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식대운하' 사업 시작해야 (2009.1.8)
등록일: 2009. 1. 30. 조회수: 12147
- 경제ㆍ환경ㆍ사회분야 데이터 총망라한 '한반도 지식 대운하' 사업 시작할 때
- 다른 예산 줄여도 해외석학 채용 안 줄여
- 입학시험은 10년안에 입학사정관제로 완전히 전환
- 대학에 자율권 생기면 사교육비 부담 덜듯
- 6 ~ 7월께 서울대 법인화 최종안 마련세계 일류대학으로 가는 초석 다질것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터널 속에서 맞은 기축년 새해는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국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을 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전국에 흩어진 지식을 체계화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반도 지식대운하` 사업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위기의 근본적 출발점인 인본주의가 무너지고 지속 가능한 국가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정부와 사회 책임이 큰 만큼 수십 년간 우리가 쌓은 경제ㆍ환경ㆍ사회 분야의 역사를 총망라한 지식 대(大)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실업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위기가 지나간 이후 본격적인 `퀀텀점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과 인터뷰는 매일경제 윤형식 사회부장이 서울대 캠퍼스 총장실에서 진행했다.
- 기축년 새해 서울대 화두는 무엇인가.
▶조선 초기 유명한 문신이었던 권근(權近)은 사물을 바라볼 때 너무 빠르게 지나치면 오히려 정밀한 것을 놓치는 반면 느리면 미묘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위기를 느끼고 서울대 역시 그런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내실을 기해야 서울대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의 개발 △창조적 인재양성 등 대학 본연의 임무를 올해 화두로 정했다.
- 총장에 취임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간 성과를 자평한다면.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해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큰 성과는 외국인 교수 채용 등에 사력을 기울여 국제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과 법대 폐지 이후 자유전공학부 설립을 통해 학문 융합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 엄격한 교수 승진과 정년보장(테뉴어) 심사제도 강화 등 학내 개혁에 각별한 노력을 쏟았다. 지난해는 서울대의 국제 인지도가 크게 오른 한 해였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의 학문적 역량이 세계 50위로 평가받았고, SCI 논문게재 수도 세계 대학 중 24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 CEO 배출 성과에서도 세계 16위로 나타났다. 교수들은 변화가 너무 많다고 불평도 하고 있지만 도약을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다.
- 외국인 교수 1000명 채용을 선언했는데 현재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은 없는지.
▶지난해 10월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과 대담하면서 대학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석학을 고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재가 있으면 훌륭한 연구와 교육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과거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연구중심대학들이 국내 1% 상위권 인재를 키웠다면 이제는 세계 1% 인재양성을 목표로 해야 할 때다. 다른 예산은 다 줄여도 해외 석학 채용만은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오히려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요즘이 고급 인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에서도 고급 인재들이 내몰리고 있다. 이들을 서울대에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 서울대 지주사가 지난해 출범했는데 어떤 성과가 기대되나.
▶현재 자회사 1호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와 `나노히팅(Nano Heating)`이라는 기술을 가진 제조사가 거의 설립 단계에 와 있다. 현재는 일반기업처럼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체제 안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 지주사를 키우기 위해 이미 설립된 교내 교수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과 지주사가 이들 회사의 마케팅을 해주는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5년 정도 있으면 본격적인 수익으로 교내 재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법인화 윤곽은 언제쯤 나올 것으로 보는지.
▶법인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세계 대학으로 가기 위한 학문 자유, 지배구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법인체제 전환은 그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어려움이 있다. 먼저 학내 구성원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는 등 법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1차적으로 2월 말까지 교내 법인화위원회가 기본안을 만들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금년 6~7월 여름에는 최종안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 경제가 어려운데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지.
▶우리의 비약적 경제 성장이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덕택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부작용이 사교육 과열이다. 사교육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대학에 완벽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대학들이 지금처럼 수능, 면접, 논술 등 획일적이고 예측 가능한 입시틀 안에서 벗어나 각자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선발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사라진다. `3불`제에 대한 논쟁도 지극히 소모적일 뿐이다. 물론 100% 자율화하면 과도기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진통이다. 이런 자율적인 학생 선발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입학사정관제다.
- 서울대는 언제쯤 완전한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지.
▶점차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앞으로 5~10년 후엔 완전히 입학사정관제로 간다는 계획이다. 너무 서둘러 실수가 생기면 입학사정관제 취지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 입학사정관 양성 기간이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 현재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 외에도 학생선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쏟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맥을 얘기하면서 하버드대학 로스쿨 입학생 출신이 한 대학당 4명이 안 됐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3200명이 930개 고등학교에서 나왔다. 나눠 보면 한 학교당 4명 정도가 안 된다. 지역균형선발제 등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가진 학생 선발에 주력하고 있다.
- 경제위기로 혼란스럽다. 한국 사회는 올해 무엇에 주력해야 하는지.
▶`경제활력 회복` `인본성(Humanity)``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확산``사회통합과 상생`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당면한 것은 경제활력 회복이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위기는 인본성을 상실한 지나친 탐욕 추구에 있다. 또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본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극복 이후 미래가 더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일어나야 하고 인재개발, 교육에 대한 투자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위기의 시대 한국 사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현재 국가적으로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위기 속에서 각계각층에 흩어진 지식에 대한 기록 작업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안 기름오염사태 이후 전 국민이 합심해 바다가 제 기능을 회복해 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 작업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빛나는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 기여한 지식인들은 하나 둘씩 소리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정보와 지식에 대한 총체적인 디지털화ㆍ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지식 대운하` 사업이라 부르고 싶다. 다른 말로는 `한반도 지식 대역사` 사업이라 해도 되겠다. 다른 때 같으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고학력 유휴 지식인들을 이 사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국난 극복을 위해 자원봉사로 참여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력이 없어 그간 번역하지 못한 고금의 한국 문헌까지 모든 지식을 총체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가난의 대물림`은 어느 세대든 노력에 의해 역전시킬 수 있어도 `지식 빈곤의 대물림`은 한 번 회복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다행히 여야 간 합의가 됐지만 국회 파행으로 국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국가 사회지도층이 협력하고 공조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다. 국민을 저버린 정치는 외면받는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가 존망이라는 위기 속에 당파 간, 정파 간 이해를 넘어선 거국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민들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키우지 못한 일각의 책임이 있다. 분파주의자 극단주의자보다 국민에게 실로 충성하는 그런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 서울대는 사회적 위기 해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범사회적 측면에서 잠정적 고용 확대와 사회인 능력개발을 위해 인턴십제도와 실직자를 위한 직업전환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공과대 학장으로 있으면서 실직자를 위해 공대의 모든 수업을 전면 개방했던 `특별 수강생제도` 업그레이드 판으로 볼 수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해서라면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 남은 임기 동안 각오는.
▶지난 2년 반은 그야말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급박한 변화의 시기였다. 그 결과 서울대의 외형적 성장이 일어났다. 앞으로 기간은 그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내실을 기하는 `소프트랜딩`을 원한다. 그중에서도 법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나의 책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가 세계 10위권 초일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수혈 구실을 할 글로벌 인재양성과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2008. 1. 8
<매일경제> 인터뷰 발췌
- 다른 예산 줄여도 해외석학 채용 안 줄여
- 입학시험은 10년안에 입학사정관제로 완전히 전환
- 대학에 자율권 생기면 사교육비 부담 덜듯
- 6 ~ 7월께 서울대 법인화 최종안 마련세계 일류대학으로 가는 초석 다질것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터널 속에서 맞은 기축년 새해는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국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을 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전국에 흩어진 지식을 체계화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반도 지식대운하` 사업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위기의 근본적 출발점인 인본주의가 무너지고 지속 가능한 국가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정부와 사회 책임이 큰 만큼 수십 년간 우리가 쌓은 경제ㆍ환경ㆍ사회 분야의 역사를 총망라한 지식 대(大)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실업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위기가 지나간 이후 본격적인 `퀀텀점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과 인터뷰는 매일경제 윤형식 사회부장이 서울대 캠퍼스 총장실에서 진행했다.
- 기축년 새해 서울대 화두는 무엇인가.
▶조선 초기 유명한 문신이었던 권근(權近)은 사물을 바라볼 때 너무 빠르게 지나치면 오히려 정밀한 것을 놓치는 반면 느리면 미묘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위기를 느끼고 서울대 역시 그런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내실을 기해야 서울대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의 개발 △창조적 인재양성 등 대학 본연의 임무를 올해 화두로 정했다.
- 총장에 취임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간 성과를 자평한다면.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해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큰 성과는 외국인 교수 채용 등에 사력을 기울여 국제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과 법대 폐지 이후 자유전공학부 설립을 통해 학문 융합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 엄격한 교수 승진과 정년보장(테뉴어) 심사제도 강화 등 학내 개혁에 각별한 노력을 쏟았다. 지난해는 서울대의 국제 인지도가 크게 오른 한 해였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의 학문적 역량이 세계 50위로 평가받았고, SCI 논문게재 수도 세계 대학 중 24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 CEO 배출 성과에서도 세계 16위로 나타났다. 교수들은 변화가 너무 많다고 불평도 하고 있지만 도약을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다.
- 외국인 교수 1000명 채용을 선언했는데 현재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은 없는지.
▶지난해 10월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과 대담하면서 대학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석학을 고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재가 있으면 훌륭한 연구와 교육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과거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연구중심대학들이 국내 1% 상위권 인재를 키웠다면 이제는 세계 1% 인재양성을 목표로 해야 할 때다. 다른 예산은 다 줄여도 해외 석학 채용만은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오히려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요즘이 고급 인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에서도 고급 인재들이 내몰리고 있다. 이들을 서울대에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 서울대 지주사가 지난해 출범했는데 어떤 성과가 기대되나.
▶현재 자회사 1호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와 `나노히팅(Nano Heating)`이라는 기술을 가진 제조사가 거의 설립 단계에 와 있다. 현재는 일반기업처럼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체제 안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 지주사를 키우기 위해 이미 설립된 교내 교수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과 지주사가 이들 회사의 마케팅을 해주는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5년 정도 있으면 본격적인 수익으로 교내 재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법인화 윤곽은 언제쯤 나올 것으로 보는지.
▶법인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세계 대학으로 가기 위한 학문 자유, 지배구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법인체제 전환은 그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어려움이 있다. 먼저 학내 구성원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는 등 법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1차적으로 2월 말까지 교내 법인화위원회가 기본안을 만들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금년 6~7월 여름에는 최종안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 경제가 어려운데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지.
▶우리의 비약적 경제 성장이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덕택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부작용이 사교육 과열이다. 사교육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대학에 완벽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대학들이 지금처럼 수능, 면접, 논술 등 획일적이고 예측 가능한 입시틀 안에서 벗어나 각자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선발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사라진다. `3불`제에 대한 논쟁도 지극히 소모적일 뿐이다. 물론 100% 자율화하면 과도기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진통이다. 이런 자율적인 학생 선발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입학사정관제다.
- 서울대는 언제쯤 완전한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지.
▶점차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앞으로 5~10년 후엔 완전히 입학사정관제로 간다는 계획이다. 너무 서둘러 실수가 생기면 입학사정관제 취지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 입학사정관 양성 기간이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 현재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 외에도 학생선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쏟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맥을 얘기하면서 하버드대학 로스쿨 입학생 출신이 한 대학당 4명이 안 됐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3200명이 930개 고등학교에서 나왔다. 나눠 보면 한 학교당 4명 정도가 안 된다. 지역균형선발제 등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가진 학생 선발에 주력하고 있다.
- 경제위기로 혼란스럽다. 한국 사회는 올해 무엇에 주력해야 하는지.
▶`경제활력 회복` `인본성(Humanity)``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확산``사회통합과 상생`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당면한 것은 경제활력 회복이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위기는 인본성을 상실한 지나친 탐욕 추구에 있다. 또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본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극복 이후 미래가 더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일어나야 하고 인재개발, 교육에 대한 투자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위기의 시대 한국 사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현재 국가적으로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위기 속에서 각계각층에 흩어진 지식에 대한 기록 작업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안 기름오염사태 이후 전 국민이 합심해 바다가 제 기능을 회복해 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 작업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빛나는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 기여한 지식인들은 하나 둘씩 소리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정보와 지식에 대한 총체적인 디지털화ㆍ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지식 대운하` 사업이라 부르고 싶다. 다른 말로는 `한반도 지식 대역사` 사업이라 해도 되겠다. 다른 때 같으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고학력 유휴 지식인들을 이 사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국난 극복을 위해 자원봉사로 참여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력이 없어 그간 번역하지 못한 고금의 한국 문헌까지 모든 지식을 총체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가난의 대물림`은 어느 세대든 노력에 의해 역전시킬 수 있어도 `지식 빈곤의 대물림`은 한 번 회복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다행히 여야 간 합의가 됐지만 국회 파행으로 국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국가 사회지도층이 협력하고 공조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다. 국민을 저버린 정치는 외면받는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가 존망이라는 위기 속에 당파 간, 정파 간 이해를 넘어선 거국적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민들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키우지 못한 일각의 책임이 있다. 분파주의자 극단주의자보다 국민에게 실로 충성하는 그런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 서울대는 사회적 위기 해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범사회적 측면에서 잠정적 고용 확대와 사회인 능력개발을 위해 인턴십제도와 실직자를 위한 직업전환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공과대 학장으로 있으면서 실직자를 위해 공대의 모든 수업을 전면 개방했던 `특별 수강생제도` 업그레이드 판으로 볼 수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해서라면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 남은 임기 동안 각오는.
▶지난 2년 반은 그야말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급박한 변화의 시기였다. 그 결과 서울대의 외형적 성장이 일어났다. 앞으로 기간은 그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내실을 기하는 `소프트랜딩`을 원한다. 그중에서도 법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나의 책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가 세계 10위권 초일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수혈 구실을 할 글로벌 인재양성과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2008. 1. 8
<매일경제> 인터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