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잡지 '서울대저널'과 인터뷰(2006.12.10)
등록일: 2006. 12. 15. 조회수: 17815
이장무 총장이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제캠퍼스 조성 계획, 국립대 법인화, 등록금 인상 등 민감하고도 굵직한 사안들이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다. 『서울대저널』은 총장을 직접 만나 그간 보도된 계획들 및 학생과 본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12월 1일 오후 3시부터 한 시간동안 총장실에서 이뤄졌다.
-국제캠퍼스와 관악캠퍼스는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Q.총장에 취임하신 후 어떤 점들을 느꼇나. 공대 학장을 오래 지내셨지만 그것과는 다를 것 같다.
A.서울대 총장이 매우 바쁜 자리란 걸 알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에 초청도 되고, 외국 대학 총장을 비롯해 여러 외빈들을 만나야 한다. 또 여러 분야의 교수들과 학생을 만나 새로 배우는 게 많다. 여러 단과대를 오가며 각 단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본부가 도울 수 있는 게 어떤 점들이 있는지 논의도 하고, 교수협의회·민교협 등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대학의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취임하고 보니 많은 부분들이 새롭다. 특히 국제화가 생각보다 잘 안 돼 있다. 국제화의 진도도 늦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수,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책임을 맡고 보니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인다.
Q. 국제화와 관련해 파주 국제 캠퍼스를 추진하게 된 것 같다. 간단하게 개념을 설명해달라.
A. 장소가 파주로 결정된 건 아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국제캠퍼스 유치를 원하고 있다. 관악에서 멀면 안 될 거다. 1시간 이내가 돼야 하겠지만 장소는 아직 논의중이다.
국제화는 세계적인 조류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많은 대학 총장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국제화와 재정이다. 국제캠퍼스는 국제화 추진의 획기적인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거다. 대학이 옮겨가는 식의 제2캠퍼스 같은 개념은 아니다. 작은 규모의 교육단위로 생각하고 있다. 영어 등 외국어 강의가 거기서 많이 이뤄지고, 국제화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들이 그쪽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지금 학생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가는데, 그것도 계속해서 강력히 지원하지만 국제캠퍼스도 외국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곳에서 수업을 듣고 오는 방안도 있다. 아직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학생들도 좋은 의견을 말해주면 반영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더 잘 알지 않겠나.
Q. 이전 보도를 보면 경영학이나 국제정치학, 지역연구 등의 전공이 국제캠퍼스에 개설된다고 했다.
A. 글로벌 전공들 중심이다. 외국어 강의가 이뤄지는 전공들. 해당 전공들이 원한다면 인센티브를 줘서 그쪽에 유치할 생각이 있다. 강제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돼야 성공할 수 있다. 또 외국 학생들 유치를 위해서는 장학금을 많이 줘야 한다. 지금은 장학금이 매우 부족하다. 국제캠퍼스에서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것이다.
Q. 관악캠퍼스는 어떻게 되는 건가. 외국어 강의와 글로벌 전공이 옮겨가면 관악캠퍼스는 고립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국제캠퍼스는 전체가 외국어 강의가 되겠지만 관악캠퍼스에서도 영어 강의가 많이 제공돼야 한다. 획일적으로 관악은 한국어, 국제캠퍼스는 외국어, 그런 건 아니다.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모집단위광역화 등 학제 개편에 대해 아직 논의가 오가고 있다. 총장으로서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가.
A. 학사과정에서 너무 세분화된 전공만 공부하면 좋지 않다. 학문의 편식도 있지만 취업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광역화 이후 일부 분야에서 학생 수 감소로 적정한 교육단위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또 학문에서는 기초를 배우는 것도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 전문성도 필요한데, 광역화를 너무 넓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결국 광역화를 어느 범위에서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적절한 시행 방법은 분야마다 다를 것 같다. 계속 의견을 수렴하며 조정해야 한다. 수시로 바뀌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편해야 할 것이다.
Q. 이·공계열에서는 광역화가 도입된지 오래 됐고 인문·사회대도 4년이 지났다.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구체적인 일정은 마련된 것이 없는가.
A. 현재 장기발전계획수립위원회가 있다. 향후 4년 내지 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 계획을 통해 학문 분야와 조직의 변화 방향을 정립할 것이다. 위원회는 현재 70명 정도 규모로, 교수와 함께 일부 직원도 포함돼있다. 직원들이 들어간 것도 큰 발전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들을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학제에 관한 내용도 논의가 될 것이다. 큰 그림을 3월 안에 완성하고, 사안별로 장단기적 과제를 추진했으면 한다.
Q. 개교기념식사에서 향후 20년 내에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대학 발전의 기준이 순위로만 설정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A. 교육은 외형적인 것보다도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타임즈 종합 순위에서 서울대가 63위를 했지만, 세부 기준을 보면 세계의 석학들을 상대로 평판을 조사하는데 43위를 했다. 외국인 학생수, 재정 등에서 취약해서 순위가 내려갔는데, 숫자에 의미는 없다. 하나의 참고자료로 볼 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서울대에 엄청난 지원을 해준 만큼 우리에게 기대가 크고,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길 바란다. 우리가 목표를 10위라고 설정하는 건 큰 의미는 없지만, 세계 정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학생회와의 합의, 성의를 갖고 지켜나갈 것
Q. 학생회와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겠다. 현재 본부와 학생회간의 창구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이 유일한데,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 아니고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적다는 평이 많다.
A. 교개협을 통해 학교 발전을 위한 학생들의 다양한 제안을 수렴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의결권과 같은 문제보다는 서로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해서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조치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적극적인 합의의 노력과 대화가 필요하다. 정례화에 대해서는 보직 교수나 간부들과 논의해봐야 한다. 꼭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Q.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은 그간 본부와 학생회간의 합의 중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2002년 및 2004년의 본부와 총학생회간 합의 사항의 이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A. 예전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인터뷰 전에 읽어봤다. 전체적으로는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기성회비의 10%가 장학금으로 배정되고 있고, 기성회 이사회에서 학생 대표에게 발언권을 부여했다. 재수강 요건도 완화했고, 셔틀 버스를 증차했다. 식당 가격 및 위생 관리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미진한 점도 있을 수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전향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교개협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성의를 가지고 해 나가겠다.
Q. 최근 3년간 장학금 총수혜액 및 수혜율 축소가 눈에 띈다. 학생들에겐 피부로 느껴지는 문제이다.
A. 학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장학금 확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창회와 함께 장학금 제공을 위한 모금 운동에 더 힘쓰려고 한다. 장학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정부 지원, 기성회 장학금, 동창회나 외부 장학금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어느 한 종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확충해서 혜택을 늘려갈 생각이다. 장학금의 질적인 면에서도 전액 장학금이 적은 것 같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장학금을 늘리려면 대학 재정을 확충해야 하고, 모금을 위해서는 동문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려면 학교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국제화도 그 중 하나다. 또 지난번에 자연대, 공대가 외국 석학을 초청해 학문분야 평가를 받은 결과 세계 10~30위 수준으로 나왔다. 그 후로 동문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대가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지원을 많이 해야겠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밖에도 이에 못지않게 잘 하는 다른 학문분야가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해외석학평가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대가 잘하고 있다, 변화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게 잘 알려지게 해서 전체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도록 하겠다.
Q. 현재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수립중이다.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
A. 학생의 의견은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계획의 밑그림이 완성되면 공청회 등을 통해 학생들을 초청해서 의견을 듣고,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학생들도 학교의 방향에 대해 신문 보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테니 많은 의견을 내줬으면 좋겠다. 공청회 때는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겠다. 초안은 3월 중에 나올 계획이다.
Q. 기성회 이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문제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이사회 선임 과정의 민주성이나 이사들의 구성에 대해 비판적 지적이 많았다. 어떤 개선 계획을 갖고 있는가.
A. 앞서 말했듯 현재 기성회 이사회에 학생들이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또 각 단과대에서 기성회 이사를 추천할 때도 희망하는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결정해 민주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홍보를 많이 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기성회 이사가 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학생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도록 하겠다.
Q. 회의록이나 의제, 자료 등 정보의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의논해 봐야겠다. 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면 자유로운 토론을 못 한다. 하지만 기성회 의결 내용의 공공성도 있으니 두 가지가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공개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내용은 공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논의해 봐야 한다. 기성회 이사회에서 무슨 비밀 얘기 같은 건 없다. 대학 행정에 대한 진지한 조언 정도다.
-재정 압박 심각, 어려움 있음 알아달라
Q.예전에 ‘신입생 등록금 20% 인상설’이 언론에 보도돼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등록금에 대해선 어떤 책정 원칙을 갖고 있는가.
A. 신입생 등록금 대폭 인상은 비중있게 검토한 사안이 아니었다. 다만 과거 5천명 수준이던 정원이 현재 3천 2백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재정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정원 감축으로 인한 재정 결손이 내년의 경우 백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교육부 지원도 얼마 없고, 그나마 국회에서 삭감하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
또 외국인 교수 채용이나 석학 초빙 강연 등을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은 거의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현재의 수준으로 가면 정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 강력히 지원을 요청하고, 기업과 동문에게서도 지원을 얻겠지만, 어느 정도는 등록금이 인상돼야 우리 대학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현재 등록금 인상 기준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다. 이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나?
A. 물가상승률만을 고수하면 새로운 발전을 하기 상당히 어렵다. 경제성장률의 일부도 반영해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 신입생은 앞으로 4년 동안 새로운 투자를 통한 혜택을 훨씬 많이 보게 된다. 기숙사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고, 기초교육원을 통해 교육 방식도 개선될 것이다. 또 현재 도서관과 중앙전산원이 앞으로 특별한 지원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중앙전산원만 해도 정부 지원이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전산원 예산을 확보하려 단과대 지원금을 삭감했을 정도다.
물론 이걸 다 학생들 돈으로는 어차피 해결 못 한다. 대학본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을 조금 이해해 주면 좋겠다.
Q.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 선본은 기성회비의 10%가 매년 이월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보다 현재 편성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A. 예산은 1년 단위로 편성하고 결산하지만 사업은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업 계획은 예산이 확보된 후에 확정되며 해당 사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는 인가 기간 등을 포함해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따라서 예산의 일정 부분이 이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체로 총 예산의 10% 이상이 이월돼야 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재정 압박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이월액은 계속해서 감소해 온 실정이다.
Q. 정부 방안과 별도로 법인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어떻게 추진하게 되나?
A. 지금은 국고 보조금이 동결돼 대학이 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이 수익사업도 하고 보유중인 지적재산권도 활용해서 학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 확충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교수 채용에도 교육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정부의 간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이 장기적 계획을 만들 수가 없다. 미국의 여러 주립 대학이나 일본, 싱가포르의 사례를 봐도 법인화는 대세다. 그 과정의 아픔들은 물론 있겠고, 그 충격을 줄이는 게 고민할 문제다.
법인화는 국가가 재정을 아끼기 위한 게 아니라 대학 육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신념과 의지가 담겨있고 대학의 자율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현 교육부 방안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Q. 대학의 기본적인 목표는 지식을 함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만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를 갖춘 진정한 지성인이 됐으면 한다. 또 학문간의 개방과 융화가 좀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자기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소양도 갖춰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우리 학생들 체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문뿐만 아니라 체력도 다지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2006. 12. 10
서울대 저널 http://www.snujn.com
-국제캠퍼스와 관악캠퍼스는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Q.총장에 취임하신 후 어떤 점들을 느꼇나. 공대 학장을 오래 지내셨지만 그것과는 다를 것 같다.
A.서울대 총장이 매우 바쁜 자리란 걸 알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에 초청도 되고, 외국 대학 총장을 비롯해 여러 외빈들을 만나야 한다. 또 여러 분야의 교수들과 학생을 만나 새로 배우는 게 많다. 여러 단과대를 오가며 각 단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본부가 도울 수 있는 게 어떤 점들이 있는지 논의도 하고, 교수협의회·민교협 등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대학의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취임하고 보니 많은 부분들이 새롭다. 특히 국제화가 생각보다 잘 안 돼 있다. 국제화의 진도도 늦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수,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책임을 맡고 보니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인다.
Q. 국제화와 관련해 파주 국제 캠퍼스를 추진하게 된 것 같다. 간단하게 개념을 설명해달라.
A. 장소가 파주로 결정된 건 아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국제캠퍼스 유치를 원하고 있다. 관악에서 멀면 안 될 거다. 1시간 이내가 돼야 하겠지만 장소는 아직 논의중이다.
국제화는 세계적인 조류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많은 대학 총장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국제화와 재정이다. 국제캠퍼스는 국제화 추진의 획기적인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거다. 대학이 옮겨가는 식의 제2캠퍼스 같은 개념은 아니다. 작은 규모의 교육단위로 생각하고 있다. 영어 등 외국어 강의가 거기서 많이 이뤄지고, 국제화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들이 그쪽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지금 학생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가는데, 그것도 계속해서 강력히 지원하지만 국제캠퍼스도 외국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곳에서 수업을 듣고 오는 방안도 있다. 아직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학생들도 좋은 의견을 말해주면 반영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더 잘 알지 않겠나.
Q. 이전 보도를 보면 경영학이나 국제정치학, 지역연구 등의 전공이 국제캠퍼스에 개설된다고 했다.
A. 글로벌 전공들 중심이다. 외국어 강의가 이뤄지는 전공들. 해당 전공들이 원한다면 인센티브를 줘서 그쪽에 유치할 생각이 있다. 강제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돼야 성공할 수 있다. 또 외국 학생들 유치를 위해서는 장학금을 많이 줘야 한다. 지금은 장학금이 매우 부족하다. 국제캠퍼스에서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것이다.
Q. 관악캠퍼스는 어떻게 되는 건가. 외국어 강의와 글로벌 전공이 옮겨가면 관악캠퍼스는 고립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국제캠퍼스는 전체가 외국어 강의가 되겠지만 관악캠퍼스에서도 영어 강의가 많이 제공돼야 한다. 획일적으로 관악은 한국어, 국제캠퍼스는 외국어, 그런 건 아니다.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모집단위광역화 등 학제 개편에 대해 아직 논의가 오가고 있다. 총장으로서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가.
A. 학사과정에서 너무 세분화된 전공만 공부하면 좋지 않다. 학문의 편식도 있지만 취업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광역화 이후 일부 분야에서 학생 수 감소로 적정한 교육단위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또 학문에서는 기초를 배우는 것도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 전문성도 필요한데, 광역화를 너무 넓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결국 광역화를 어느 범위에서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적절한 시행 방법은 분야마다 다를 것 같다. 계속 의견을 수렴하며 조정해야 한다. 수시로 바뀌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편해야 할 것이다.
Q. 이·공계열에서는 광역화가 도입된지 오래 됐고 인문·사회대도 4년이 지났다.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구체적인 일정은 마련된 것이 없는가.
A. 현재 장기발전계획수립위원회가 있다. 향후 4년 내지 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 계획을 통해 학문 분야와 조직의 변화 방향을 정립할 것이다. 위원회는 현재 70명 정도 규모로, 교수와 함께 일부 직원도 포함돼있다. 직원들이 들어간 것도 큰 발전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들을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학제에 관한 내용도 논의가 될 것이다. 큰 그림을 3월 안에 완성하고, 사안별로 장단기적 과제를 추진했으면 한다.
Q. 개교기념식사에서 향후 20년 내에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대학 발전의 기준이 순위로만 설정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A. 교육은 외형적인 것보다도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타임즈 종합 순위에서 서울대가 63위를 했지만, 세부 기준을 보면 세계의 석학들을 상대로 평판을 조사하는데 43위를 했다. 외국인 학생수, 재정 등에서 취약해서 순위가 내려갔는데, 숫자에 의미는 없다. 하나의 참고자료로 볼 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서울대에 엄청난 지원을 해준 만큼 우리에게 기대가 크고,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길 바란다. 우리가 목표를 10위라고 설정하는 건 큰 의미는 없지만, 세계 정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학생회와의 합의, 성의를 갖고 지켜나갈 것
Q. 학생회와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겠다. 현재 본부와 학생회간의 창구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이 유일한데,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 아니고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적다는 평이 많다.
A. 교개협을 통해 학교 발전을 위한 학생들의 다양한 제안을 수렴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의결권과 같은 문제보다는 서로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해서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조치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 적극적인 합의의 노력과 대화가 필요하다. 정례화에 대해서는 보직 교수나 간부들과 논의해봐야 한다. 꼭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Q.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은 그간 본부와 학생회간의 합의 중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2002년 및 2004년의 본부와 총학생회간 합의 사항의 이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A. 예전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인터뷰 전에 읽어봤다. 전체적으로는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기성회비의 10%가 장학금으로 배정되고 있고, 기성회 이사회에서 학생 대표에게 발언권을 부여했다. 재수강 요건도 완화했고, 셔틀 버스를 증차했다. 식당 가격 및 위생 관리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미진한 점도 있을 수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전향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교개협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성의를 가지고 해 나가겠다.
Q. 최근 3년간 장학금 총수혜액 및 수혜율 축소가 눈에 띈다. 학생들에겐 피부로 느껴지는 문제이다.
A. 학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장학금 확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창회와 함께 장학금 제공을 위한 모금 운동에 더 힘쓰려고 한다. 장학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정부 지원, 기성회 장학금, 동창회나 외부 장학금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어느 한 종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확충해서 혜택을 늘려갈 생각이다. 장학금의 질적인 면에서도 전액 장학금이 적은 것 같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장학금을 늘리려면 대학 재정을 확충해야 하고, 모금을 위해서는 동문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려면 학교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국제화도 그 중 하나다. 또 지난번에 자연대, 공대가 외국 석학을 초청해 학문분야 평가를 받은 결과 세계 10~30위 수준으로 나왔다. 그 후로 동문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대가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지원을 많이 해야겠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밖에도 이에 못지않게 잘 하는 다른 학문분야가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해외석학평가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대가 잘하고 있다, 변화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게 잘 알려지게 해서 전체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도록 하겠다.
Q. 현재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수립중이다.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
A. 학생의 의견은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계획의 밑그림이 완성되면 공청회 등을 통해 학생들을 초청해서 의견을 듣고,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학생들도 학교의 방향에 대해 신문 보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테니 많은 의견을 내줬으면 좋겠다. 공청회 때는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겠다. 초안은 3월 중에 나올 계획이다.
Q. 기성회 이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문제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이사회 선임 과정의 민주성이나 이사들의 구성에 대해 비판적 지적이 많았다. 어떤 개선 계획을 갖고 있는가.
A. 앞서 말했듯 현재 기성회 이사회에 학생들이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또 각 단과대에서 기성회 이사를 추천할 때도 희망하는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결정해 민주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홍보를 많이 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기성회 이사가 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학생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도록 하겠다.
Q. 회의록이나 의제, 자료 등 정보의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의논해 봐야겠다. 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면 자유로운 토론을 못 한다. 하지만 기성회 의결 내용의 공공성도 있으니 두 가지가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공개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내용은 공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논의해 봐야 한다. 기성회 이사회에서 무슨 비밀 얘기 같은 건 없다. 대학 행정에 대한 진지한 조언 정도다.
-재정 압박 심각, 어려움 있음 알아달라
Q.예전에 ‘신입생 등록금 20% 인상설’이 언론에 보도돼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등록금에 대해선 어떤 책정 원칙을 갖고 있는가.
A. 신입생 등록금 대폭 인상은 비중있게 검토한 사안이 아니었다. 다만 과거 5천명 수준이던 정원이 현재 3천 2백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재정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정원 감축으로 인한 재정 결손이 내년의 경우 백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교육부 지원도 얼마 없고, 그나마 국회에서 삭감하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
또 외국인 교수 채용이나 석학 초빙 강연 등을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은 거의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현재의 수준으로 가면 정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 강력히 지원을 요청하고, 기업과 동문에게서도 지원을 얻겠지만, 어느 정도는 등록금이 인상돼야 우리 대학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현재 등록금 인상 기준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다. 이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나?
A. 물가상승률만을 고수하면 새로운 발전을 하기 상당히 어렵다. 경제성장률의 일부도 반영해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 신입생은 앞으로 4년 동안 새로운 투자를 통한 혜택을 훨씬 많이 보게 된다. 기숙사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고, 기초교육원을 통해 교육 방식도 개선될 것이다. 또 현재 도서관과 중앙전산원이 앞으로 특별한 지원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중앙전산원만 해도 정부 지원이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전산원 예산을 확보하려 단과대 지원금을 삭감했을 정도다.
물론 이걸 다 학생들 돈으로는 어차피 해결 못 한다. 대학본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을 조금 이해해 주면 좋겠다.
Q.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 선본은 기성회비의 10%가 매년 이월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보다 현재 편성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A. 예산은 1년 단위로 편성하고 결산하지만 사업은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업 계획은 예산이 확보된 후에 확정되며 해당 사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는 인가 기간 등을 포함해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따라서 예산의 일정 부분이 이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체로 총 예산의 10% 이상이 이월돼야 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재정 압박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이월액은 계속해서 감소해 온 실정이다.
Q. 정부 방안과 별도로 법인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어떻게 추진하게 되나?
A. 지금은 국고 보조금이 동결돼 대학이 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이 수익사업도 하고 보유중인 지적재산권도 활용해서 학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 확충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교수 채용에도 교육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정부의 간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이 장기적 계획을 만들 수가 없다. 미국의 여러 주립 대학이나 일본, 싱가포르의 사례를 봐도 법인화는 대세다. 그 과정의 아픔들은 물론 있겠고, 그 충격을 줄이는 게 고민할 문제다.
법인화는 국가가 재정을 아끼기 위한 게 아니라 대학 육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신념과 의지가 담겨있고 대학의 자율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현 교육부 방안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Q. 대학의 기본적인 목표는 지식을 함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만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를 갖춘 진정한 지성인이 됐으면 한다. 또 학문간의 개방과 융화가 좀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자기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소양도 갖춰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우리 학생들 체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문뿐만 아니라 체력도 다지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2006. 12. 10
서울대 저널 http://www.snuj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