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소 개소 축사 (2006.8.29)
등록일: 2006. 8. 29. 조회수: 26731
통일연구소 개소 축사
2006년 8월 29일(화) 15:00 문화관 73동 2층
존경하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님, (백낙청 6.15 공동위남측대표님),
참석해주신 교수님들과 내외 귀빈,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박명규 통일연구소 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
오늘 이처럼 우리 학교 통일연구소의 개소식 행사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할 것을 다짐하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해에 통일학의 정립을 우리 대학의 주요한 연구과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총괄할 연구소를 만든 것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보며 총장으로서 큰 기대와 함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21세기를 바람직한 미래로 연결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할 과제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지식정보사회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전문적 역량의 확보가 필수적인 시대를 이미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사회의 연계도 급속히 긴밀해지고 있으며 대학이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방식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대의 주요과제가 경제발전과 민주화였다면 다가오는 미래 한국의 핵심과제는 아마도 통일과 평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일이 과연 언제 이루어질지, 그것이 정말 바람직한 결과로 귀결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21세기 미래한국의 모습이 통일과정에 따라 크게 바뀌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만이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전반의 평화와 번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통일과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통일한국의 제도적 디자인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미약합니다. 이와 관련된 전문적 연구는 더더욱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외 환경은 연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의 모색이 전문연구자들만의 과제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이 중요한 공동체적 과제를 정치적 판단이나 이데올로기적 논의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일과정과 통일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종합적 학문이며 다차원의 공동연구를 필요로 하는 수준 높은 프로젝트라고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통일학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을 확보하고 이 역량을 사회적 관심과 결합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이 연구소가 담당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대학에는 많은 연구소가 있지만 통일연구소의 출범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서울대학교 차원의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연구소 설립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몇 년전부터 우리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서 민족적 과제이자 한반도 미래구상의 핵심쟁점인 분단과 통일에 관한 관심이 미약하다는 자성이 시작되었고 그러한 성찰에 입각하여 3년 전부터 통일학 연구지원사업과 통일포럼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월 통일연구소가 창립되었으며 오늘 연구소 공간을 마련하여 개소식을 갖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일연구소는 서울대학교가 범학교적 차원에서 설립하고 지원하는 연구소입니다. 이는 서울대학교가 통일연구소의 설립과 앞으로의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미래한국의 구상에 학문적으로 기여하려는 대학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통일연구소의 활동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헌신의 문화를 관악캠퍼스에 확산시키고 다학문적 공동연구를 고취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서울대학교는 유능한 미래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을 주요 사명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적으로도 우수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적 과제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려 합니다. 앞으로 통일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는 지식인, 책임성을 갖춘 전문가가 배출되기를 희망합니다. 또 남북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고 공동의 과제를 토론하며 한반도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학술 협력사업도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학생들은 이곳을 통해 고착화된 대립의식이나 고정관념,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남북의 현실을 이성적으로 고찰하는 능력을 함양하기를 또한 바랍니다.
21세기 시대는 세계화와 개방화, 정보화와 다원화가 격랑처럼 우리 환경을 뒤덮을 것입니다. 좁은 시야만으로는 어느 한 가지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도전들이 닥쳐올 것입니다.
분단과 통일의 쟁점은 언뜻 역사적으로 채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과제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급변하는 시대적 전환 속에서 우리 국가와 사회의 위상과 역할을 하는 21세기적 과제입니다.
그런 만큼 통일연구소는 민족적인 관점과 함께 전 인류적 보편성을 함께 추구하고 세계사적인 비젼과 미래전망을 중시하는 열린 지성의 본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나아가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를 매개로 전 세계가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구상하고 지혜를 모으는 작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국제적 활동에도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통일연구소의 탄생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이곳이 서울대학교와 우리 사회 모두의 자랑이 되는 연구소로 발전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8월 29일
서울대학교 총장 李 長 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