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입학식사 (2008.3.3)
등록일: 2008. 4. 7. 조회수: 20779
2008학년도 입학식사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신입생이 있기까지 정성으로 키워주신 학부모님께도 축하를 드립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이곳에 오기까지 여러분들이 기울인 각고의 노력은 무엇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입학은 노력의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기에 종전과 같은 자세로 정진해줄 것을 믿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들이 오늘 입학하는 서울대학교는 세계유수의 지적 전당입니다. 대학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고등의 지적 체계를 세우는 곳입니다. 대학에서는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연마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며 그 차원을 높이고, 한편으로는 다른 차원으로 자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넘어 창조적 상상력으로 자신을 가다듬고, 타인과 사회와 국가로 연결 짓는 계기를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아시듯이 인간은 사물과 현상을 (1) 관찰하고(observation), (2) 느끼고(feeling), (3) 상상하고(imagination), (4) 설계하고(design), (5) 적용하고 실천하며(application & practice) 삽니다. 이 과정에는 무의식이 개입되기도 하고 편견과 경험이 보태지기도 합니다. 대학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또는 비합리적인가를 가리고, 이들 여러 부문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대학에서 여러분들은 지식이 객관적으로만 비교될 수 없고, 동시에 결정적으로 반증될 수만도 없다는 입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직관과 수렴을 존중하며 상대주의와 자연주의를 만나게 되고, 메타과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깊이와 넓이와 균형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신입생 여러분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서울대학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상아탑의 내용을 보다 풍요롭게 채우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개방과 융화’의 정신으로 학문 분야와 국가의 경계를 뛰어 넘는 교육과 연구체계를 확립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정상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의 내용을 미래 패러다임에 맞게 다양화 시키면서도 깊이를 더 해가는 동시에, 기억, 이성, 상상이 토대가 된 학문의 세계를 21세기에 맞도록 융합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인류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물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혁신과 발전을 모토로 하되, 그 중심에 사람과 환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지식을 탐구하여 널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에도 앞장설 것입니다.
대학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여러분들의 눈은 현재,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정신은 미래와 세계를 지향하고 나아가 태양계를 벗어나 더 큰 우주와도 조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가 그 토대와 계기를 마련해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전과 다른 다양한 지적, 문화적 보고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매년 국내․외 1,000여개 고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받는 이곳은 수많은 생각과 실천이 생동하는 곳입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들 간에는 경계도 있고 선호도도 있겠으나, 이것이 이성을 넘어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그 깊이와 폭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학문세계의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야 말로 지금 여러분에게 주어진 특권입니다. 또한 학문은 시대성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주인공인 여러분들이 미래를 위한 예지를 보태야 합니다.
이런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의 고민이나 한계도 없지 않습니다. 외국 명문 대학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강좌 및 공동학위 추진과 외국인 교수의 대폭 충원, 외국어 강의의 증설 등 대학의 국제화에 대한 요구는 날로 급증하고 있고, 교육 환경 혁신과 기초교육의 내실화 문제 등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사랑하는 많은 동문들과 교직원들은, 모교의 발전이야말로 나의 미래를 위한 바탕이라는 생각으로 대학의 재정 확충과 발전기금 모금에 나서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대학교가 세계 10위안에 드는 대학으로 진입하여 오늘 입학한 학생들을 위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 여러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에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학은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지적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외부의 타율적 규제로부터 탈피하고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생이 된 여러분들도 교육과 탐구에 있어 자율성을 만끽함과 동시에, 자신이 소속한 조직에 대한 책임과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무를 자각하면서 학업에 정진해 주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동시에 서울대학교 학생이고, 자랑스러운 관악인의 한 사람입니다. 나라와 세계에 대한 사명을 짊어진 사회인이고 세계인이 된 것입니다. 항상 ‘미래의 나’의 모습을 스케치하면서, 내가 국가와 사회의 좌표 중 어디에 위치하며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그려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여러분들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개인의 영광이고 영예이자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학문에 몰두하고 정진함과 동시에, 캠퍼스에서 갖게 될 여러 의미의 만남이 나의 평생의 자산이 될 네트워크의 형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대학시절을 통하여 충분히 체득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대학생활을 통하여, 지식을 넘어 지혜를 창조하고, 나를 넘어 남과 사회에 공헌하는 정신을 함양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