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BESETOHA 기조연설문 (2006.11.03)
등록일: 2006. 11. 3. 조회수: 22613
2006 BESETOHA 총장 기조연설문
2006년11월3일(금) 베트남 하노이대학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총장 이장무입니다.
먼저 이번 회의를 주관해 주신 하노이대학의 Dao Trong Thi 총장님을 비롯하여 함께 참석해 주신 동경대학의Komiyama Hiroshi 총장님, 그리고 북경대학의 Xu Zhihong 총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난 7월에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하여, 이 포럼에는 처음 참석합니다만, 지난 5년간 우리 네 나라의 대학들이 상호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건설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cultural divers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 role played by higher education은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구체화하여 우리 대학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동아시아지역의 협력과 발전을 위한 과제가 함축되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의 하나인"융화의 원리"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상존하고 있어 때로는 상호 보완하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지만 융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상호 인정과 공생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와 상대방이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가를 깊이 있게 인식하여야 합니다.
Cultural diversity는 상호간에 무엇이 다른지를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상호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학들이 해야 할 중요한 기능의 하나입니다.
우리 네 나라는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과 더불어 유교문화라는 하나의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네 나라는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문자를 통하여 큰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적교류를 넓혀간다면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의 발전은 물론, 나아가서 국가 간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음은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국가 사회발전을 위한 대학의 기능에 대한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 같습니다. 대학은 직접적으로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발전의원동력이 되게 하는 것은 물론, 대학들이 앞서서 사회발전에 화두를 던지고 사회적인 담론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학들이 이러한 사회변화에 둔감하다 보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기업경영자들은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이 산업계의 수요에 적합하지 않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정부는 보수적인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책무성(accountability)을 내세워 대학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더불어 불어 닥친 거대한 시대적인 조류입니다. 어느 대학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볼 때, 대학의 변화가 반드시 정부나 기업 등 대학 외부에서 제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대학에는 사회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대학 스스로가 대학의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사회가 대학을 어떻게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대학인들 스스로 개혁을 통하여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학내부의 개혁과 관련하여 제가 앞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강조하게 될 두 가지를 언급해 보고 싶습니다. 먼저, 앞으로는 대학의 학부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들이 연구중심의 기능에 역점을 두다 보니, 학부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교육을 등한시 한 것이 아닌가 자성해 봅니다.
서울대도 최근에야 학부교육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초교육의 강화를 대학의 주요 전략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기초교육원을 설립하여 교수들의 교수방법 훈련 등을 통하여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향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수요자인 학생보다는 공급자인 교수중심으로 모든 행정 및 학사운영이 이루어져 온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과감하게 학생중심의 대학운영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지난 10월에 서울대 개교 6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서울대는 제2의 도약을 위하여 교육, 연구, 행정, 거버넌스 등 제반 분야에 걸쳐 강력한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을 한 바 있습니다. 물론, 그 핵심은 대학의 경쟁력향상과 더불어 학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포럼이 이러한 우리의 고민과 과제들을 풀어놓고 함께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포럼의 주제인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연구협력을 강화하고, 대학이 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얼마 전, 유럽연합에서는 유럽의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미국의 MIT를 본뜬 유럽의 MIT를 만들기로 합의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기금을 마련하여 유럽각국의 대학을 네트워크화 하여 과학 기술연구 및 인재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사실 유럽은 각 국가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다양하고 학점 및 학위인정 기준 등이 달라 이러한 연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 네 나라는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고등교육 시스템과 학위 및 학점체제를 갖추고 있어 상호간 학생 및 학자 교류가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대학 간 공동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온라인 원격수업 등을 통하여 상호간 실제적인 교류의 폭을 넓히고, 각국의 교수와 학생들이 상호 방문하여 연구 및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교류 협력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제안에 대하여 이 포럼 기간 또는 그 후에라도 다른 세 분의 총장님과 더불어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포럼을 주관해 주신 하노이대학 총장님과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도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