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4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과 에메랄드 홀의 130여개 테이블에는 빨강, 노랑, 파랑의 삼색(三色) 봉투가 가지런히 놓였다. 62주년 개교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모인 800여 명의 서울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저마다의 마음을 그 봉투에 담았다. 모든 행사가 끝날 즈음 삼색 봉투가 가득 담긴 바구니에는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서울대의 앞길에 대한 모든 서울대인들의 기대와 의지도 함께 담겼다.
어려움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열정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대, 감사와 후원의 밤’은 지난 5월 본격화 된 ‘비전 2025’ 사업을 널리 알리고, 서울대 구성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고자 마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 이장무 총장, 임광수 총동창회장, 손경식ㆍ윤종용 발전위원회 위원장 등 팔백이 넘는 서울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정민 문화방송 아나운서의 사회로 서울대학교의 어제를 반추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특히 1부에서는 열악한 재정 형편에도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어온 서울대의 노력이 소개되었고, 많은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는 참석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날 낮 개교기념식에서 ‘노벨상 프로젝트’를 공표했던 이장무 총장은 향후 2조9천억원 정도의 재정이 확보되면 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대를 졸업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머지않아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발전위원회를 맡고 있는 손경식 CJ 그룹회장은 “하버드대가 40조원, 예일대가 27조원인데 비해 서울대는 2,615억원에 불과하다”며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부탁했으며,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도 “오늘 월급 모은 돈의 일부를 화끈하게 내놓겠다”며 주변의 동참을 유도했다.
세대를 넘어 움트는 노란 소망 모두의 참여를 요청하는 임광수 총동창회장의 건배사로 시작된 만찬은 졸업생과 학부모는 물론 행사 도우미로 나선 재학생들까지 어우러져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몇몇 동문들이 도우미 업무로 분주한 학생들에게 함께 밥을 먹자며 테이블의 빈 자리에 앉히기 시작했고, 백여 명의 재학생들이 참석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게 되어 이날 행사는 서울대인들이 세대를 넘어 어우러지는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최한수(기계학과 82년 졸업) 동문은 “학생들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자식들처럼 느껴져 혼자만 밥을 먹을 수 없었다”면서 졸업생들이 성심껏 후원하는 만큼 재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행사 진행 요원으로 참가한 박서현(외교학과 4학년) 씨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선배님들이 밥을 챙겨주시면서 예전 학교 이야기도 편하게 들려주셔서 즐거웠다”며 행사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이 모두 만족스러워하셔서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모두가 확인한 푸르른 꿈 만찬 후 3부에서는 김정택 SBS 예술단장이 기획한 ‘서울대 이야기’라는 미니 콘서트가 이어졌다. 이 날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에 모든 참석자들이 일어나 합창한 ‘손에 손 잡고’였다. 그 노래처럼 정진하여 올해 영국의 The Time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는 세계 50위에 올랐고, 지난 2년간 1,687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으면서 세계 일류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에 점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수림(경제학부 4학년 강상우 父) 씨는 이러한 정기적인 행사를 통해 서울대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제고하고, 발전기금 마련이 활성화되는 계기로 삼기를 당부했다. 이경숙(공대 AIP 35기) 씨는 “서울대인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면서 동문들의 모교 사랑에 대한 동기 부여뿐 아니라 동문들간의 네트워킹까지 다질 수 있어 더욱 의미 깊다고 덧붙였다.
발전공로상 시상 서울대는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학과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단체)를 선정, 귀한 뜻을 기리고 널리 알리고자 올해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서 첫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제1회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은 후학양성과 연구력 향상, 대학 발전을 위해 관심과 후원을 보내주신 한상구 삼아알미늄(주) 명예회장(84),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79), 이용희 태광사 회장(70),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3), 허영인 SPC그룹 회장(59) 등 5명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