가들 간 긴밀한 지원망을 구성하여 용의주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서울대 교수와 졸업생들이 국민적 여망인 노벨상 수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장기적 기획이 필요합니다.
대학조직과 거버넌스의 구조개혁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우리의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성공을 가져온 조직, 제도, 규제는 이제 효율성을 잃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난 시대의 성공을 이끈 제도를 고쳐야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이른바 ‘성공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과제를 완수하는 데에는 개방성, 유연성, 수월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외국의 문물과 인재들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제도’가 바로 개방성입니다. 우리의 학생들이 이웃과 공동체,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공존의 지혜와 지식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을 갖게 될 때 비로소 개방성을 갖췄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난 시대에 우리가 안주했던 학문간 경계와 분리적 태도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융·복합적 연구와 교육이 불가능합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서 학문단위, 학문집단 간 언제든지 협력하고 조직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 이것이 유연성입니다.
셋째, 대학은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미래 세계가 당면할 범인류적 과제들을 헤쳐 나아가는 성찰적 지성의 산실입니다. 첨단과학, 성찰적 지성, 문화와 예술 감각을 동시에 높이는 것, 그리하여 한국사회를 넘어 인류가 당면한 세기적 과제를 풀어내는 역량이 바로 수월성입니다.
총장으로서 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성은 대학조직의 개방성, 유연성, 수월성을 높이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 대학들이 당면한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대학은 이에 적합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대학의 자율적 거버넌스(governance) 체제 구축은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는 것이며,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도 이러한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서울대학교의 자주적 역량이 조화롭게 결합된 실질적 대학법인화야말로 세계적 수월성과 인류를 향한 책임성을 모두 갖춘 ‘미래의 대학’을 구축하는 가장 실효성 높은 방안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대한민국과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해야 하는 서울대학교의 사명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서울대학교는 지식사회를 이끌어 갈 창의적 지식의 보고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며, 지속가능한 인류 사회를 만들어갈 미래적 인간을 길러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서울대인 모두가 기꺼이 받아들인 시대적 소명입니다. 교수, 학생, 직원 여러분들이 서울대의 주인입니다. 시대적 소명을 실천하는 매뉴얼은 여러분들의 손에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세계의 대학,’ ‘세계의 지식허브’로 만들기 위해 우리 서울대인 모두 힘을 합쳐 힘찬 전진을 계속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