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ETOHA 기조강연 (2004.11.21)
등록일: 2009. 7. 6. 조회수: 23812
BESETOHA 기조강연
존경하는 각 대학 총장님, 교수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선 이처럼 뜻깊은 학술행사를 준비하고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북경대학의 Xu Zhihong (쉬쯔홍) 총장님과 조직위원회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유서 깊은 북경대학에 모인 것은 우리 대학들이 상호 이해를 깊이 하고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공동의 문화 기반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온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한국 4개국이 장차 번영을 이루는데 오늘의 이 모임은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하리라 믿습니다.
북경대와 동경대 총장님이 고차원적인 말씀을 추상적으로 해주셨습니다. 저는 다소 차원을 낮춰 지난 2년여동안 서울대학교가 해 온 일들을 구체적으로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한국은 지난 40여 년간 연 8%대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하였습니다. 이과정에서 서울대학교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우수한 인력을 배출함으로써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했고 서울대학교 역시 거기에 따른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선진 지식을 수입하여 학생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우선 당장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교육형태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지식전달이 아니라 지식창출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반에 걸친 변혁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2년여 기간은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한 힘겨운 노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은 크게 다음 4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학구성원의 다양화입니다.
입학시험제도를 개선하여 다양한 신입생들을 선발하였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학업성적이 골고루 좋은가가 선발기준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개성이 없는 학생들만 받아들이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정부 시행 학력고사) 상위자, 내신 성적(고등학교 재학시의 성적) 우수 학생,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 특기적성이 뛰어난 학생 등을 따로따로 선발함으로써,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노력중입니다.
또 지역균형선발제를 통해 각 지역의 인재를 골고루 선발하려고 합니다. 이는 불리한 교육여건 때문에 학업성적이 낮게 나타나지만 잠재적인 능력이 뛰어난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서울대학교 입학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외국으로도 눈을 돌려, 아시아권의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여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교수 충원에서도 구성원의 다양화라는 원칙을 적극 실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아닌 다른 대학 출신 교수가 최소한 1/3 이상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였고, 또 그 동안 여교수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여 여교수 특별정원을 마련함으로써 양성평등도 실현 중입니다. 또 외국인 교수의 채용과 초빙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대학과 학생과 교수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서울대학교는 이질적인 문화와 경험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 간에 역동적인 지적․정서적 교류를 통해 창의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새로운 대학문화를 창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초교육의 강화입니다.
오늘날의 정보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 혹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시키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변화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후에 사회로 진출하고 나면 그런 것들은 이미 지난 과거의 것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의 환경에서는 개별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비교적 용이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런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일 것입니다. 이런 통찰력은 많은 지식의 누적이라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길러질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기초교육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세분화된 전공 중심의 교육 이전에 우선적으로 교양교육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초교육원을 중심으로 지구화 시대 최고 엘리트에게 필요한 보편적인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사고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와 말하기 훈련을 강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예술과 사회문제에도 정통한 자연과학도, 과학 기술에도 식견을 갖춘 인문사회학도를 길러내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셋째, 서울대학교 학생 정원의 적정규모화입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소위 ‘백화점식(百貨店式)’ 종합대학이 되었습니다. 모든 대학이 모든 분야의 학과를 두고 또 가능한 한 학생수를 늘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팽창주의 방식의 대학 운영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정원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한정된 교수 요원과 재원, 행정력으로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 교육의 부실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차원 더 발전된 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우수한 졸업생들을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우리는 과감하게 신입생 모집 정원 축소를 단행하였습니다. 3,900명에 가까웠던 신입생 수를 올해에는 3,200여명 수준으로 약17% 줄였으며 앞으로도 더 줄일 예정입니다.
학사과정만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에서도 역시 정원을 감축할 것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는 일반 학위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 수가 1만명이 넘습니다. 이는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수입니다. 우리는 대학 발전을 위한 재원 확충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터이지만, 동시에 대학원생 수를 상당히 줄임으로써 현재의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서도 최고급 연구 인력의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넷째, ‘학문후속세대(學問後續世代)’ 지원체제의 구축입니다.
지식창출이란 결국 우수한 연구 업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서울대학교는 연구 성과의 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부도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이공계 분야에서 우리가 거둔 성과는 실로 고무적입니다. 예를 들어 SCI 등재 논문 수로 보면 서울대학교가 세계 30위권 안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지표를 가지고 우리가 자만할 일은 결코 아니라는 점은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 업적의 질로 따지면 아직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며, 또 아직 세계수준에 못 미치는 분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질을 더욱 높이고 중요한 분야에서 하루바삐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을 하나 들자면 바로 미래의 학문 종사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는 대학원생들의 장학제도를 대폭 개선했습니다. 우선 박사과정 학생의 50%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받게 됩니다. 사회적 지원이 확보되면 종국적으로는 대학원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려고 합니다. 대학원생 정원의 축소와 장학제도의 확대를 통해 우리의 학문후속세대는 소수정예의 최고급 연구인력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의 변화에 대응하여 서울대학교가 해온 노력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말씀을 들으시면서 생각한 것이 있으시면 조언을 해주십시요.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 대학들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른 요구를 해오고 있고, 많은 대학들은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여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세계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오늘 동아시아의 주요 4개 대학이 모임을 가지는 것 역시 그런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확신합니다.
<동아시아 문화․문명의 발전과 대학교육의 관계>라는 이번 모임의 주제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동아시아 4개국이 공유하는 문화 기반을 확인하고, 그것들이 장차 상호 협력과 교류를 통해 공동의 번영을 이루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검토하는 세션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 전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그것이 동아시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동시에 이 지역의 대응이 어떻게 전세계에 기여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세션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해 각국의 대학자들이 제시하는 탁견을 통해 우리 모두 귀중한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동아시아 4개대학국제회의’(BESETOHA) 모임은 해당 대학들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5년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이 성과들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또 우리의 논의들을 더 가시적인 형태로 만들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이 모임 자체가 더 진전된 논의가 되도록 문제의식을 세밀하게 가다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컨대 연례 회의의 중간에 실무자들이 모여서 지난 회의에서 논의했던 바를 점검하고 다음 회의의 주제와 진행사항들을 기획하는 협의회를 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모임에서 제시되는 좋은 의견들을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교수와 학생들의 상호 교류, 공동의 교육 프로그램 기획, 공동 출판 사업 등 여러 가지 가능한 사업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러한 일들을 이루고자 할 때에는 물론 여러 어려움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것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에 모든 것을 이루기보다는 우선 실천 가능한 것들부터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4개대학국제회의’에 참여하는 4개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탄탄한 기반이 되어 동아시아 4개국의 조화로운 번영을 이루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각 대학 총장님, 교수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선 이처럼 뜻깊은 학술행사를 준비하고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북경대학의 Xu Zhihong (쉬쯔홍) 총장님과 조직위원회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유서 깊은 북경대학에 모인 것은 우리 대학들이 상호 이해를 깊이 하고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공동의 문화 기반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온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한국 4개국이 장차 번영을 이루는데 오늘의 이 모임은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하리라 믿습니다.
북경대와 동경대 총장님이 고차원적인 말씀을 추상적으로 해주셨습니다. 저는 다소 차원을 낮춰 지난 2년여동안 서울대학교가 해 온 일들을 구체적으로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한국은 지난 40여 년간 연 8%대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하였습니다. 이과정에서 서울대학교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우수한 인력을 배출함으로써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했고 서울대학교 역시 거기에 따른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선진 지식을 수입하여 학생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우선 당장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교육형태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지식전달이 아니라 지식창출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반에 걸친 변혁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2년여 기간은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한 힘겨운 노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은 크게 다음 4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학구성원의 다양화입니다.
입학시험제도를 개선하여 다양한 신입생들을 선발하였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학업성적이 골고루 좋은가가 선발기준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개성이 없는 학생들만 받아들이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정부 시행 학력고사) 상위자, 내신 성적(고등학교 재학시의 성적) 우수 학생,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 특기적성이 뛰어난 학생 등을 따로따로 선발함으로써,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노력중입니다.
또 지역균형선발제를 통해 각 지역의 인재를 골고루 선발하려고 합니다. 이는 불리한 교육여건 때문에 학업성적이 낮게 나타나지만 잠재적인 능력이 뛰어난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서울대학교 입학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외국으로도 눈을 돌려, 아시아권의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여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교수 충원에서도 구성원의 다양화라는 원칙을 적극 실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아닌 다른 대학 출신 교수가 최소한 1/3 이상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였고, 또 그 동안 여교수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여 여교수 특별정원을 마련함으로써 양성평등도 실현 중입니다. 또 외국인 교수의 채용과 초빙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대학과 학생과 교수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서울대학교는 이질적인 문화와 경험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 간에 역동적인 지적․정서적 교류를 통해 창의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새로운 대학문화를 창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초교육의 강화입니다.
오늘날의 정보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 혹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시키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변화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후에 사회로 진출하고 나면 그런 것들은 이미 지난 과거의 것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의 환경에서는 개별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비교적 용이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런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찰력일 것입니다. 이런 통찰력은 많은 지식의 누적이라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길러질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기초교육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세분화된 전공 중심의 교육 이전에 우선적으로 교양교육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초교육원을 중심으로 지구화 시대 최고 엘리트에게 필요한 보편적인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사고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와 말하기 훈련을 강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예술과 사회문제에도 정통한 자연과학도, 과학 기술에도 식견을 갖춘 인문사회학도를 길러내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셋째, 서울대학교 학생 정원의 적정규모화입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소위 ‘백화점식(百貨店式)’ 종합대학이 되었습니다. 모든 대학이 모든 분야의 학과를 두고 또 가능한 한 학생수를 늘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팽창주의 방식의 대학 운영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정원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한정된 교수 요원과 재원, 행정력으로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 교육의 부실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차원 더 발전된 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우수한 졸업생들을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우리는 과감하게 신입생 모집 정원 축소를 단행하였습니다. 3,900명에 가까웠던 신입생 수를 올해에는 3,200여명 수준으로 약17% 줄였으며 앞으로도 더 줄일 예정입니다.
학사과정만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에서도 역시 정원을 감축할 것입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는 일반 학위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 수가 1만명이 넘습니다. 이는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수입니다. 우리는 대학 발전을 위한 재원 확충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터이지만, 동시에 대학원생 수를 상당히 줄임으로써 현재의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서도 최고급 연구 인력의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넷째, ‘학문후속세대(學問後續世代)’ 지원체제의 구축입니다.
지식창출이란 결국 우수한 연구 업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서울대학교는 연구 성과의 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부도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이공계 분야에서 우리가 거둔 성과는 실로 고무적입니다. 예를 들어 SCI 등재 논문 수로 보면 서울대학교가 세계 30위권 안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지표를 가지고 우리가 자만할 일은 결코 아니라는 점은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 업적의 질로 따지면 아직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며, 또 아직 세계수준에 못 미치는 분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질을 더욱 높이고 중요한 분야에서 하루바삐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을 하나 들자면 바로 미래의 학문 종사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는 대학원생들의 장학제도를 대폭 개선했습니다. 우선 박사과정 학생의 50%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받게 됩니다. 사회적 지원이 확보되면 종국적으로는 대학원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려고 합니다. 대학원생 정원의 축소와 장학제도의 확대를 통해 우리의 학문후속세대는 소수정예의 최고급 연구인력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의 변화에 대응하여 서울대학교가 해온 노력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말씀을 들으시면서 생각한 것이 있으시면 조언을 해주십시요.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 대학들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른 요구를 해오고 있고, 많은 대학들은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여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세계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오늘 동아시아의 주요 4개 대학이 모임을 가지는 것 역시 그런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확신합니다.
<동아시아 문화․문명의 발전과 대학교육의 관계>라는 이번 모임의 주제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동아시아 4개국이 공유하는 문화 기반을 확인하고, 그것들이 장차 상호 협력과 교류를 통해 공동의 번영을 이루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검토하는 세션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 전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그것이 동아시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동시에 이 지역의 대응이 어떻게 전세계에 기여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세션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해 각국의 대학자들이 제시하는 탁견을 통해 우리 모두 귀중한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동아시아 4개대학국제회의’(BESETOHA) 모임은 해당 대학들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5년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이 성과들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또 우리의 논의들을 더 가시적인 형태로 만들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이 모임 자체가 더 진전된 논의가 되도록 문제의식을 세밀하게 가다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컨대 연례 회의의 중간에 실무자들이 모여서 지난 회의에서 논의했던 바를 점검하고 다음 회의의 주제와 진행사항들을 기획하는 협의회를 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모임에서 제시되는 좋은 의견들을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교수와 학생들의 상호 교류, 공동의 교육 프로그램 기획, 공동 출판 사업 등 여러 가지 가능한 사업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러한 일들을 이루고자 할 때에는 물론 여러 어려움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것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에 모든 것을 이루기보다는 우선 실천 가능한 것들부터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4개대학국제회의’에 참여하는 4개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탄탄한 기반이 되어 동아시아 4개국의 조화로운 번영을 이루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