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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면 아프리카로 떠나라

2011.05.20.

데이비드 라이트 교수와 리아자트 보나테 교수의 아프리가 연구 사진들케냐 북부의 광대한 사막을 홀홀이 횡단하던 랜드로바가 갑자기 멎었다. 연구차 나와 있던 미국인 대학원생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이 태연하게 덴서를 갈아 끼웠다. 하지만, 여분으로 준비해 둔 중국제 부품이 불량이라 차는 다시 출발하지 못했다. 모래 위에서 하룻 밤을 잤다. 다음날 기적처럼 한 루마니아 신부를 만나지 않았다면 서울에 와 보지도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할 뻔 했다.

"십 여 년 동안 아프리카 연구를 하면서 그 정도 위험에 처한 경험은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을만큼 많습니다. 그래도 제게 아프리카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자 가능성의 땅입니다."

아프리카 고고 지질학자인 고고미술사학과 신임교수 데이비드 라이트(David K. Wright) 교수 (37, 미국)는 아프리카를 모험하고 살아온 반생이 너무나 행복했다며 신이 나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선교단을 따라 우연히 케냐를 찾았다가 그 대자연과 조용한 삶에 압도되어 평생에 걸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영문과 대학생이 된 후에는 배낭 하나 매고 튀니지,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까지 혼자서 찾아가 원시 자연 속에서 두 어 달씩 살다가 나오는 삶을 반복했다. 그러다 도시에 내리면 답답한 공기가 싫어 곧 바로 아프리카가 그리워지곤 했다고 한다.

“고고학을 하고 싶어 아프리카를 간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로 가려고 고고학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밝힌 일리노이 대학 고고학과 대학원 지원 동기다. 그는 케냐 원주민의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 흑인 차포로카 쿠심바 교수 (Ku-simba: 큰 사자)를 찾아가 그의 첫 번째 제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젊은 아프리카인 교수와 겁 없는 백인 학생은 그 뒤로 오랫 동안 함께 목숨을 걸고 아프리카로 연구를 떠나는 동지가 되었다.

라이트 교수가 그와 함께 쓴 석사 논문은 헤골을 보관하는 바위 동굴에 대한 것이다. 케냐의 타이티라는 곳에서 수 천 년 전부터 사람이 죽으면 매장했다가 시체를 다시 꺼내 머리를 잘라 보관하는 바위동굴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었지만 당시에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쿠심바와 라이트는 유창한 스와힐리어로 타이타 원주민들에게 물어 물어 6천년~5백년 전의 헤골이 보관된 바위동굴을 찾아 내었던 것이다.

“이게 아프리카 연구의 매력입니다. 원주민들은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물어서 그걸 찾아낼 사람들이 없었던 거에요. 아프리카 학자가 되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진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만든 석사 논문은 라이트 교수에게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안겼고, 그는 돈 걱정 없이 다시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었다. 박사과정 시절에는 쿠심바 교수와 함께 케냐에서 “땅을 파다가” 3,700년 전의 가축 화석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것은 학계를 놀라게 하는 박사 논문이 되었다.

“아프리카는 연구자들의 ‘블루 오션’입니다. 땅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곳이에요.” 라이트 교수는 아프리카 연구의 흥미로움을 재차 강조하면서, 가르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과도 함께 떠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걱정하는 부모들 때문에 못 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는 “아프리카에서의 현장 연구가 힘들고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렇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전쟁 같은 경험들. 2007년 케냐의 부패한 대통령 카바키가 선거 결과를 날조했을 때, 케냐 시내에서는 대낮에도 서로가 급습해 죽이는 일이 허다해 시체가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라이트 교수는 그 때 케냐의 8천 년 전 지층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의 연구를 취재하러 온다고 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폭동 소식에 비행기를 돌렸지만 그는 그대로 5개월을 꼬박 머물면서 논문을 썼다. 각종 질병으로 인한 고통도 빼 놓을 수 없다. 말라리아는 흔해서 병도 아니었고, 오염된 물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낙후된 병원에 방치되던 날은 알아듣지도 못할 사람들에게 “날 좀 죽여 달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지옥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다 감당하게 만드는 힘이 아프리카에 있습니다.” 그는 실제로 연구차 케냐나 말라위를 갈 때 아내와 어린 딸을 동행하고 간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의 생명의 정수를 제대로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에 서울대 조교수로 임용된 라이트 교수는 서울대가 최초로 기용한 아프리카 전공의 전임교수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학문적 야심이 있다면 아프리카를 선택하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교수다.

“아프리카에서 고고인류학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고고지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저를 포함해서 스무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용기 있는 서울대 학생들을 이 가능성의 대륙으로 이끄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라이트 교수가 덧붙였다.

한편 언어학과에서는 2003년부터 '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화'라는 교양 수업을 운영해 학생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수업을 오랫 동안 담당하면서 인기 강의 반열에 올려 놓은 김광수 교수는"타자화된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이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는 것이 내 수업의 목표"라고 강조하고, 수업 시간에 아프리카 음식을 먹어보게 하는 등 사람사는 아프리카를 최대한 체험하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해 학생들을 인솔하고 스와힐리어가 사용되고 있는 동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 주변 국가들을 직접 방문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내년이면 아프리카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하는 서울대 학생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2011.5.13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