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취임 1년에 드리는 말씀 (2003.7.21)
등록일: 2009. 7. 3. 조회수: 19037
총장 취임 1년에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교수님 여러분께
맹하의 무더위 속에서 진리탐구에 정진하고 계신 교수님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교수님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우리 대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눈부시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총장직에 취임한 지 어느덧 일년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의 연구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최대한 노력해 왔습니다만 아직도 미비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년 동안 큰 무리 없이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시고 혹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적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총장으로 취임할 때 우리 서울대학교를 교육과 연구 양면에서 수월성을 갖는 명실상부한 ‘지성의 전당’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내의 민주적 의사소통체계를 확립하고, 연구지원의 기반을 확충하며, 교수의 복지를 증진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일년간 제가 약속했던 것을 모두 이루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은 시작되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서울대의 운영체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상향식 운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의사결정과정 자체를 민주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장회의 및 간부회의 내용을 2주마다 교수님들께 통보하고, 각 부서의 주요 정책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작은 일들부터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수평의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총장선출방식을 개선하는 등 좀더 근본적인 운영체제 개혁이 곧 이루어질 것입니다.
친애하는 선배, 동료 교수님
대학은 사회의 여러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학문적 성찰력을 길러줌으로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은 사회의 지속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들이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 서울대학교가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형성된 현재의 대학시스템은 입시제도에서부터 교육체제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전수라는 목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낡은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창조적 지성의 창출이라는 과제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 세계는 급격히 통합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국내에서나 통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대학시스템의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대학시스템을 개편해 나가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입시제도의 재정비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입시제도는 창의성과 자기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기초학력이 튼튼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성적에만 기초해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입시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하기 힘든 과제입니다. 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방향을 잡아 나가려고 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입시제도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로 하여금 그 잠재력을 화려하게 개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새로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가 바로 지역균형선발제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지역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서울대학의 교육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약간의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만, 여론을 최대한으로 수렴해 2005년부터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학생정원 조정 문제입니다. 현재 서울대가 갖고 있는 인력과 기반시설로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학생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대형강의와 감당하기 힘든 지도학생 숫자는 바로 부실한 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획기적인 캠퍼스 확충과 교수증원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수월성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학생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학사구조의 개편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광역모집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때문에 몇몇 대학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과학문 중심의 학과체제와 전공과목 중심의 교육체제가 우리 서울대학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지, 나아가 세계화․정보화시대의 교육에 걸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 학문분야의 사정이 다르고 우리 사회의 여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학문에 대한 종합적 소양과 고도의 전문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전문대학원체제의 도입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이미 사회 일각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가능한 한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미 치과대학은 남보다 한발 앞서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법과대학의 경우에도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원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학 분야 이외에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원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여러 교수님,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서울대학교가 세계초일류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자기혁신이 필요합니다. 또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앞장서 주체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대학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서 여러 교수님들의 신뢰와 동참이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저는 모든 변화의 모색을 여러 교수님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에 밑바탕을 두어 추진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성원해 주신 것처럼, 남은 임기 동안에도 변함없는 이해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7월 21일
총 장 정 운 찬
존경하는 교수님 여러분께
맹하의 무더위 속에서 진리탐구에 정진하고 계신 교수님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교수님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우리 대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눈부시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총장직에 취임한 지 어느덧 일년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의 연구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최대한 노력해 왔습니다만 아직도 미비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년 동안 큰 무리 없이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시고 혹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적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총장으로 취임할 때 우리 서울대학교를 교육과 연구 양면에서 수월성을 갖는 명실상부한 ‘지성의 전당’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내의 민주적 의사소통체계를 확립하고, 연구지원의 기반을 확충하며, 교수의 복지를 증진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일년간 제가 약속했던 것을 모두 이루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은 시작되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서울대의 운영체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상향식 운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의사결정과정 자체를 민주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장회의 및 간부회의 내용을 2주마다 교수님들께 통보하고, 각 부서의 주요 정책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작은 일들부터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수평의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총장선출방식을 개선하는 등 좀더 근본적인 운영체제 개혁이 곧 이루어질 것입니다.
친애하는 선배, 동료 교수님
대학은 사회의 여러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학문적 성찰력을 길러줌으로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은 사회의 지속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들이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 서울대학교가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형성된 현재의 대학시스템은 입시제도에서부터 교육체제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전수라는 목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낡은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창조적 지성의 창출이라는 과제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 세계는 급격히 통합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국내에서나 통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대학시스템의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대학시스템을 개편해 나가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입시제도의 재정비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입시제도는 창의성과 자기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기초학력이 튼튼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성적에만 기초해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입시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하기 힘든 과제입니다. 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방향을 잡아 나가려고 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입시제도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로 하여금 그 잠재력을 화려하게 개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새로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가 바로 지역균형선발제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지역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서울대학의 교육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약간의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만, 여론을 최대한으로 수렴해 2005년부터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학생정원 조정 문제입니다. 현재 서울대가 갖고 있는 인력과 기반시설로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학생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대형강의와 감당하기 힘든 지도학생 숫자는 바로 부실한 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획기적인 캠퍼스 확충과 교수증원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수월성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학생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학사구조의 개편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광역모집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때문에 몇몇 대학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과학문 중심의 학과체제와 전공과목 중심의 교육체제가 우리 서울대학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지, 나아가 세계화․정보화시대의 교육에 걸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 학문분야의 사정이 다르고 우리 사회의 여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학문에 대한 종합적 소양과 고도의 전문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전문대학원체제의 도입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이미 사회 일각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가능한 한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미 치과대학은 남보다 한발 앞서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법과대학의 경우에도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원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학 분야 이외에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원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여러 교수님,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서울대학교가 세계초일류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자기혁신이 필요합니다. 또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앞장서 주체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대학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서 여러 교수님들의 신뢰와 동참이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저는 모든 변화의 모색을 여러 교수님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에 밑바탕을 두어 추진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성원해 주신 것처럼, 남은 임기 동안에도 변함없는 이해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7월 21일
총 장 정 운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