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입학식사 (2007.03.02)
등록일: 2007. 3. 2. 조회수: 20208
총장 식사(總長式辭)
2007년 3월 2일(금) 11:00 종합체육관
오늘은 우리 서울대학교가 새 가족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구성원 모두를 대표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선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분을 훌륭하게 키워서 서울대학교에 맡겨 주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빛내 주시는 존경하는 총동창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는 벅찬 감격과 환희, 그리고 뿌듯한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지난 60년간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서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 온 학문의 요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는 이제 민족의 대학에서 세계 정상의 대학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하는 우리의 꿈이 있고, 자부심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와 사회의 기대가 있고, 서울대학교에 대한 시대의 소명이 있습니다. 우리는 신입생 여러분이 선두에 서서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으로 이 꿈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역군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대학은 다양한 학문이 함께 숨쉬고 있는 곳입니다. 대학에서는 세상의 원리를 익히고 그 원리를 어떻게 실천하는가를 훈련합니다. 대학에서 내 몸에 체화된 가치는 일생동안 내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기초를 다지고 기본을 잃지 않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학문의 기초가 되는 교양과 전공의 기본을 튼튼히 해야만 급격한 시대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어와 논리적 사고는 대학 교육의 기초이고, 이를 토대로 세상을 알고 우주를 알고 그 리듬을 알아야 국가와 사회에서 자신의 좌표를 분명히 할 수 있고 훌륭한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대학에서는 분석과 종합에 대한 훈련을 비롯해서 창조를 위한, 그리고 실천을 위한 훈련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대학교는 분석과 종합과 창조와 실천의 입체적인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한 것입니다. 대학은 학술과 문화와 예술의 전당으로서 여러분의 지적 세계를 한껏 풍요롭게 해드릴 것입니다.
대학에서 하는 공부의 기본원리는 의문입니다. 의문을 갖지 않는 사람에게는 단 한 걸음의 진보도 배움도 없습니다. 질문이 없이는 배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의 세계가 모든 분야에서 쌍방향의 다자간 지적 교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많은 웹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컨텐츠들이 주류를 이루고 웹 2.0이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서울대학교에는 2천명에 달하는 우수한 교수님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의문을 품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진지한 토론과 학습을 통하여 여러분의 기본을 다져 주시기 바랍니다.
탐구적인 자세로 의문을 갖는 자유는 학문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항상 나의 존재와 남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자문해야 합니다.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면서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사고가 고착되지 않고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열린 공간으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 빈 공간을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융화와 개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내면과 대자연의 신비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은 것입니다. 내가 이미 체득한 지식에 대하여 거듭 확인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의문의 여지, 불확실성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학문의 세계에서 지켜나가야 할 가장 소중한 덕목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가슴 속에는 비록 작기는 하지만 한 줄기 강한 빛을 내뿜는 작은 등불이 하나씩 켜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등불 하나하나는 서울대학교 교표에 새겨져 있는 VERITAS LUXMEA, 진리는 곧 빛이라는 경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찾아낸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진리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에게는 물론 전 인류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합시다.
오늘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기쁨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그리고 바로 오늘 여러분의 가슴에 켜진 작은 등불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더 큰 불빛이 되도록 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발은 이 땅을 딛고 있지만 여러분의 눈은 항상 저 하늘, 저 우주, 저 먼 곳 무한공간을 향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시간도 무한 세계에 한 없이 뻗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 하나하나가 우리 이웃들에게도 무한한 기쁨이 되게 하는 실천적 지식인이 되어 주십시오.
사람들은 일생 중 어느 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느냐는 질문에 흔히 학창시절이었다고 대답합니다. 앞으로 4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서울대학교에서 보내게 될 신입생 여러분에게도 이 캠퍼스가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보람 있었던 곳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기억의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서울대학교의 전 교수와 직원이 합심하여 신입생 여러분의 학업과 활동을 열심히 도와 드릴 것을 다짐하면서, 다시 한 번 신입생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드립니다.
2007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총장 이 장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