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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배운다, 피어 튜터링

2011.04.27.

서로에게 배운다 피어 튜터링 기초교육원의 피어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생들. 왼쪽부터 튜티인 헝가르 졸(몽골), 사이먼(케냐), 튜터 김지혜 학생

“청소여들어....약물 중독이 증과하는 거썬.. 심가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몽골에서 온 신입생 헝가르 졸 (사회복지학과 1학년, 21살) 학생이 서툰 한국말로 두꺼운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으며 진지하게 읽는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책은 단어 메모로 새카맣다. 저렇게 서툰 한국말로 보통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대학교재를 어떻게 읽어낼까.

“포기하는 걸 못 봤어요. 사전을 찾으면서 끝까지 읽어요. 이런 책을 다 읽고 다섯 장짜리 중간 보고서도 냈는걸요.” 그녀의 ‘피어 튜터 (peer tutor)’인 김지혜 학생 (국어교육과 3학년)이 말했다.

두 사람은 기초교육원이 올해 새로 만든 ‘교양 피어튜터링: SNU 학우 도움닫기 높이뛰기’의 한국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교양피어튜터링은 서울대학교가 학생선발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학생들의 배경이나 학문적 적성, 준비도 등이 다양하여 이를 지원하고 도움으로써 보다 성공적인 학업에의 입문과 대학생활 적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저학년, 교양과정에서의 탄탄한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성적이 좋은 고학년 학생이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 교과목(대학국어/초급한국어)나 우리말로 이루어지는 교양교과목 수업내용을 개별 튜티의 관심과 진도, 수준에 맞추어 가르치고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학부생 동료들(peer)끼리 서로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영어로 가르치고 배우는 프로그램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헝가르 졸은 ‘한국말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말 안 통하는 외국인’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한국말로 대학 공부를 따라가는 그 인내력을 옆에서 보니까 어떻게 서울대 장학생이 되었는지 알겠더라구요.”

사실 헝가르졸은 몽골에서 소문난 인재였다. 고등학교 때 늘 반에서 1등만 했고 운동을 잘하고 테니스는 선수급이다.

“고등학교 때 한국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참 똑똑해 보여서 서울대를 선택했습니다. 졸업하면, ‘복지’라는 개념이 없는 몽골에 돌아가서 몽골 사회를 바꾸고 싶어요.”

헝가르 졸이 이렇게 자신의 꿈을 한국말로 표현하는 데는 자주 단어가 막혔다. 그럴 때면 튜터 김지혜 학생은 단어를 계속 제시해 주고, 튜티가 모르면 영어로 제시해 주었다. 그러면 튜티는 영어-몽골어 사전을 찾아 확인해 보면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했다.

여러 단어가 오르내리다가 딱 맞는 표현을 찾으면 둘은 ‘아!’하고 뛸 듯이 좋아하며 그 단어를 붙여서 말을 이어갔다. 피어 튜터링이 얼마나 생생한 배움이 되는지 몸으로 보여주는 순간중 하나이다.

“한국어학당에서는 강의만 들었는데, 이렇게 친해지고 소통을 하다 보니 한국말이 훨씬 빨리 느는 걸 느낍니다.”

첫 시간이 끝날 때 즈음 김지혜 학생의 두 번째 튜티인 사이먼 학생 (케냐, 컴퓨터공학부 4학년)이 찾아 왔다.

사이먼은 케냐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독보적으로 잘 해서 삼성문화재단에서 ‘글로 하모니’ 장학생으로 모셔 온 아프리카의 인재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몇 대 안되는 학교 컴퓨터를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쓰게 해서, 컴퓨터를 써 보려고 공부에 몰두하다보니 우등생이 되었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장학금을 받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서 인공지능 로봇 설계에 푹 빠져 있는 사이먼이지만, 하나 부족한 것은 한국어 실력이다. 영어가 유창한 덕분에 한국어 학습 진도는 더욱 더뎌진 것. 그도 피어 튜터링을 신청해 김지혜 학생과 일주일에 두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튜터인 김지혜 학생은 피어 튜터링을 통해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면서 한국말을 못 해서 돌아와서 놀림감이 되었어요. 그 때 ‘외국어’로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다른 한국아이들보다 더 국어를 잘하게 되더라구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워본 경험을 십분 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외국인 학생들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피어 튜터링을 통해 얻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피어 튜터링 프로그램은 잘난 학생이 못난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을 봉사활동의 관점보다는 서울대 기초교육이 지향하는 ‘학생자율교육’의 일부분으로 보아야 합니다. 서울대의 학부학생들이 서로가 서로의 특장점을 배우고 가르쳐 모두가 우수한 학생들이 되어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지현 교수의 설명이다.

기초교육원은 올해 처음 도입된 피어 튜터링 제도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튜터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다양한 교양교과목에 대한 튜터링을 실시하는 등의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1. 4. 27
서울대학교 홍보팀 조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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