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 위해 '동반자사회운동' 펼쳐야 (2009.1.28)
등록일: 2009. 3. 25. 조회수: 19700
이장무 총장의 '동반자 사회 운동'
- 새싹 멘토링: 장학금 받는 서울대생 1만명이 전국의 저소득층 초중고 학생들의 멘토로 활동
- 퇴직한 기업 임직원 교수로 초빙: 경제난으로 퇴직한 기업 임직원 1000여명을 연구교수 등으로 초빙
- 실업자 교육: 관악 캠퍼스에 1000~2000명 규모의 실업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실시
- 졸업생 인턴십: 대학 졸업생 1000명을 서울대 산하 연구소 인턴으로 채용
서울대생 3명 중 1명은 앞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초·중·고교생을 매주 1회 돌봐주는 멘토(mentor· 조언자)가 된다. 서울대 이장무(李長茂) 총장은 1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교내·외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생 1만여명이 저소득층 학생들과 결연을 맺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며"이는 소외되고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서울대생이 적극 나서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지난해 2학기 70명의 재학생들이 저소득층 학생들과 맺은 '새싹 멘토링' 사업을 전 학생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대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퇴직한 기업 임직원 1000여명을 대학에서 채용해 초빙 교수·연구원·조교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1000∼2000명의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대졸자 500∼1000명을 교내 연구소 등의 인턴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총장은"IMF 때보다 더 심한 경제적 위기가 오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점점 양극화되고 분열되고 있다"며"이 시기에 대학은 소외계층에 '사랑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한국 사회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동반자 사회(social companion)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총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총장은 '사랑' '희망' '대학의 책임'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서울대가 '동반자 사회 운동'을 펼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근 불안한 사회 상황을 보면서 이제 대학이 결단해야 될 때라고 판단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국 사회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한국 사회를 소생시키는 데 대학이 중심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서울대생이 저소득층 학생들과 결연을 맺는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빈곤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빈곤층 가계의 경우 가난이 대물림 돼 자식에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家長)이 무너지면 제일 타격받는 것이 자식들, 어린이들이다. 그래서 이 어린이들을 위해 우리가 뭔가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미 몇몇 서울대생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에 김선동 전 에쓰오일(S-Oil)회장이 사재를 털어 서울대생 70명에게 연간 1000만원씩의 장학금 주면서, 장학생은 서울이나 지방의 극빈층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멘토링 해주도록 했다.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생이 1만5,600여명이다. 이들과 저소득층 학생과의 결연을 적극 유도하겠다."
―학생들이 동참하리라고 보나?
"오는 3월 새 학기에 직접 학생들에게 이 메일과 편지를 보내겠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서울대생이 우리 사회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을 전하겠다. 학생들이 틀림없이 동참하리라고 본다."
―'새싹 멘토링'에 참여할 서울대생이 몇 명 정도 되리라고 보나?
"우리의 목표는 적어도 1만명의 서울대생들이 가난한 초·중·고교생들의 멘토가 되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대뿐이겠는가. 이 운동이 확산되면 다른 대학도 동참할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로 번져 나가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최근 기업에서 퇴직한 임직원들이 많다. 이들을 서울대에서 채용하겠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이 지난 30∼40년간 엄청난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기관차' 역할을 했던 분들이다. 이들을 대학으로 불러들일 생각이다. 삼성의 경우만 해도 '신화'를 만들었던 분들이 '잠시' 쉬고 있는데 이분들을 초빙 교수 등으로 모실 생각이다. 부장, 과장, 평사원하다가 그만둔 사람들도 초빙 교수, 초빙 연구원, 연구 보조원, 조교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보수는 교통비와 실비만 드리더라도 이들의 지식이 녹슬지 않고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면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들이 일하고 연구하게 될 곳은 어디인가?
"서울대 부설 연구소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수원에 있는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100여명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다. 서울대 전체적으로 1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IMF 당시 서울대는 실업자들에게 대학강의를 개방한 바 있다.
"1998년 당시 (나는) 공대학장으로 있으면서 실업자들에게 공대 수업을 개방했다. '(실업자들은) 관악산에 가지 말고 관악 캠퍼스로 오라'고 말했다. 당시 150명의 실업자가 강의를 들었다. 원래 1년 계획이었는데 이를 반 년 더 연장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들 중에는 태국 철강 회사 사장으로 재기에 성공한 이도 있었다."
―이번에도 서울대가 실업자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나?
"이번엔 무차별적인 강의개방보다는 실직자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해보려고 한다. 재취업을 위한 '점프(도약) 프로그램'이다. 수원에 있는 융합과학기술연구원(서울대와 경기도, 노동부가 함께 운영)이 먼저 이를 시작하고 관악 캠퍼스에도 확대하겠다. 실업자 1000∼2000명 정도에게 교육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청년 실업인데.
"그렇다. 기업들이 위축돼 젊은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은 이들 젊은 인력을 인턴 연구원 등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임시직이다. 서울대 부설 연구소 등에서 인턴 연구원이나 연구 보조원, 그리고 조교 등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규모는 500∼1000명 정도다."
―서울대가 벌이는 이 같은 운동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가장 힘을 모아야 할 때인데, 가장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금 대학이 나서야 할 시기다. 개인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사는 사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라고 봐 달라."
―서울대 입시 정책 중 하나가 사(私)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도 다양하게 뽑겠다는 것인데, 더 늘릴 생각이 있는가?
"우리는 기회균형 차원에서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사교육을 못 받은 학생들도 우리 대학에 더 많이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학입시가 자율화됐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불(不)제도를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입시 자율화는 이미 정부가 약속했으니 점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2012학년도 입시부터 완전 자율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금은 '3불 폐지'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외된 학생들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서울대 아니겠는가."
―국내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세계의 유수 대학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사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국내 대학끼리 경쟁한다고 에너지를 소모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 대학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대학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2009. 1. 28
<조선일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