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61주년 기념사 (2007.10.12)
등록일: 2007. 10. 12. 조회수: 23238
개교 61주년 기념사
존경하는 전임 총장님, 총동창회장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과 ‘서울대학교 교육상’ 수상자를 비롯한 내외 귀빈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오늘 우리는 서울대학교 개교 61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작년 이 자리에서 개교 60주년 기념식을 가졌을 때, 우리는 지난 60년간 이룬 성과와 과제를 되돌아보고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세계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매진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지난 60년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인재 양성과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굳게 자리 잡은 기간이라면, 작년 1년은 서울대학교가 미래와 세계를 향한 힘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기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이 공유해야 할 비전을 명확히 설정했고, 또 그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준비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학내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였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사업들을 선정하여 4개년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이미 천명한 바 있듯이, 서울대학교는 올바른 사고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열린 마음으로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며, 21세기의 창조적 지식혁명을 선도하는 세계의 대학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미 세계적 명문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향후 20년 동안 미래의 대학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학간 무한 경쟁이 일어나서 전 세계적으로 지식 창출을 주도하는 소수의 초일류 대학군이 대학 교육 전반을 지배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이 소수의 주도적인 대학군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 조직, 재정 등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작년 1년 동안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변화무쌍하고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요구하는 국제적 리더십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 수준 높은 기초 교양교육과 창의력 함양에 주력할 것입니다. 이미 다학제적 복합전공과 제2전공을 강화하는 연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 유연한 전공교육체제를 도입하였으며,‘공공리더십 센터’를 개설하여 리더십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미래 창조사회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의 고등교육 방향도 전반적인 학문적 수월성과 함께 창조적 상상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학생들이 ‘기존과는 다른 생각’, 어쩌면 ‘파격적인 생각’까지 할 수 있고, 또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학문 간의 경계를 넘는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영역을 창출할 뿐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소속 학교의 경계를 넘어 교환 강의를 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 대학들과 협력하여 글로벌 MBA 과목이나 동시 원격 화상 교육을 개발했고, 수많은 외국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이 외국의 정상급 교수들로부터 하계 강좌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외국 대학들과의 학생교류 등 국제협력프로그램은 530여개로 급격히 증가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급 해외석좌 겸임교수 초빙을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는 50명의 외국인 전임교수를 신규로 채용하여 서울대학교의 국제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앞으로 더욱 과감한 내부 개혁을 통해 우리 자신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정상급 교수들을 초빙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수영입 프로그램,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별화 된 연봉제도 및 정년보장제도, 간선제의 학장, 학과장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시스템과 같은 여러 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대학들은 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 있습니다. 저는 지난 1년간 수차례 해외에 나가서 많은 외국 대학을 방문하고 80여 명의 외국 대학 총장들과 만나 토론하면서 정말로 많은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여러 대학들이 정부와 기업, 동창과 학부모의 지원을 받으면서 철저한 혁신을 통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적자생존의 철저한 교수경쟁체제를, 일본의 대학에서는 법인화 전환을 통한 긴장감 넘치는 대학혁신을, 중국과 싱가폴 대학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이루어지는 대학혁신과 국제화를, 유럽 대학에서는 국제적 호환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혁신과 미국식 경쟁체제의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역시 이러한 혁신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많은 난관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재정은 대학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에 집중되어 있는 한편 국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은 10년간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저는 우리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는 데에 부족함이 없도록 재원 확충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정부와 사회에 대해 ‘겨레와 함께 세계를 선도하는 서울대학교’의 꿈과 계획을 설명하고 설득하여 지원을 더 늘리도록 하고, 발전기금도 더욱 적극적으로 확충하겠습니다.
입시제도와 대학 정원 등의 문제에서 보듯이, 대학의 자유와 자율을 제약하는 외부의 규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만, 대학의 생명인 대학자치와 자율, 그리고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있는 비판정신을 더 높이기 위해서도 혼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가 한국대학들의 변화의 선두에 서서 대학의 혁신을 이루어내고 국제적 경쟁력을 높여가도록 진력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교수, 학생, 직원 여러분, 우리 모두가 국내 대표 대학이며 세계를 향한 힘찬 도약을 시작한 서울대학교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함으로써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하여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문 여러분과 학부모 여러분들께서도 환갑을 지나 진갑을 맞이한 서울대학교를 더욱 사랑해 주시고, 새로이 세계 정상을 향해 일로매진하는 서울대학교를 적극적으로 성원하고 지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12일
서울대학교 총장 이 장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