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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당-차 한 잔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

2011.11.02.

"다향만당-차 한 잔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

서울대 전통찻집 '다향만당'

다향만당은 서울대 두레문예관 2층에 위치한 전통찻집이다. 2000년 9월 국내에서 유례가 없었던 대학 내 전통찻집으로 생겨난 이후,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이 지으셨다는 詩 '茶香滿堂'-차의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는 뜻답게 서울대 곳곳에 차의 향을 전하고 있다. 차를 마시는 공간만이 아니라 배움의 공간으로도 이용되어 일 년에 두 번, 3월과 9월에 '다도특강'을 열어 학생들에게 차 한 잔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전파하고 있는 다향만당을 깊어가는 가을날 찾아보았다.

다도특강 필자가 참가한 날에는 지난 회에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에 뒤이어 다기사용법과 다구의 종류, 녹차를 우려내는 실용다례를 배울 수 있었다. 특강 진행자는 류정호(柳貞鎬) 선생님으로 차분히 정좌하고 차에 대한 애정을 담아 정성껏 시범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기사용법
첫 시작은 다기사용법이었다. 녹차는 백자(白磁), 가루차는 청자(靑磁)가 어울리고 우롱차와 같은 발효차는 하얀 자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찻잔의 이가 나가거나 균열이 생긴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복이 나간다 하여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차를 마시기에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면 계속 쓰는 것을 권장하셨다.


다구의 종류
주전자의 경우 앞 손잡이, 옆 손잡이, 윗 손잡이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제일 보편적인 앞 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므로 필자와 같은 왼손잡이는 앞 손잡이를 피하라는 조언도 주셨다. 찻주전자는 3인용이 기본이지만, 초보자의 경우 찻주전자가 최대로 작은 것이 좋다. 그 이유는 혼자 마시는 경우가 많은 초보자가 큰 주전자로 마시게 되면 차의 향이 많이 퍼지므로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란다. 제일 좋은 것은 혼자 마시는 차겠지만, 많은 연습 끝에 지인들과 차를 같이 즐길 수준이 되면 3인용 주전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다기선물을 할 때 유용한 정보이다.

다구세트찻잔의 경우 위로 벌어진 것은 찻잔이고 일반 컵처럼 위아래가 동일한 너비를 지니는 것은 찻종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선생님께서 찻잔을 보여주시는데 회백색의 편한 느낌을 주는 찻잔이다. 설명에 의하면 토우 김종희(土偶 金鐘禧)님이 만드신 귀한 찻잔으로 우리나라 민족에 있어 편한 색은 인위적인 하얀 색이 아닌 자연스러운 회백색이므로 그러한 색깔을 지닌 찻잔을 만들고자 하셨다고 한다.

뒤이어 빨간 상보로 덮인 다반이 등장한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의 서긍이라는 사신이 쓴 '고려도경'이라는 문헌을 보면 궁중에서 궁녀가 빨간 상보로 덮인 다반을 들고 와 둥글게 앉아 차를 즐겼다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상보의 겉 색은 빨갛지만 속 색은 파랗다. 이것은 음양의 원리를 상보에도 적용한 결과로 겉의 빨간 색은 액운을 없애주는 양의 색인 것이다.


차와 관련된 단어는 한글로
인사동, 안국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차와 관련된 물품을 다루는 가게에서 한자를 많이 쓴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되도록 한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뜻을 전하며 차와 관련된 도구들의 이름을 한글과 한자로 두 번 말씀해주셨다. 예를 들어 차수저는 차시, 차행주는 차건, 식힘사발은 숙우, 버림사발은 퇴수기, 찻주전자는 다관, 차항아리는 차호, 찻잔받침은 차탁이 되는데, 이왕이면 앞에 나온 단어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행다례성격 급한 사람에게 다도 권장
뒤이어 숙달된 남, 여학우가 나와 행다례(行茶禮)를 선보인다. 이는 차를 매개체로 정성과 미덕을 다하여 차를 우려 마시는 다법으로, 일상생활에서 잊고 살았던 여유와 차분함이 느껴졌다. 행다례는 두 손으로 행하며 남, 여의 동작에 약간의 다름이 있는데 이는 힘과 여러 신체조건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차수저를 다반 모서리 위로 올림으로써 행다례가 시작되었고, 경건한 움직임으로 바로 정중동(靜中動)의 그것이었다. 모든 그릇을 따뜻하게 덥혀 차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 되므로 따뜻한 물을 따라 모든 그릇에 물 흐르듯 한 번 거친 후, 본격적으로 차 우릴 물을 따라놓고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남, 여 공히 한 동작을 끝내면 약간의 시간간격을 두어 기다리게 되는데, 다도를 여러 번 행하게 되면 성격 급한 사람도 느긋해질 수 있다고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과연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업 내내 국악이 흘러나왔는데, 본격적인 다악(茶樂)은 아니었지만 조용한 음악이 다도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오행의 원리를 따른 다식(茶食)
두 명 혹은 세 명씩 짝지은 수강생들이 앞서 보인 차 시범을 따라 직접 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다. 필자는 고맙게도 옆 테이블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녹차 세 잔을 얻어 마시고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식선생님께서는 탁자 위에 있는 다식(茶食)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신다. 다식은 색깔별로 재료와 맛이 다른데, 노란색은 소나무 꽃가루(松花)로 솔향이 느껴지고, 녹색은 완두콩껍질가루, 진갈색은 땅콩껍질가루로 만든 것으로 고소한 맛이며, 검은색은 검은깨(黑荏子), 흰색은 녹말가루로 만들고, 분홍색은 녹말에 오미자즙을 들여 만든 것으로 약간 신맛이다. 이는 오행(五行)의 원리를 따른 것으로 아기의 돌잔치에 입히는 색동저고리가 오방색을 띄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차를 통하여 새롭게 맛보게 된 행복은 일상생활에서 잊고 산 여유와 맞닿아 있었다. 물소리, 음악소리를 들으며 음미하는 차의 세계 속에서 속세에 찌든 몸과 정신이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고, 크게만 느껴지는 번민이나 고민이 다 쓸데없는 걱정, 허상이므로 가볍게 물처럼 흘려버려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태평양 설록차에서 만든 단행본과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추천해주셨다. 지리산 쌍계사에 가면 신라 흥덕왕 3년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대렴공의 추모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는데 시간을 내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다향만당에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클럽이 싸이월드에 있다. 클럽에서 '다향만당'으로 검색하면 된다. 여기에 가입하면 차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